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전조라는데… ‘재난 정쟁’ 일삼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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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전조라는데… ‘재난 정쟁’ 일삼는 국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8.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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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기록 갈아치우는 올해 장마… 글로벌 이상 기온 잇따라
기후위기 전조 우려… "그린뉴딜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못 박아야" 지적
국회는 ‘재난 정쟁’… 역대급 산사태 피해에 태양광 정책 엮어 비판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마 관련 기록들이 새롭게 쓰이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장 기간을 넘어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런 이상 기온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운동도 벌어진다.

이 상황에도 국회에서는 장마로 인한 산사태 원인으로 ‘태양광’을 지목하며 정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태양광과 산사태 사이의 직접적 상관관계는 미약한 수준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역은 지난 6월 24일 시작된 장마가 이날까지 49일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세운 기록과 함께 역대 가장 장마가 긴 해로 기록됐다. 1987년 8월 10일이었던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의 기록도 깼다. 제주 지역 역시 지난 6월 10일 시작해 49일째인 지난 달 28일 끝나면서 이전까지 가장 길었던 1998년의 47일 기록을 깼다.

올해 장마는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 이상고온으로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지는 등 영향을 받았다. 올여름의 장마는 현재 우리나라에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두 달째 계속되는 폭우와 홍수로 5000만명 넘는 수재민이 발생했다. 일본과 남아시아에서도 큰 물난리가 발생해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폭우가 계속되면서 외부에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시작된 운동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다.

이 운동을 생각해 낸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로 생긴 코로나19 사태와 폭우 등을 장마 때문에 알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자 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문구가 떠올랐다”며 “지금의 극단적 기상 현상이 기후위기로 인한 점을 많이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번 장마 기간 산지 태양광 12건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정책을 비판하는 데 나섰다. 정부의 무리한 태양광 사업으로 환경이 훼손됐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잘못됐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2011~2019년 장마철 강수량, 산지 태양광 허가면적, 산사태 면적.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11~2019년 장마철 강수량, 산지 태양광 허가면적, 산사태 면적.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태양광이 산사태를 일으켰다는 일련의 주장들에 대해 산업부가 내놓은 해명자료를 보면 직접적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 올해 폭우로 인한 산지 태양광 피해가 모두 12건(가동중 설비 8건, 공사중 설비 4건)인데, 이는 올해 발생한 산사태 1174건의 1% 정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산지 태양광 허가 1만2721건과 비교하면 0.1%에 불과하다.

실제 산사태 발생면적은 장마철 강수량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산지 태양광 허가면적이 21~44ha에 불과한 2011~2013년에는 산사태 발생 면적이 824ha, 492ha, 312ha로 나타났다. 산지 태양광 허가면적이 1024~2443ha로 당시보다 500배 가량 늘어난 2017~2019년에는 산사태 발생 면적이 94ha, 56ha, 155ha였다.

올해 12건의 산지 태양광 피해를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올해 평균 강수량은 현재까지 700mm 정도로 집계 기간인 2011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산지 태양광으로 인한 환경훼손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한 노력도 해왔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태양광 산지 일시사용허가제도 도입과 경사도(25→15도) 허가기준 강화, 개발행위준공필증 제출 의무화, 산지중간복구 의무화 등의 제도 개선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이에 따라 2019년 산지 태양광 발전설비의 허가건수와 면적은 2018년도 대비 각각 62%, 58%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앞으로 더 잦아질 기후위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빠르게 전환하지 않을 경우 지금의 전조 현상들이 막을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위기는 올해 초부터 겪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거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김지은 사무처장은 “현재 그린뉴딜 정책에는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시기를 명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 의지는 빠져 있고, 전기차 증가 등만 담긴 친기업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 목표와 기후위기로 인해 심각하게 피해를 입을 농업 부분 등 대책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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