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설립 인가 5년 인터넷전문은행, '메기' 넘어 시중은행 잡는 '상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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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설립 인가 5년 인터넷전문은행, '메기' 넘어 시중은행 잡는 '상어'될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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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2008년 실패 후 삼고초려 끝에 제도 도입
- "신기하다, 충격적"···은산분리 강력 규제 아래 시중은행 '긴장'
- 카카오뱅크 독주, 케이뱅크 추격, 토스뱅크 내년 출범
- 24년 만에 첫 은행 설립,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과 향후 과제

 

2015년 10월 1일,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출사표가 공개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3개 신청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5년이 흐른 현재 결과부터 말하자면, 카카오뱅크의 독주 속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토스뱅크가 2019년 12월 16일 '재수' 끝에 예비인가에서 적격 판단을 얻었다.

바야흐로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금융시장 긴장시키는 '메기'를 넘어 시중은행 잡는 '상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 = 금융위원회 제공

 

◆ 그날

서비스가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영업하는 은행을 가리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개념이 처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말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되면서 기존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터넷 금융거래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된다.

은행 서비스만을 놓고 보면 1999년말 13개 은행이 인터넷뱅킹 서비스 제공을 시작해, 도입 2년 만에 이용고객이 1000만명, 당시 인구 기준 24.2%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대규모 IT투자비용 및 마케팅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만이 이와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인터넷전문은행, 2002년 4월 당시 금융당국의 표현을 빌자면 '인터넷뱅크' 역시 향후 이용고객 확대와 인프라 확산으로 출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이 역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viable size)'를 갖춘 은행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금융당국은 2015년 6월 18일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법 제·개정 및 본격 서비스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물론 이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도는 두 차례 추진되다 무산된 적이 있다. 2001년에는 롯데, SK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은산분리 규제 ▲금융실명제상 제약 ▲대기업 중심 추진방식에 대해 논란이 무성했고 결국 무산됐다.

2008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은행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며 논의가 중단됐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하며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 경쟁 촉진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필요성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금융소비자의 측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IT인프라를 활용해 접근성을 제고하고, 금리나 수수료 등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비대면거래가 90% 이상으로 증가한 추세 속에서, 보수적인 은행권 영업행태 혁신을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향후 ICT와 금융산업의 융합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서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점도 감안했다고 볼 수 있다.

2015년은 가히 인터넷전문은행 태동의 해라고 봐도 좋은데, 연초부터 민관합동 TF를 중심으로 12차례에 걸친 주제별 심층토론, 공개토론, 금융개혁자문단회의 등을 거치며 본격적인 제도도입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 그후

카카오뱅크 '충격'···은행은 어떻게 바뀌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얻은 것은 케이뱅크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12월 14일 제22차 정례회의에서 케이뱅크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했는데, 이는 지난 1992년 지금은 사라진 평화은행을 인가한 이후 24년만의 은행 신설 인가였다. 

카카오뱅크가 본인가를 얻은 건 2017년 4월이며, 7월 정식 출범했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카카오뱅크는 앞선 자본력과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업계를 주름잡는다.

특히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범한 이후, 2017년 9월과 2018년 4월,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케이뱅크가 주춤하는 사이 치고나간다.

카카오뱅크의 초반 스프린트를 단순히 '자본력'으로만 규정하는 건 불충분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개념어가 구태의연하게 들릴 정도로 이미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논의 때와 천지개벽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는 다름아닌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은행의 2019년중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하루 평균 조회·자금이체·대출신청 등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 및 금액은 1억5600만건, 4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모바일뱅킹의 이용 건수는 9700만건, 이용 금액은 6400억원이다.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용 건수 면에선 61.9%, 이용 금액은 13.1%에 달하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금융권 안팎이 떠들썩했던 2016년,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건수 기준, 기존 창구 채널의 이용 비중은 10.9% 수준이었다. 이후 2017년 10.0%, 2018년 8.8%, 2019년 7.9% 등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2020년의 통계가 어떨지 기대된다.

