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쇠구슬 이용 그래핀 '질소 도핑' 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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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쇠구슬 이용 그래핀 '질소 도핑' 쉽게 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1.0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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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트 연구팀,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질소기체 분해 가능
쇠구슬끼리 부딪히게 되면 쇠구슬 표면이 활성화(activated surface)된다. 활성화된 표면에 질소 기체(N2)가 붙어 질소 원자(N*)로 분해된다. 일시적으로 팽창돼 있던 쇠구슬이 수축하면서 질소 원자 쇠구슬에서 떨어져 그래핀에 도핑된다. [사진=유니스트]
쇠구슬끼리 부딪히게 되면 쇠구슬 표면이 활성화(activated surface)된다. 활성화된 표면에 질소 기체(N2)가 붙어 질소 원자(N*)로 분해된다. 일시적으로 팽창돼 있던 쇠구슬이 수축하면서 질소 원자 쇠구슬에서 떨어져 그래핀에 도핑된다. [사진=유니스트]

그래핀(Graphene)은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더 좋은 성질의 그래핀을 위해 질소 도핑(결정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질소 도핑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이뤄졌다. 국내 연구팀이 쇠구슬의 탄성 에너지를 이용해 질소 도핑을 더 쉽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

유니스트(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은 쇠구슬(Ball Mill)을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질소기체를 손쉽게 분해하고 질소가 도핑된 탄소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 질소 도핑법에는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했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도 질소 도핑이 가능하다. 쇠구슬끼리 부딪힐 때 나오는 에너지 덕분에 온도와 압력 제약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핀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데 전자의 에너지 구조인 밴드 격차(Band Gap, 밴드갭 크기에 따라 전자 흐름(전류)이 결정되며 도체, 반도체, 부도체로 나뉜다)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반도체 같은 전자소재에서 전류 흐름을 조절하려면 밴드 격차 크기를 달리해야 한다. 그래핀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래핀에 다른 물질을 도핑해 그래핀 내부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도핑하는 물질로는 질소가 가장 많이 쓰인다.

그래핀에 질소를 도핑하려면 먼저 질소기체(N₂)를 질소원자(N)로 쪼개야 한다. 질소는 원자 간 결합이 매우 강해 증기 증착이나 플라즈마 분해처럼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그래핀에 질소를 도핑할 경우 함유량이 1% 내외에 그쳤다. 질소 함유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반응 조건이 단순한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백종범 교수팀은 저온 저압에서 단순한 공정으로 질소를 도핑하는 데 ‘쇠구슬’을 이용했다. 통 안에 질소기체와 그래핀, 쇠구슬 여러 개를 넣고 강하게 회전해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통이 회전하면 쇠구슬끼리 부딪히면서 표면이 활성화된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쇠구슬의 탄성 에너지로 바뀐다. 이 에너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팽창한 쇠구슬 표면에 질소기체가 붙으면서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지면서 분해된다.

팽창했던 쇠구슬이 압축하면 표면에 붙었던 질소가 원자 상태로 떨어져 나간다. 이때 그래핀에 질소가 도핑된다. 통이 회전하면서 이런 반응은 반복되는데 그래핀에 더 많은 질소를 도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쇠구슬의 재질과 크기, 회전속도, 시간을 조절해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그 결과 섭씨 40도에서 1바(bar, 압력 단위)도 안 되는 압력으로 16%의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했다.

백종범 교수는 “낮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간단한 공정으로 질소가 포함된 탄소체를 만드는 방식이라 대량생산에 적합하고 경제성이 높다”며 “손쉽게 따라 할 수 있어 다양한 물질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1월 1일 자 온라인(논문명: Dissociating stable nitrogen molecules under mild conditions by cyclic strain engineering)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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