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슈퍼 301조’ 법안 발효 가시화 …한국 환율 정책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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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슈퍼 301조’ 법안 발효 가시화 …한국 환율 정책 경고등
  • 조원영
  • 승인 2016.02.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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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환율 조작국에 제제를 가하는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이하 BHC 법안) 수정법안 발효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미국은 무역법 1974을 새롭게 수정한 ‘무역촉진법 2015’*를 발의하고 상하 양원 통과를 거쳐 현재 대통령 서명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BHC 법안은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법안이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BHC 법안이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 외환, 통화, 산업 등 경제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HC 법안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 중 환율개입(의심)국가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확대하고 필요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나라가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할 경우 이를 수출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불공정무역행위로 간주해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IMF와 WTO를 통한 국제사회 제재 뿐 아니라 통상·투자 부문에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BHC 법안은 미국이 교역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나 관행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인 슈퍼 301조*의 외환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 BHC 법안은 상대 국가의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해당 국가 전체에 법을 적용하고 있어 슈퍼 301조보다 더욱 강력하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세계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BHC 법안이 지난해 2월 발의돼 3개월 만에 상하 양원을 통과하는 등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자국 내 불안과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폭이 GDP 대비 3%대를 전후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한경연은 “BHC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얻는 나라, 세계를 상대로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드는 나라,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입을 하는 나라들이 통화 저평가 여부에 대한 조사·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1차 적용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과 더불어 2000년 이후 지속적인 대미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3년간 전체경상수지 역시 GDP 대비 6%를 상회할 만큼 크다. 또 경제규모나 여러 가지 국제정치의 지형을 볼 때, 중국과 이스라엘보다는 우리나라와 대만처럼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고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한 나라들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해당법안의 잠재적 파급력을 사전에 점검하고 데이터와 새로운 연구결과에 기초한 외환·통상 외교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금융센터 등 관련 기관간의 공조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또 “미국무역대표부와 유사한 기능을 했던 기존에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키고 외환·통상 연계 부문을 추가한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각국의 대미무역수지 및 경상수지(2010년~2014년) >

각국의 대미무역수지흑자 (GDP대비)

구분

스위스

이스라엘

중국

대만

한국

홍콩

2010년

1.8

5.0

3.0

2.2

0.9

8.5

2011년

2.0

4.1

2.7

3.2

1.0

6.1

2012년

2.1

3.2

2.6

2.9

1.2

6.5

2013년

2.1

3.2

2.3

2.4

1.6

5.2

2014년

2.5

3.3

2.3

2.6

1.8

5.4

 

 

 

 

 

 

 

각국의 경상수지흑자 (GDP대비)

구분

스위스

이스라엘

중국

대만

한국

홍콩

2010년

14.9

3.4

3.9

8.9

2.6

7.0

2011년

7.6

2.6

1.8

8.5

1.6

5.6

2012년

10.3

1.7

2.5

9.9

4.2

1.6

2013년

11.1

2.7

1.6

10.8

6.2

1.5

2014년

7.3

4.2

2.1

12.3

6.0

1.2

자료: CEIC (대만 제외). 대만의 대미무역수지는 US Census Bureau의 상품수지(Trade in Goods)를, 대만의 경상수지는 IMF Econstats (2011년 이전)과 중국인민은행 (2012년 이후) 자료 사용 

참조: 본 표의 6개 주요흑자국의 선택기준: 미국의 주요교역국가들 중 2000년 이후 계속해서 대미무역수지와 전세계 대상 경상수지 모두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 스웨덴, 일본, 중국, 대만,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2003년 이후 계속) 등이 있음. 본 표에서는, 이들 중 최근 수년간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폭이 모두 GDP 대비 1%를 상회하고 있는 나라들을 선택하여 살펴보았음.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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