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던 조 대표…녹취록엔 유증자금 법적 문제 언급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700억원이 사라졌다. 신약을 만들겠다며 끌어온 돈이었다. 그 돈의 행방을 회사 대표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조대웅 셀리버리 전 대표는 줄곧 "과학자라 경영도 자금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2022년 7월 이사회 녹취록 속의 그는 사라진 돈의 흐름과 그 위법성을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다.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의 자금 유용 사건, 그 1심 선고가 8월 20일로 다가왔다.
셀리버리는 2018년 11월 국내 첫 성장성 특례상장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증권사가 추천한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경영 성과 요건 등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내세워 2021년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9위에 올랐다.
조 전 대표 등은 2021년 9월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약 700억원을 조달했다. 신약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이 돈으로 물티슈 제조사를 인수하고 200억원 이상을 무담보로 빌려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거래정지를 앞두고 자사주를 미리 팔아 5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있다.
회사는 2022년도와 2023년도 재무제표에 잇따라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2024년 6월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회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이 2025년 2월 기각되면서, 셀리버리는 정리매매를 거쳐 3월 7일 증시에서 사라졌다.
검찰은 2026년 6월 11일 결심공판에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30년, 함께 기소된 사내이사 권모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에게 벌금 2500억원과 약 676억6782만원의 공동 추징도 요청했다.
700억원대 자금이 신약 개발이 아닌 곳으로 흘러가는 동안, 정작 주주들은 회사를 굳게 믿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 A씨는 1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대표가 IR에서 개인주주들과 어울리며 친밀한 관계를 다졌고, 그 신뢰가 투자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회사 안의 풍경은 평범하지 않았다. 조 전 대표는 직원들을 불러 점심과 저녁으로 거의 매일 회식을 했고, 오후가 되면 술에 취해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점심부터 대접에 소주를 따라 마시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런 내용이 재판 증인신문에서도 언급됐다고 전했다. 당시 술자리 사진은 조 전 대표의 소셜미디어에 여럿 올라와 있었지만, 거래가 정지되자 모두 지워졌다고 A씨는 덧붙였다.
재판의 승부는 결국 한 곳으로 모인다. 신약을 만들겠다며 끌어온 700억원이 본래 목적과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조 전 대표가 알고 있었느냐다. 알았다면 혐의가 무거워지고, 몰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몰랐다고 한다.
본지가 입수한 2022년 7월 20일 이사회 녹취록은 그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녹취록은 당시 회의 참석자가 녹음한 것으로, 현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자료다. 회의를 주재한 조 전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우리가, 셀리버리리빙앤헬스가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1200억 가까이 있었는데, 현금이 지금 400억 남았어요. 그러니까 거의 800억을 쓴 거지요. 작년에 750억을 유상증자하면서 사용처를 연구개발, 우리가 연구와, 신약 연구와 임상 개발을 위해서 쓰겠다고 해서 750억을 증자를 했고, 그런데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으로써 자회사의 증자에 140억 그리고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게 근 60억 이상입니다.
계속 빌려주게 되면 모회사가 책임을 져야 돼, 왜냐하면 유상증자한 돈의 출처가 신약연구개발의 목적이었는데 이거는 화장품 사업에 계속 돈이 들어갈 수는 없는 거거든요. 법적인 문제가 따릅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다 갚아야 돼. 그래야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같은 회의에서 조 전 대표는 그 흔적을 장부에 어떻게 남길지까지 제시했다. "우리는 자회사에, 자회사 인수만 했지, 자회사에 돈 빌려준 거 없다", "당초 작년에 유상증자한 연구 개발비로만 사용했다, 자회사는 자회사로 자회사를 인수하는 자금이, 말고는 특별히 자회사에서는 쓴 것 없다."
이사회가 어떻게 굴러갔는지도 녹취록에 남아 있다. 조 전 대표는 등재이사 세 명 중 한 명을 두고 "도장과 신분증을 우리가 확보하고 있어서" 그 사람 없이 두 명만으로 이사회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회의 말미에는 한 임원에게 "이사회 의사록 잘 정리해 갖고, 참석자들 회람도 올리고, 법적인 조치 가능하게"라고 사후 절차까지 지시했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자금 흐름에 매달렸는지, 본인 입에서 단서가 나온다. 조 전 대표는 자신과 배우자의 주식담보대출 등을 합쳐 보유 주식의 "거의 30퍼센트"가 담보로 잡혀 있다고 말하고, 한 임원은 "과도하지요"라고 답한다. 담보로 잡힌 주식은 주가가 일정 선 아래로 떨어지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처분된다. 이른바 반대매매다.
보유 지분의 30퍼센트가 묶인 상황에서, 주가 방어는 곧 자기 자산을 지키는 일이었다. 코로나 치료제, 한미 동시임상, 대규모 기술수출. 주가를 떠받칠 호재가 끊이지 않아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정지 직전 자사주를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했다는 검찰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같은 동기에서 비롯된다.
녹취록 속의 조 전 대표는 돈이 어디로 흘렀는지, 그것이 왜 문제인지, 장부에 어떻게 남길지까지 알고 있었다. 법정에 선 그는 그 모든 걸 몰랐다고 한다.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법원이 가린다. 1심 선고는 오는 8월 20일이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인간 쓰레기
감옥에 평생 반성하면서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