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 종부세 회피 ‘꼼수’?…2년 새 시중은행서 34%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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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 종부세 회피 ‘꼼수’?…2년 새 시중은행서 34% 늘어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9.10.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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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도 1주택자 세율 적용…부동산 규제 강화된 2017년 이후 급증
5대 시중은행 모두 20% 이상 증가율 기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를 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부동산 신탁의 규모가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부동산 신탁 규모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33.9%나 증가했다.

부동산 신탁은 땅이나 건물 주인에게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아 관리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주인에게 지급하는 사업이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신탁 재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조3711억원으로 지난 2017년 말(27조1558억원) 대비 33.9% 증가했다.

지난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7.6% 늘었고 2016년에는 1.2%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증가폭은 크게 확대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증가세가 가장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의 부동산 신탁 규모는 2017년 말 1075억원에서 7812억원으로 626.7%나 증가했다. 규모로는 전체의 2.1%에 불과했지만 약 2년 만에 7배 이상 불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2조3642억원에서 4조371억원으로 70.8% 늘었다. 농협은행은 1조9058억원에서 2조8975억원으로 52.0%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증가율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지만 규모로는 1·2위를 다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전체 부동산 신탁의 78.8%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10조7162억원에서 14조650억원으로 증가해 31.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12조621억원에서 14조5903억원으로 21.0% 늘었다.

이는 2017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신탁을 통해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명의는 신탁회사로 바뀌고 집주인은 1주택자가 돼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명의 이전과 관련 없는 일반적인 방식의 부동산 신탁 상품도 있다”면서도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단순 명의 이전의 부동산 신탁 상품을 판매해 고객들이 세금 회피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군포갑)은 지난 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2017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이후 신탁 규모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탁을 맡기면 종부세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부동산 신탁재산 건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지난 2017년 말 4만791건에서 2018년 말 5만4027건으로 32.4%(1만3236건) 증가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 기준 벌써 6만682건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또한 김 의원은 부동산 신탁이 종부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배경에 대해 “2013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신탁재산의 납세의무자를 위탁자(개인)에서 수탁자(신탁사)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다주택자가 주택을 신탁할 경우 1주택자 기준 일반세율을 적용하므로 누진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과세구간별 세율표에 따르면 공시지가 10억원 주택을 3채 보유한 경우 1.3%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1주택 거주, 2주택 신탁하면 3주택 모두 각각 1%의 일반세율을 적용해 0.3%의 세 부담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명의신탁이 세금 탈루 수단인 ‘꼼수 신탁’으로 변질됐다”며 “기획재정부는 행정안전부·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신탁 세제의 빈틈을 메울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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