그에 반해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의 점유율은 2016년 42.1%에서 2019년 59.3%까지 치솟았다. 창구, CD/ATM, 텔레뱅킹 등 타 채널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유일하게 인터넷뱅킹만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카카오뱅크에게 기회였다. 이미 새로운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맞춰 각자의 서비스 정비를 완료했다고 생각한 기성 은행들에게 카카오뱅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이야 차치하더라도, 이미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은행원들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2017년 카카오뱅크가 정식 출범한 이후 한 시중은행 직원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

"카카오뱅크에 가입해서 마이너스 통장 가입까지 순식간이더라. 물론 접속이 잘 안 되어서 몇번이고 연속으로 눌러야했지만, 그건 곧 안정화될 테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존의 금융권은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것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키움증권이 처음 나왔을 때 '오프라인 매장 없는 증권사가 되겠어?'라고 이야기했지만, 지금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압도적 1위다. 기존의 강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앞세운 신진기업에게 무너지는 것은 기존에 그들이 가진 것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규제 아래 기존의 금융권들은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안주하며 천천히 발전해 왔다. 시장은 변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신진기업들만큼 혁신을 할 수가 없다. 이제 기술력을 가진 신흥 강자들이 급격히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성 은행 모바일 앱의 UI/UX 변화상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가 은행산업에 미친 영향을 더욱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서비스별로 너저분하게 분산 개발됐던 모바일 앱을 통합형으로 정비하고, 핵심 정보를 명료하고 찾기 쉽게 재배치했으며, 타 플랫폼 혹은 타 기관 서비스와 연동을 강화하는 등의 대대적 개비에 나선 것이다.

2020년 현재, 보다 막강한 외연을 갖춘 기성 은행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카카오뱅크의 숙제다.


절차탁마 케이뱅크, 와신상담 토스뱅크
 
한편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차질을 빚으며, 카카오뱅크가 업계에 충격을 안기며 독주하고 있는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 없었다.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던 초창기부터 늘 논란거리였던 '은산분리' 이슈가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 7월 말 BC카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의 3대 주주 체제를 공고히 하며, 4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8월말 선보인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사전 접수에서 2만6458명이 몰려 경쟁률 26:1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신청자와 관련된 정보 중 30대 후반~40대 초반 신청자가 전체의 약 55%에 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한 50대 이상 신청자도 13%에 달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미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은행서비스 이용이 최신 기기 사용에 능숙한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의미다.

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보다 저렴한 금리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품이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게 된 사례다.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은 토스뱅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작년 12월 16일 금융위원회 예비인가를 얻었다.

주요 주주로는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중소기업중앙회 등 11개사로 구성돼 있다.

본인가는 내년 초 정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를 감안하면, 토스뱅크의 공식 출범은 내년 중반 정도로 가늠된다.


▲ 위 부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의 모바일 서비스 화면. 비슷한 느낌의 구성으로 UI/UX의 방향이 대동소이함을 보여준다. (사진 = 각 사 제공)
▲ 위 부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의 모바일 서비스 화면. 비슷한 느낌의 구성으로 UI/UX의 방향이 대동소이함을 보여준다. (사진 = 각 사 제공)

 


◆ 그리고,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존재적 고민


2015년 10월 예비인가 접수를 시작으로, 5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전문은행은 왜 존재해야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비교적 확실시된 내용이 있는가 하면, 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 점들도 있다.

우선 은행산업 내에서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재무적 성과나 실적 지표들이 보여주는 것 외에도,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고려한 변화를 추동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단순 선호도를 넘어 '팬덤'으로까지 불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냈던 점은, 기존 은행권이 소비자들을 얼마나 고압적인 자세로 대했는지 보여주는 현상이다.

특히 국내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와는 달리, 좀더 시간을 두고 준비해 시작됐다고 보면 좋은데, 남들보다 앞서서 시장을 개척했던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과도한 경쟁을 앞세워 수익률과 건전성에 문제가 생겨 사업을 접거나 지지부진해진 외국의 사례와 대비된다.

그렇다 해도 차별화된 사업모델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내의 금융소비자들이 대출을 이용할 때 고신용자의 1금융권 저금리 상품의 이용, 저신용자의 1금융권 외 고금리 상품의 이용이란 양극화 구조를 흔드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에게 부여된 기대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당초 설립 및 인가 취지와 별개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는 갈 길이 멀다.

대면 점포를 배제하는 형태를 감안하면, ICT와 은행업의 융합으로 신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현재로선 답보상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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