文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면담...옥시·SK케미칼·애경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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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면담...옥시·SK케미칼·애경 전전긍긍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8.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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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PB 상품 이슈 걸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5명을 만나 면담 시간을 가졌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 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한 후 약 2개월여 만이다. 

이에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SK케미칼, 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 당시 피해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가해 기업에서 제외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PB 상품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던 옥시 제품에서와 같은 성분이 사용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에 피해자로 신고한 이들은 5688명이며 이 중 1218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정부의 피해심사가 완료된 인원은 1282명이며, 이들 중 '피해자'로 인정된 비중은 280명(약 4.5%)에 불과하다. 

오후 2시부터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진행된 면담은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장하성 정책실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은경 환경부 장관 등 당정청 인사들이 면담에 참여했다. 

면담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산소통을 메고 생활해야 하는 임성준 군을 비롯해 어린아이를 잃은 부모, 남동생을 잃은 누나, 부모를 잃은 자녀 등 사망자 유족들과 어린 환자를 둔 부모 본인 등 15명이다. 

당초 문 대통령 면담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병원 입원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폐이식 피해자 안은주 씨는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장문의 편지글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7년 8월 8일 국무회의를 주재중인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청와대>

오늘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발방지책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국무회의에서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총 18건의 안건을 심의 및 의결했다. 

한편, 지난 4월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홍수종 교수 공동연구팀은 영국의 저명 국제학술지 '토털환경과학'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제품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폐 손상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제품은 옥시싹싹, 롯데마트 와이즐렉, 홈플러스, 세퓨, 아토오가닉,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 애경 홈 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이마트 이플러스 8개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씨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아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폐이식 수술 후 병상에서 투병중인 안은주 씨의 편지 내용 전문이다. 

국민의 19대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꼭 읽어봐주십시요. 참석하지 못하여 작은 병원 병상에서 밤을 새워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면서도 쓴 두서 없는 글입니다. 읽어 보시고 병원으로 작은 답변이라도 주신다면 제게 남은 삶에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안 은주 드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017년 8월 8일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밀양에 살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펜으로 두서 없는 글을 적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하였으며 집에는 아직도 제품이 많이 남은 용기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2011년 어느 날 병원을 찾았는데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한달 입원에 항생제 여러 종류를 바꾸어도 듣질 않아 대학병원 소견서를 받아 부산 동아대 병원으로 간 것이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모든 조직검사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해 '원인미상폐질환'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소리와 함께 저의 투병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동아대 호흡기 교수님 저를 많이 이뻐해주십니다. (진료당시) 벌써 사망했을텐데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고 말입니다.

전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많이 지치고 힘들어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 스스로 포기하려 합니다.

이제는 이만 이 지긋한 고통의 끈을 놓고 싶습니다.

똑같은 옥시 제품을 쓰고도 피해자로 인정 받지 못했고 그 이유에 대한 어떠한 이유와 설명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라고는 인과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 뿐이었습니다.

전 발병 당시 43세였고 살아오면서 아무런 지병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흔히들 하는 감기조차도 자주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정부의 대답은 알 수도, 이해를 시켜주지도 않은 채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싸울 힘도 남들을 생각할 틈도 없습니다.

왜냐면 제 삶의 끝이 바로 코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400명 정도입니다. 올 한해 100명 목표에 80명 정도이며, 평균생존율 50%에 수술 후 평균 수명 5년을 봅니다. 허나 미국은 1년 평균 1,500명 정도 폐이식을 받고 있으며 평균생존율 50%에 수명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400명이 폐를 이식했는데 지금 생존하고 계신 분은 170여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최고 오래되신 분이 한분 제가 아는 분이고요.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대전 내 살고 계시는 이정화씨라고 횟수로 6년째가 1명이며 5~4년이 10명 정도, 그 나머지 생존자는 3년에서 지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아무도 이런 중요한 일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입니다. 저희 목숨이, 지금 제가 처한 상태가 이렇다고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까요. 살고 있지만 산 목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라, 정부에서 인정한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 그 화학독성으로 인해 폐이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정부에서는 제 국민을 버리는 바람에 옥시라는 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손 안 대고 자동으로 코를 풀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이 있어야 나라도 살고 운영도 하고 국민도 살겠지예.

