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와 유저들 사이에 부는 '복고' 바람...DIY 오락기와 고전 IP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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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와 유저들 사이에 부는 '복고' 바람...DIY 오락기와 고전 IP의 부활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8.0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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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오락실에 있던 오락기와 게임에 대한 추억이 새로운 시장 형성

80년대와 90년대 골목마다 아이들을 유혹하던 오락실이 200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다. 당시의 꼬마들은 장성해 가장이 되어 추억의 오락기를 다시 찾고 있다. 오락실을 방문해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 오락기를 구매해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락실 오락기 뿐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가정용 게임기도 인기다. '레트로'(복고) 열풍에 과거 유행했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아이템들이 하나 둘씩 부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업계도 과거 유행했던 게임이나 만화, 소설 등의 원작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을 출시하며 유저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최근 모바일 게임 매출 1,2위에 나란히 오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도 1998년 최초 서비스된 온라인 PC 게임 '리니지'의 IP를 활용했다. 

과거 인기있었던 제품과 콘텐츠가 '레트로' 바람을 타고 부활하고 있다. 

되살아나는 추억의 오락기

오락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오락기를 대여하고 판매하는 유통업체 및 오락실 창업 문의 등 관련 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또 버려지다시피 한 구형 부품들을 구하고 수리해 DIY로 제작하기도 하는 등의 취미활동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1967년 7월 26일 세운상가 개관하는 날 당시 사진 <사진=위키피디아>

몰락하다시피 한 을지로 세운상가는 옛날 오락기를 찾는 레트로족에게 '성지'로 통한다. 지금은 제작되지 않고 구하기도 힘든 구형 오락기에 사용된 14인치~21인치 정도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오락기에서 추출된 기판을 활용해 해당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조립도 가능하며, 조이스틱, 버튼 등도 구할 수 있다.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몰도 빠르게 늘고 있다. 

어린 시절 학원을 빼먹고 오락실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졌던 아이들이 장성해 오락기를 만들고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스트리트파이터 등의 고전 게임을 즐긴다. 

가정용 오락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하나의 게임기에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게임까지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이스틱과 버튼이 달린 제품을 HDMI로 TV와 연결하면 간편하게 레트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물론 구형 브라운관 모니터를 활용한 DIY 게임기도 해당 기기를 적용해 제작할 수 있다. 또 브라운관을 구하기 힘들거나 너무 무거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고 LCD, LED 모니터 등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예 옛날 게임기 케이스, 스피커 등이 세팅된 오락기 케이스도 판다. 이에 오락기 DIY에 관한 팁을 모은 온라인 카페에서도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이 자작해 PC기반으로 직접 제작한(DIY) 오락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오락기를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유통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고가의 오락기부터, 문방구 앞이나 찜질방에서 볼 수 있는 소형 고전 오락기까지 대여나 판매가 가능하다. 

오락실 체인점도 생겨나고 있다. 신형과 구형 게임을 모두 구비하고 추억을 찾는 고객들과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는 젊은 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여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짱오락실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 오락기 판매도 하고 있다"며 "많지는 않지만 과거 어려웠던 오락기 제조사도 요즘은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전했다. 

대표적 기업 중 하나가 과거 '펌프'오락기를 제작하던 '안다미로'다. 최근에는 유행하고 있는 인형뽑기 기계를 만들며 연 매출액을 수천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시중에서 판매중인 오락기 케이스에 모니터와 조이스틱 등을 장착해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기가 오락실에 설치돼 있다. <사진=짱오락실 블로그>

레트로 열풍이 지배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스마트폰 성능이 날로 향상되며 과거 PC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RPG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의 추억과 향수가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개발사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차례로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등도 소위 '린저씨'라 불리는 유저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 2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보드게임을 모태로 한 '모두의 마블'은 과거 유행하던 보드게임이 모바일로 이식된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도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RPG 장르의 '라그나로크' 등 10여년 전 유행했던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을 준비중이거나 이미 출시됐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플레이 화면

1998년 발매돼 e-스포츠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스타크래프트는 2017년 4K 리마스터 버전으로 돌아왔다. 당시 PC방에서 밤을 새웠던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한 때 게임을 손에서 놓았지만 다시 PC방으로 향해 '스캔'과 '헬프'를 외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은 복고 열풍으로 한 차례 들썩인 적이 있다. 당시 7080 음악들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쎄씨봉'이 귀환했고, 아날로그 감성이 재조명 받았다. 복고댄스도 대유행을 맞이했다. 

약 10여년이 지난 지금, 90년대와 2000년대 초 인기였던 아이템들이 '레트로'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지금 유행하는 '오버워치'나 'LoL' 등의 게임, 혹은 PC나 스마트폰 등 기기들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다시 부활할지도 기대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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