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수소탱크, '왜' 에펠탑 무게도 견디는 '탄소섬유'로 안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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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수소탱크, '왜' 에펠탑 무게도 견디는 '탄소섬유'로 안 만들었나?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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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수소탱크는 TYPE 4 연료탱크, 기존 연료탱크보다 더 가볍고 더 강하고 더 비싸
'저압 수소탱크'지만 실험시설... "더 안전한 탱크 사용했어야"라는 지적도
지난 23일 폭발한 강릉 수소탱크의 재질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수소차에 탑재된 수소탱크가 폭발하지 않고 '찢어지는' 재질로 만들어진 데 반해, 이번 강릉 수소탱크는 그야말로 폭탄처럼 터졌기 때문. <출처=KBS뉴스 캡쳐>

지난 23일 폭발한 강릉 수소탱크의 '재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수소차에 탑재된 수소탱크가 높은 압력과 큰 충격에도, 터지는 게(폭발하는 게) 아니라 찢어지는 데 반해 강릉 수소탱크는 그야말로 폭탄처럼 터졌기 때문.

27일 소재업계 관계자는 "수소에 탑재된 수소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 복합소재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 TYPE 4 연료탱크"라며 "금속재질로 만든 TYPE 1보다 무게는 60% 이상 가볍고, 10배 이상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예기치 못할 정도의 큰 충격을 받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지더라도, 탱크가 폭발하는 게 아니라 찢어져 수소가스가 새어나오도록 제작돼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운 기체. 탱크 밖으로 새어나와도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가솔린이나 LPG, 도시가스 등보다 안전한 이유다.

관계자는 또, "강릉 수소탱크가 이음새가 있는 금속재 용접용기인 데 반해, 수소차 수소탱크는 이음새가 없는 용기"라며 "일반적으로 이음새 없는 용기가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수소 같은 고압가스를 저장하는 연료탱크는 통 재질과 구성, 강도에 따라 TYPE 1, 2, 3, 4로 나뉜다. 이 네 가지 TYPE의 공통점은 모두 이음새 없는 용기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안전한 TYPE 4 방식은 관계자의 설명대로, 고강도 플라스틱 재질의 탱크를 탄소섬유 실(Thread)로 감아 TYPE 1·2·3보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내외부 충격에 강하다. 

정부는 지난 1월17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TYPE 4로 제작된 수소차 수소탱크의 안전성을 "에펠탑 무게(7300톤)도 견딜 수 있는 수준" "수심 7000m에서도 안전" 등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수소탱크의 안전성에 대해선 어떤 전문가도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입증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소차에 탑재된 수소탱크에 해당하는 얘기. 이번에 폭발한 강릉 수소탱크로 화제를 바꾸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릉 수소탱크는 수전해를 통해 수소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한 시험 시설이었다. 시험 시설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안전한 설비를 갖춰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강원소방본부>

◆ 강릉 수소탱크, 더 가볍고 더 강한 재질로 안 만든 이유? "TYPE 4로 제작 시, 비용 부담 지나치게 커져"

정부 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는 한 수소탱크 전문가는 "TYPE 1·2·3·4에 포함되려면 이음새가 없어야 한다"며 "강릉 수소탱크는 이와 달리 '금속재 용접탱크'라고 부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용접을 해 이음새가 있고 금속재이기 때문에 (TYPE 4보다) '덜' 안전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라며 "용접탱크도 저압에 쓸 때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 이튿날인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강릉 수소탱크의 압력은 12bar다. 수소탱크의 용량은 4만L. 

반면, TYPE 4로 제작된 수소차 탑재 수소탱크의 압력은 700bar다. 수소탱크 용량은 52L. 

강릉 수소탱크의 압력이 수소차에 실린 수소탱크의 압력보다 대략 60배 약하다. 위 수소탱크 전문가가 TYPE 4 수소탱크로 강릉 수소탱크를 만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강릉 수소탱크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을 시험하던 설비였기 때문에, 안전에 더욱더 신경써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수소경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한 기업연구소의 연구원은 "오히려 실험시설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고려치 않고 안전성을 강화해야 했다"며 "실험에선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에 안전 기준을 더욱더 높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덜' 안전한 설비를 구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비판이다.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에 탑재되는 수소탱크. 일진복합소재서 제작하며 'TYPE 4' 수소탱크다. <출처=일진그룹 홈페이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위 수소탱크 전문가는 "수소차 수소탱크처럼 TYPE 4로 수소탱크를 만들면 당연히 안전성이야 높아지겠지만, 그럴 경우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몇 배나 불어난다"며 "정부 과제에서 이미 안전 기준을 통과한 설비보다 더 안전한 설비 사용하기 위해 비용을 몇 배 이상 더 치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속재 용접탱크라고 해 덜 안전한 건 아니다"며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실험시설(강릉 수소탱크)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안전한 용기를 사용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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