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규제가 오히려 편법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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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규제가 오히려 편법 조장
  • 조원영
  • 승인 2016.07.1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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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BMW, 헨켈 등 100년 이상 장수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제도 덕분에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규제가 오히려 편법승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기업 승계 원활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제도 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포드(Ford)의 경우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 일본 등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독일의 BMW는 다양한 회사형태를 보장하는 독일의 회사법을 활용해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했다. BMW는 자녀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6년에 걸쳐 증여함으로써 상속증여세 납부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독일의 헨켈(Henkel)은 1985년 가족지분풀링협약(Family share-pooling agreement)*을 체결해 승계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을 방지해왔다. 이를 통해 헨켈은 현재 의결권의 50% 이상을 가문이 확보하는 등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올 수 있었다. 독일 법원도 헨켈(Henkel) 사례와 같은 가족 협약을 민법상 조합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또 네덜란드의 하이네켄(Heineken)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 다층적 지주회사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층의 구조를 만들어, 가장 하위단계에 있는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상속자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하이네켄은 1952년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하이네켄 지분관리회사 A와 1973년 하이네켄 지분관리회사 A의 지분을 절반가량 소유하고 관리할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 B를 설립한 후, 지분관리회사 B의 지분의 80% 가량을 하이네켄 가족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하이네켄 가족은 의결권 과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산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접적 지분율(20%)을 가져, 상속세 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기업승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 해외 대기업 경영권 승계 사례 >

기업

(가족,국적)

기업연수,

매출액 및

종업원수(15년)

승계 세대 및

지분 보유

자손 인원수

기업승계 관련

활용 제도

특징 및 시사점

Ford

(Ford,

미국)

·113년

·1,406억 달러

·99,000명

·4세대

·다수(86명)

·차등의결권

·공익재단

·차등의결권

가문 내 거래 협약

창업주 Henry Ford가 1935년 차등의결권과 재단설립을 결합, 상속세 부담 최소화 및 지배력 유지하는 방식으로 승계

차등의결주에 대한 가문 내 주식거래 협약으로 세대를 넘어 지분 및 지배력 희석 문제 해결

Ford Foundation, Ford Fund 등을 통한 공익기여

BMW

(Quandt, 독일)

·103년

·921.7억 유로

·122,244명

·3세대

·소수(2명)

·지배력 유지 및

승계목적의 지분관리회사

Quandt 그룹의 승계과정에서 BMW 지분은 마지막 결혼에 따른 직계가족에게만 승계하여 지분 분산 및 갈등 방지

직접적인 지분증여가 아닌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장기간에 걸쳐 증여하는 방식의 승계플랜을 통해 상증세 부담 완화 및 지배력 유지

Henkel

(Henkel,

독일)

·140년

·189.9억 유로

·50,000명

·5세대

·다수(150명)

·가족지분 풀링협약

·일부 가족이

설립한 재단

가족 간 합의를 통한 총수 선출 및 가문 지배력 희석 방지를 위한 가족지분풀링협약

1985년 최초 체결, 3회 연장으로 2033년 유효

협약은 판례를 통해 민법상 조합으로 법적 지위 인정

가족 간 다양한 소통기회로 유대감 강화 및 기업가치 공유

Heineken

(Heineken,

네덜란드)

·152년

·205.1억 유로

·73,767명

·4세대

·소수(1명)

·다층적 지주회사

·공익재단

각 세대별 소수 자손으로 지분 분산 또는 상속관련 갈등 없이 승계

2단계 지주회사지배구조로 승계과정 지배력 유지와 상속세 완화

공익재단을 통한 상속세 완화

여러 세대에 걸친 기업존속을 고려한 장기적인 기업승계 계획

한편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승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기업승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반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게다가 상속증여세법 조항에 따라 공익재단 출연 주식 규제, 지배주주 주식 할증평가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승계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대기업 차원에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기업승계에 대한 사전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하며, 지분을 승계하고 보유하는 가족 구성원간에 기업 가치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기업 경영권 승계 해외 사례를 보면 기업승계 과정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거의 없다”며, “우리 대기업들도 기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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