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통해 젊은 세대 공략 나서야
모로코에 체류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한국 라면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라면의 해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모로코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한국 라면의 점유율이 극히 낮다. 물론 면보다 빵을 선호하는 모로코인들의 식습관 탓도 있지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모로코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한국 음식을 모로코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을 놓고 입을 모은다.
모로코인들에게 '인스턴트 라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인도네시아의 '인도미'다. 인도미는 저렴한 가격과 할랄을 앞세워 모로코 라면 시장을 선점했다. 인도미를 생산하는 인도푸드는 모로코에 공장을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모로코에 있는 어떤 마트를 가더라도 인도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인도미를 직접 먹어보면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말스프와 면으로만 구성돼 있어 먹는 재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 역시 한국 라면과 비교해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이 식사를 위해선 인도미 두 개를 끓여야 충분하다.
한국 라면이 모로코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유통채널을 넓히고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모로코 대표 대형마트인 '마잔(Marjane)'에 입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까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지 않은 모로코에선 마잔에 방문해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모로코 MZ세대 인플루언서를 포섭해 SNS에서 지속적으로 한국 라면을 알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모로코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틱톡을 여가시간에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틱톡은 가성비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로코 인구 99%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할랄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펼쳐야 한다. 꼭 할랄 인증을 받아야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할랄 인증을 받게 되면 판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농심의 경우 최근 '할랄 신라면'을 내세워 이슬람 지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모로코에서 신라면이 인도미를 위협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금재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