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위 은행, 디폴트옵션에 ‘아성’ 흔들릴까…“큰 유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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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1위 은행, 디폴트옵션에 ‘아성’ 흔들릴까…“큰 유출 없을 것”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7.1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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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디폴트옵션 도입…연금 수익률 개선기대
은행, 낮은 수익률 주범으로 몰려…원금형 고객 빠지나
시중은행, 연금관리센터부터 상품 라인업 늘려
지난해 이병철 신한신용정보 대표이사(전 신한금융 퇴직연금사업그룹장 부사장)가 출연한 신한은행 퇴직연금 광고. [출처=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됐다. 수동적인 운용에서 벗어나 낮은 연금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5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 미국과 비교해 4배 낮다. 주로 고객들이 은행이 제공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연금을 묶어둔 영향이 크다. 제도도입 취지에 따라 실적형 상품으로 은행권 연금고객이 떠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을 고객들이 안전자산형으로 운용하는 이유가 있다. 제도가 도입된다고 고객 유출이 크게 일어날 것 같진 않다”라며 “오히려 증시가 좋은 않지 상황에 은행권 고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수익률 개선될까…미국호주 연평균 6~8% 수익


[출처=고용노동부]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금융사가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대상이다.

제도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은 약 300조원에 달한다. 이중 90%가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묶여 있다.

그 결과 수익률이 저조하다. 최근 5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4%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2.5%보다 낮다. 반면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과 호주의 최근 10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8.6%, 7.7%다. 원금형 상품 비중이 낮은 영향이다.

이 가운데 ‘노후자산인 퇴직연금으로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안전할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디폴트옵션 상품 안정성을 심의승인한다. 오는 10월 중 심의위를 거쳐 첫 번째 승인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디폴트옵션 시장에선 타깃데이트펀드(TDF) 점유율이 독보적일 전망이다. TDF는 가입자 은퇴 예상 시기에 맞는 상품을 고르면 자동으로 주식·채권 투자비율을 조정한다. 사회생활 초년기 위험자산을 늘리고 후기 안전자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미국은 2019년 말 기준 적립금 98%가 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다.


은행권, 고객 수익률 관리에 분주…“도입 후 경과 지켜볼 것”


[출처=신한은행]

이렇게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은행이다. 제도취지에 따라 더 높은 수익률을 찾고자 고객들이 TDF 등 실적형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 점유율은 50.6%로 가장 높다. 금융투자(21.3%) 부문 점유율 두 배 웃돈다.

이러한 배경에 시중은행들은 연초부터 고객 수익률을 관리하는 센터를 잇달아 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확대개편했고 우리은행은 이달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연금관리고객센터’를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8월 모바일 기반 서비스 ‘디지털 연금닥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상품 라인업도 확대했다.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 지난해부터 모두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ETF(상장지수펀드)를 추가했다. TDF는 2016년부터 이미 제공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에 맞춘 상품도 개발해 노동부 상품심의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업계 내부에선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이달 코스피가 22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불안정한 증시 속 고객이탈이 큰 폭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 긴축정책 등에 장이 불안정하다. 고객들이 수익률을 추구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건 고객입장이다. 제도가 시행되고 경과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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