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강원 산불은 '국내 기업'만의 일?... 외국계기업 1만4200개 중 성금 기부 '1곳 뿐'

희망브리지·사랑의열매에 모인 성금 400억여원 중 외국계기업분 2000만원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방식 다양해, 단순 비교로 비판키 어렵다"는 지적도

2019-05-10     양도웅 기자

녹색경제신문이 5월로 창간 9주년을 맞았습니다.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녹색경제신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5월 한 달간 창간 기획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강원 산불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간 사회 곳곳에선 직·간접적으로 구호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기업들의 지원이 눈에 띄었다. 

전체 성금 482억원(5월2일 행정안전부 기준) 가운데 약 60% 이상이 기업발 성금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다양한 형태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 외국계기업 1만4200여곳 가운데 성금을 보낸 기업? 희망브리지 "라이온 코리아 1곳뿐" 사랑의열매 "1곳도 없어"

여기서 초점을 외국계기업으로 맞춰보자. 

최근 희망브리지가 녹색경제신문에 제공한 자료 '2019 강원 산불 피해 이웃돕기 모금 현황'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총 342억3478만여원의 성금이 모였다. 

이 가운데 외국계기업이 보낸 성금은 얼마나 될까?  

10일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확인 결과, 외국계기업에서 보낸 구호 성금은 라이온 코리아의 2000만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게 '이 같은 결과가 이례적인 거냐'고 묻자 "이례적인 일은 아니고 외국계기업들이 성금을 보낸 경우는 이전에도 매우 드물었다"고 답했다. 

또, 지난달 18일 오후 3시기준으로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들어온 성금 92억여원 가운데 외국계기업이 보낸 성금은 없다. 

희망브리지와 사랑의열매 앞으로 전달된 400억여원이 넘는 성금 가운데 외국계기업이 보낸 성금은 라이온 코리아가 보낸 2000만원 외엔 없는 셈이다. 

현재 국내엔 1만4200여개의 외국계기업이 사업을 하는 상황.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계기업의 부족한 사회적 책임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주기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다.

한편, 라이온 코리아를 포함해 외국계기업 4곳은 구호 물품을 강원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라엘코리아는 이재민 여성들에게 3000여만원 상당의 생리대를 보냈고, 라이온코리아는 2000만원 성금 외에 25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음료 2000세트를 강원 고성·속초·강릉·동해소방서에 전달했고, 이베이코리아는 강원소방본부에 1억원 상당의 소방용품을 지원했다. 

이번 강원 산불 구호 활동에 대해 라이온 코리아 관계자는 "많은 분이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기업시민'으로서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선택 아닌 '필수'라는데, 국내 기업만 해당?... "사회공헌 방식 다양해, 단순 비교로 비판키 어렵다"라는 지적도 

현재 기업에게 사회공헌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론이 기업에게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외국계기업이 강원 산불 구호 과정서 보인 모습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자, 일각에서 '국내 기업만 강원 산불로 고통을 느끼냐'고 힐난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연구하는 KOSRI의 한지희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몰아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를) 지역으로 보고 지역에 투자하는 곳도 있고, 임직원으로 보고 임직원에 투자하는 곳도 있는 등 외국계기업마다 사회공헌 활동 방식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사회공헌 활동이 부족한 기업보다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사회공헌 활동을 세분화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CSR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ESG라고 해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로 나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평가한다"면서 "한 영역에서 부족하다고 사회공헌을 못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례로 오너리스크로 타격받은 기업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하는 기업으로 낙인찍는 경우"라며 "사회 공헌을 세분화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성금을 가장 많이 보내고, 가장 빠르게 구호 활동을 지원한 곳도 최근 오너리스크로 언론에 주목받는 삼성이었다. 

한편, 외국계기업의 재난 구호 지원이 부족한 이유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국계 업계 관계자는 “한국 지사 경영진이 최대한 빨리 구호 물품 등을 보내려 해도, 본사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늦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 지사 경영진도 이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