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반정부 시위로 지난달부터 319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이어지자 유엔이 이라크 정부에 단계별 사회안정안을 권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은 격화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10일(현지시간) 이라크 정부에 제시했다.
유엔이라크지원단은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선거 개혁, 부패 척결 조치 등 장·단기 대책을 내놨다.
즉각 시행할 조처로는 ▲지난달 1일부터 구금된 평화적 시위자들의 전원 석방 ▲군경의 시위자 납치사건에 대한 전면적 수사 ▲시위 및 진압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 대한 기소와 처벌 등이 담겼다.
유엔이 이라크 정부에 구체적 행동 지침까지 제안하고 나선 것은 시위진압이 학살에 가까운 인권유린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라크 의회 산하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가 시작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총 319명이 사망했고 1만5000여명이 다쳤다.
그러나 시위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심각성을 인지해 이라크 당국자들에게 시위 현장에서 군경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헤바 모라예프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정부는 집회·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시민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모라예프 국장은 "이 '피바다'는 멈춰야 하며, 책임자들은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며 "군경이 계속 시위자들을 쏘고 죽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개혁 및 조사 약속은 공허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라크에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는 만성적인 실업난과 공공 서비스의 부족,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시위는 정부의 개혁 정책 발표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24일부터 다시 바그다드와 이라크 남부에서 지속되고 있다.
군경은 정부 청사와 외교 공관이 있는 티그리스강 서쪽 그린존으로 시위대가 근접하지 못하도록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시위대에 최루탄뿐만 아니라 실탄까지 발사하는 강경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