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시대, 교사 유튜버는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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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시대, 교사 유튜버는 안 될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4.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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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미디어, 따라잡기 급급한 제도
▲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알리는 교육부 (사진 = 교육부 홈페이지 캡쳐)
▲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알리는 교육부 (사진 = 교육부 홈페이지 캡쳐)

 

"별풍선은 그만! 전 BJ가 아니예요."

부산대 물리학과 김복기 교수는 코로나19 탓에 '아프리카TV'를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다 언론에 회자됐다.

수업 도중 아프리카TV에서 사용하는 사이버머니 격인 별풍선을 장난 삼아 학생들이 보낸 것.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받은 30개 가량의 별풍선을 돌려주기 위해 명단을 확보해 학과사무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별풍선 1개는 부가세 별도 100원이고, BJ의 인기도에 따라 60%~70% 가량이 돌아간다고 하니, 김 교수는 2000원 가량을 받은(?) 셈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풍경들이 속출한다.

4월 9일 중·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

지난 3월 31일 유치원을 제외하고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각종 학교의 온라인 개학에 대해 발표하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시에도 천막학교를 운영했던 대한민국 교육 역사 70년을 되돌아본다면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상이 어떨지 '곧' 불거지겠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철두철미한 준비를 갖춘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의 교육현장은 '정보화'와 거리가 멀다.

▲ 학교에서의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 (자료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 학교에서의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 (자료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 (자료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 (자료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올해 <OECD PISA 2018을 통해 본 한국의 교육정보화 수준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IT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한국의 평가는 박하다.

가정에서 디지털기기 접근성은 OECD 31개국 중 28위, 학생 수 대비 PC 비율을 37개국 중 32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학습과 관련해 학교에서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은 32개국 중 31위 수준이다.

이런 최하위 수준이 결코 학생들이 디지털기기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학습과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현실이 아니다.

일선 교사들 역시 매한가지인 실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부터 쓰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 10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같은 답일 것이다.

 

교사·공무원, 겸직 금지라 유튜버도 못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익숙하지 않은 화상강의를 해야할 상황과는 별개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디지털·영상 스트리밍 매체는 익숙하다.

SNS, 유튜브 등의 서비스는 단순히 정보전달이나 오락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소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서 해프닝에서 소개된 것처럼 인터넷 개인방송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도 많아졌고, 어린 학생들은 장래희망으로 손꼽고 있으며, 이미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성인들도 부업을 꿈꾼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초·중·고교 교원 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공무원이 원칙적으로 영리행위와 겸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으로 유튜버 활동 등을 통해 수익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를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지침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1월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반영했다.

기본방침으론 원칙적으로 직무와 관련 없는 취미, 자기계발 등 사생활 영역의 방송 활동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직무와 관련된 방송 활동인 경우에는 소속 부서장에게 사전보고를 하고, 홍보부서와 협의를 거치면 가능하다.

기관 자체의 채널을 통한 정책설명, 전문지식이나 경험 공유 등은 오히려 활동이 권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떠나,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는 준수해야 한다.

이는 ▲직무상 비밀 누설 금지 ▲공무원으로서 품위 유지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의 결성 및 가입 관련 행위 금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기 위한 행위 금지 ▲직무능률을 떨어뜨리는 행위 금지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득을 취하는 행위 금지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 금지 등이 의무에 속한다.

또 ▲타인의 명예나 권리 침해 ▲비속어 사용 ▲폭력적·선정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는 금지된다.

특정 상품을 광고하거나 후원 수익을 받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공무원이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으로 각 플랫폼에서 정하는 수익창출 요건을 충족하고, 이후에도 계속 개인방송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겸직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수익이 최초 발생하면 신청해야 한다.

공무원 임용 전부터 활동을 하던 사람이라면 임용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겸직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소속기관장은 콘텐츠의 내용과 성격, 콘텐츠의 제작 및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등을 구체적으로 심사해 준수할 사항을 위반하지 않고 담당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 1년 단위로 겸직을 허가한다.

겸직을 연장하려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에 앞서 언급한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정도에 따라 허가 취소, 콘텐츠 삭제 요청, 활동 금지, 징계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 교원의 시도별·학교별 유튜브 활동 현황 (자료 = 교육부 제공)
▲ 교원의 시도별·학교별 유튜브 활동 현황 (자료 = 교육부 제공)

 

인사혁신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원을 제외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63개의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26개 부처에서 60명의 공무원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2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 3명 있었다.

직급별로 보면 5급 이하가 5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4급이 2명 있었다.

플랫폼은 유튜브가 55개 채널로 가장 많았다.

유튜브 광고수익 발생 최소 요건인 구독자 1000명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인 53개 채널이 미만이었다.

1000명이 넘어 수익이 발생하는 채널은 10개였다.

콘텐츠는 여행, 운동 등 취미와 관련된 주제가 38개 채널, 지역축제나 문화유적 등의 지식을 제공하는 채널이 16개, 일상 브이로그가 8개, 종교활동 채널이 1개였다.

지방공무원은 75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립학교를 포함한 교원은 1248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작년 4월 1일 기준 국·공·사립 교사를 대상으로 유튜브 활동 실태를 조사했는데, 934명의 교사가 976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찬가지로 수익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 구독자 수를 보면 879개 채널이 1000명 미만이었고, 그 이상은 97개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운영하는 채널은 2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기도 했다.

▲ 교원의 학교별 구독자 수 현황 (자료 = 교육부 제공)
▲ 교원의 학교별 구독자 수 현황 (자료 = 교육부 제공)

 

어쩌면 현재 이와 같은 상황은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교사·공무원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 개인방송에 참여할지 모른다.

당장 글머리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을 업무로서 수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들 교사·공무원들의 인터넷 방송 활동을 보장하거나, 혹은 규제할 근거는 대단히 미흡하다.

이미 인터넷 개인방송이 다양한 채널에서 활성화돼 있음에도, 비교적 최근 마련된 '지침' 역시 모호하다.

소속기관장이 전적으로 겸직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같은 내용의 콘텐츠라도 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지가 높다.

일각에선 상위법령의 근거 마련 등을 통해 현행 지침의 '겸직허가'와 같은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령 겸직허가와 관련해 '직무능률을 저하시키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아니라, 가령 등산, 운동, 음주 등의 개인활동으로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뭐란 말인가?

교사·공무원이란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여타 직업인들보다 사회적 파장이나 책임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콘텐츠의 질이나 저속성과 같은 주관적 판단은 차치하고서라도,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시각이 확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누가 어떻게 모니터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복해 언급하게 되는 겸직허가의 문제는 또한 결국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과 맞물린다.

또한 아프리카TV와 유튜브의 수익 발생 구조가 각기 다른 것처럼, 겸직허가의 절차를 어떤 식으로 가져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가령,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광고수익 발생 요건을 넘어선 구독자를 확보했음에도 수익을 창출할 의지가 없어 구글과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경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말이다.

현재는 실제 수익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인 절차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 그동안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정치참여에 대한 권리 등의 논란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인터넷 개인방송 등이 더욱 활성화되어 사회적 소통을 위한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는다면, 과연 이들의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보장은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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