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과 금융의 라이프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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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과 금융의 라이프사이클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2.2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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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금융 변모에 노령층 소외
- 정보 격차로 각종 '소외' 불거질 것
- 규제 완화와 강화의 딜레마
사진 = 녹색경제신문 DB
사진 = 녹색경제신문 DB

 

금융산업은 '정보'와 밀접하다.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가 생성되고, 저장되며, 이전되고, 분석되어, 활용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CT기술과 만난 금융산업은 새로운 전환기에 놓였다.

변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위협들이 금융산업 변화를 가로막을지 모른다. 

 


디지털금융, 명암

새롭게 변모할 금융산업의 미래를 거칠게 '디지털금융'이라고 표현하자면, 디지털금융으로 변화는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내지는 발 빠른 정보를 갖고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던 금융상품들이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보통 소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흔히 이용하는 대출상품의 경우에도, 이전에는 등급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산정된 등급이 낮아 대출 문턱이 높았던 이들에게도 합리적인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보험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보다 방대하고 정교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앞으로의 금융상품들은 더 많은 이들이 더 쉽게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금융회사들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 디바이스의 발달로 이제 비대면 거래는 그 규모가 과거의 대면 거래량을 넘어서고 있다.

 


노인소외와 금융소외의 교집합

변화의 이면은 그늘졌다.

우선 고령층의 금융소외는 가속화하고 있다.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8.7%, 70대 이상은 6.3%이다.

이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찾아가는 금융회사 영업점은 급감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만해도 2012년 17개 은행이 7702개였으나, 2018년 6765개로 1000곳이 줄었다.

특히 농어촌지역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문제다.

통계청의 2018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가구 대비 농가의 비율은 5.2%로 102만1000가구다.

농가 인구는 23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4.5%를 차지한다.

농가의 연령 분포를 보면 70세 이상이 74만5000명으로 32.2%다.

고령인구라고 말하는 65세 이상의 비율은 44.7%다.

전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14.3%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60세 이상으로 허들을 내리면 58.0%다.

만약 17개 은행이 전국 곳곳에 고른 비율로 영업점이 분포해 있고, 일제히 같은 비율로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현실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시골의 노인들이 갈 은행이 없다.

제2금융권인 경우가 많다.

금융상품 이용도 제한적이고,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도 높다.

노인들에게 비대면 채널 이용은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 58.8%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으로 답했다.

젊은이들에게도 골아픈 고위험 상품군의 불완전 판매도 일어난다.

금감원에 따르면 난청의 79세 치매 환자에게 DLF 판매 건에 대해 배상하라는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회와 위협

금융회사들이 보다 폭 넓은 데이터를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 다양하게 접목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경우,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국면만은 아닐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이 상존한다.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 불이익에 대한 항변도 쉽지 않다.

불이익에 대한 인지도 쉽지 않다.

이미 기성 금융회사들이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판매채널이 등장하며 소규모 신규 진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위험의 요소는 커진다.

단기간 수익 확보를 위한 모럴헤저드가 판을 칠 우려도 크다.

금융당국의 감시, 견제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감시, 견제가 부족해서 금융사고가 터졌던 것인가?

한국금융연구원의 이규복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상품의 개발-판매전략수립-판매-판매후관리단계 등 라이프사이클 상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감독당국과 회사의 인력 및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내부적 역량강화만이 아니라 독립적인 관련 전문가가 개입해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디지털금융 상품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세분화된 상품들이기 때문에 소비자입장에선 해당 금융상품의 내용이나 판매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부적합한 상품이 판매됐음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감독 당국 및 소비자단체 등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도 특히 DLF 사태, 사모펀드 환매 지연 등 이후 "금융투자상품의 라이프사이클 단계별로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수행해야 할 세부 행위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영국이나 EU 수준의 관리규제와 법제화도 추진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 도입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CEO의 책임론은 금감원 중징계가 결정된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의 사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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