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멈춘’ 월성 1호기, 7000억 공방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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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멈춘’ 월성 1호기, 7000억 공방전 남았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2.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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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영구정지 결정, 월성 1호기 폐쇄절차 시작
수명연장 비용 7000억원 두고 찬반 논란 거세질 듯
원전 안전 전문가 “최신 기술 기준 반영 안돼… 실제 비용 더 높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원안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원안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4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를 결정한 원전이 됐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환영 성명을 보냈다. 영구정지 결정된 월성 1호기는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사실상 다시 운전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다만, 감사원 감사·원안위 소송·경제성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안위는 112회 전체 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10월과 11월 열린 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도 위원들 사이 의견 차가 심했다. 결국 표결에 부쳐 7명의 참석 위원 중 5명이 찬성해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올해 2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안위에 신청한 운영변경허가가 10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행법상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할 방법은 없다. 영구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원전을 다시 가동하기 위한 법률적 권한이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장은 “사업자인 한수원에서는 이제부터 월성 1호기 페쇄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법률적으로는 영구정지된 원전을 다시 가동할 절차와 규정이 아예 없다”며 “감사 과정에 한수원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처벌을 받는 선에서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를 둘러싸고 남아 있는 굵직한 사안은 감사원 감사다. ‘경제성’ 문제가 쟁점이다. 지난 9월 국회에서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7000억원을 들였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30개 남짓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24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KT 건물 앞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30개 남짓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24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KT 건물 앞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원전 전문가로 구성된 참과학연대와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9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가동 문제점 설명회’를 열고 경제성 논란을 집중 진단했다.

월성 2~4호기 설계를 담당했던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 강화된 원전 안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초기설계인 1977년판 기준을 수명 종료가 3년 남은 시점인 2009년판에 그대로 적용시켰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코드 합치화를 빠뜨렸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체르노빌 이후 캐나다형 가압중수로에 적용된 격납건물 안전기준(R-7)이다. 심지어 월성 1호기 이후 건설된 월성 2~4호기에도 적용된 이 기술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 적용되지 않았다.

규제 기관에서는 스스로 모순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월성 2~4호기 건설 과정에는 설치했던 격납용기 관통배관의 이중화 격리밸브를 1호기 계속운전 결정 과정에는 달지 않은 것이다. 이를 지적하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2호기 때와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는 게 이정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2호기 때는 이를 개방계통으로 분류해 밸브를 추가로 더 달게 했으면서, 1호기는 왜 1개밖에 없냐는 점을 지적하니 폐쇄계통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쳤다면 더 많은 돈이 들었을 거라고 설명했다. 실제 월성 1호기와 같은 노형인 중수로 원전의 종주국인 캐나다에서는 제틸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고비용이란 점 때문에 포기했다. 상업가동 시기(1983)와 설계 수명 만료(2012)가 동일한 젠틀리 2호기는 수명연장 비용평가에서 약 4조원이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7000억 원을 썼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5383억 원을 썼다. 남는 1300억 원 가량은 터빈 교체에 쓰는 대신 주민 설득용으로 썼다”며 “관련 시스템 교체, 인프라 서비스 개선 비용 등 안전 비용을 꼼꼼하게 반영하지 않은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현재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두고 행정소송을 열고 있기도 하다. 원안위가 앞서 2015년 월성 1호기의 10년 연장 운영을 결정하자 시민 2000여명이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원안위는 1주일 뒤 항소했다. 한쪽에서는 수명연장 결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원안위가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셈이다. 원안위의 어정쩡한 처지가 문제가 될 여지도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안위는 안전경제성에 초점을 두고 폐로 결정 과정에 기술적 판단만 하면 된다”며 “그런데 정치적으로 개입해서 판단을 유보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전면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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