모든 이치가 세상살이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하지만 세기적으로 역사에 남을 화학독성물질 제품의 참사 앞에서는 숨기고, 축소하고, 감싸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만 잘 먹고 잘 살다 죽으면 되는 것입니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술 성공 확률이 30% 정도라 수술을 못한다는 교수님을 세번만에 설득하여 죽어도 좋다는 각오와 함께 남편이 원이라도 없도록 수술을 부탁드렸습니다. 제 몸의 세포가 너무 강해 다른 장기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피를 다 교환하여 수술을 하였고 인명은 제천이라고 지금 전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또 다시 받은 피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올 2017년 5월 1~20일 동안에 또 한번의 혈장교환술을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역시 제 몸은 또 다시 항체를 부수고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건 제 몸이 이런 반응을 하기에 의사선생님들께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늦추고 도와주는 일만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들어 다시 걷기가 조금씩 힘들어 산소를 조금씩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큰 감염만 아니면, 지금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지만 다른 이식 환자들 보다는 더욱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입장인 제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제가 남긴 것은 7년을 투병하면서 남편과 남동생과 부모님이 사시는 집으로 농협 1억 5천, 수협 1억 5천을 내어 폐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전 정부, 나라에서 파는 99.9% 향균이라는 제품을 사 쓰고는 병이 들었는데 왜 저를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정부가 아니고, 국민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제 부모님은 제게 건강을 몸을 주셔서 전 초등학교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고 거의 제 평생을 운동과 함께 살았습니다.

이런 제가 왜 제 아이에게는 정부에서 판 제품을 쓰고 빚만 남겨주어야 합니까.

우리 아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빚의 무게가 왜 화학물질독성으로 인해 사망한 부모의 빚을 불행한 삶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살아가야만 할 아이들이 가난의 연속과 불행한 삶을 살 것이며 아이 또한 같은 짐을 짊어지고 되물림 되는 이런 불행을 안고 가야 합니까.

제가 죽어 자식에게 어떻게 이런 빚을 안기고는 도저히 억울해서 두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 저는 우리나라에서 판 제품을 사 쓰고 아이에게 빚만 남겨야 합니까. 아이들이 보호 받아야할 정부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화학독성물질로 인한 빚 되물림 속에서 고통 받고 살아야 합니까.

무슨 죄가 많아서요? 저는 처음에는 정말 폐이식만 하면 살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새로 얻은 생명인 만큼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제 입장에서 지금 제가 어떤 심정으로 정부와 기업을 바라봐야 할까요. 정말 대통령님은 어디까지 저희들의 이 고통과 아픔을 알고 계시는지요. 밤마다 잠 못 들어 헤매고 악몽에 시달리며 몇일을 뜬 눈으로 보내고도 수면제 한 알조차도 복용할 수 없는 호흡기 환자들의 고통을 알고는 계시는 걸까요.

가습기 살균제는 가정파괴범이며 아주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저는 가습기 살균제를 썼음에도 정부는 제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저의 가정은 겉모습은 평범하나 풍비박산이 나버렸습니다. 아이들은 크기도 전에 애늙은이가 되어버렸고 하는 행동은 고2학생도 손톱을 물어뜯고, 중 2학생도 손톱으로 물어뜯고 있으며 남편은 병원비에 생활비, 환자에 애들, 은행을 오가며 지쳐가는 가운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문자가 날아옵니다.

해당 안되는 저한테 이런 문자는 가슴을 답답하게 하기도 합니다.

산모랑 뱃속의 유아도 구제를 한다.

천식도 이제 구제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언제나 피해자를 위한다면서 피해자가 어떤 상황인지도 하나 파악하고 있지 않는 환경산업기술원. 6년 동안 제가 모닝트레일링을 받으러 오라는 문자는 2015년 11월 27일 딱 한번 받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 합쳐 20일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전 세브란스 병원에 누워 있는데, 그것도 당일 오전 10시에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11월 27일 오후 4시 아산병원 호흡기내과 OOO 교수님 진료 예약 되어있습니다.”

이건 통보죠. 제가 화가 나는 건 피해자가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고 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정말 화가 나고 원통했던 것은 몇 년이 지나도 피해자의 소재파악조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집이 경남 밀양입니다. 최소한 하루 전에라도 문자나 시간을 줘야 서울까지 가죠. 당일 문자 보내 그날 오후 진료를 받으러 오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아야 하겠습니까.

전 아직도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라는 제품 내용물이 2/3 이상이 남아있는 용기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저를 피해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전 꼭 이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한잔씩 마시게 할 것입니다.

전 그것을 물에 타서 희석을 해서 숨을 쉬었는데도 폐가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헌데 나라, 정부에서는 제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니 그것을 마셔 보시면 정답이 나올 것 같지 않겠습니까.

저의 가정은 7년을 지옥과도 같았던 고통을 겪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수많은 나라의 일들과 바쁜 일정을 미루어 두시고, 17대 대통령님, 18대 대통령님들께서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문제를, 19대 국민의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약속을 잊지 않고 이행하여 주셔서 가습 깊숙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시느라 고맙습니다.

행여 무례를 범하였다면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도와주십시요.

제 가정을 지켜주시고 제 아이들을 살려주십시요.

구제해 주십시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 드림.
2017년 8월 8일.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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