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삼성 이재용 부회장 만남 추진' 보도는 엠바고 파기...군사독재정권 잔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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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삼성 이재용 부회장 만남 추진' 보도는 엠바고 파기...군사독재정권 잔재 논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2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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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권력기관에서 언론통제수단으로 만든 엠바고...지금은 대기업 보도자료에도 '남발'

문재인 대통령이 빠르면 이달 말 삼성 국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엠바고 파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엠바고가 과연 어디까지 적용돼야 하는 지 논란이 인다. 

엠바고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

20일 청와대 등 정재계에 따르면 전날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문 대통령, 삼성 방문 이재용 만남 추진" "文대통령, 삼성 국내 반도체공장 처음 방문한다" 등 내용은 청와대가 요청한 엠바고를 파기한 기사라고 전해졌다. 

이번 엠바고 파기는 대통령 외부 행사를 사전에 기사로 쓰는 것은 규정상 '경호 엠바고'에 해당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기자단은 엠바고를 파기한 해당 매체에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엠바고는 스페인어 'embargar'에서 나온 말로 배의 출항 금지, 화물을 싣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언론에서 '엠바고'란 취재원과 합의를 통해 보도 시점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엠바고는 국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 안전이나 인명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보도 시점을 늦춰 국민들이 더 정확한 뉴스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특정 권력기관이나 대기업 등 강자들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일반 신제품 보도자료에도 엠바고가 남발돼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해당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빠르면 이달 말 삼성전자의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 방문 당시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을 찾은 적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기자단은 "대통령의 '경호 엠바고'를 명확하게 주지해달라는 춘추관장의 요청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부 일정임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는 물론 국회나 정부 부처 등에서 취재해 미리 쓰거나, 또는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된다거나, 또는 대통령 참석 행사인데 부처가 연관돼 있을 경우 대통령 참석 팩트만 쏙 빼고 쓰는 것 등은 경호 엠바고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미디어스가 전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운영규정은 대통령의 외부행사는 국가원수의 경호 필요상 포괄적 엠바고로 규정하고 있다.

포괄적 엠바고는 해당 사안에 대한 발생 시기와 장소, 내용 등 일체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의 엠바고다. 다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표하는 간사단과 홍보수석실(국민소통수석실)은 필요할 경우 협의해 대통령의 외부행사임에도 포괄적 엠바고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언론평론가는 "너무 포괄적으로 엠바고를 설정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한다. 엠바고가 우리나라에서는 군사정권의 유물"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엠바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군사정권 때 시작돼 이후 1980년대 군사정부 들어서면서 비보도인 '오프 더 레코드'와 보도유예 '엠바고'가 공식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정한 엠바고에 언론사 기자단(또는 간사단)이라는 카르텔이 다른 기자를 징계하는 모습은 일반 대중의 눈에는 다소 낯선 모습"이라며 "청와대 등 일부 권력기관의 출입기자단 제도 자체가 군사정부 시대의 낡은 관행인데 기득권 언론사들의 카르텔이 언론 갑질을 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인 '엠바고'가 여전히 포괄적으로 사용되는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권력과 공생하는 기득권 언론사들의 카르텔이 국민의 알 권리를 오히려 막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권력기관의 출입기자단 제도 자체가 언론 갑질이라는 것이다. 

전두환 독재정권은 언론통제 수단으로 '엠바고'를 아예 공식화하고 심지어 '보도지침'까지 만들어 언론사의 비판을 막아오다 국민적 저항에 무너졌다.

실제 사례를 보면 전두환 신군부의 경우 신문 28개, 방송 29개, 통신 7개 등 64개 언론사를 강제통폐합하고 언론인들에 대한 대규모 탄압을 자행했다. 군사독재정권은 보도지침을 내려 반정부적인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통제할 정도였다. 

엠바고는 매우 중요한 국익을 비롯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문제인 경우에 필요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굳이 엠바고를 걸지 않아도 되는 사안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문제와 함께 일부 권력기관에 남아있는 출입기자단 제도와 언론 갑질 등 군사독재 시절 잔재 청산 차원에서 민주정부 시대에서는 바람직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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