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호 회장, 지분 증여 등 진행...재벌 오너 승계 과정과 유사한 모습
이준호 NHN 회장의 아들 이수민 씨는 작년 8월부터 NHN에 경력직 으로 입사해 사실상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호 회장은 1964년생으로 만 57세, 이수민 씨는 1992년생으로 만 30세다. 재벌 대기업에서 오너 자녀가 경영수업에 들어가던 나이대와 비슷한 모양새다.
IT업계에선 이수민 씨가 아버지에게 지분 증여를 받은 데 이어 NHN에 입사한 것은 두고 경영 승계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이수민 씨는 현재 NHN 신사업 태스크포스 ‘X TF’에서 근무하고 있어 재벌가의 경영수업 필수 코스와 닮아 있다. 다만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요한 조직에 합류한 것은 다소 빠르다는 지적이다.
직급도 선임(과장)으로 입사했다. 이수민 씨는 미국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는 것 이외는 알려진 이력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수민 씨가 'X TF' 팀장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팀원이라고 한다. 'X TF'는 NHN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 부서이며 그룹사 핵심 경영진이 소속돼 있다. 정우진 NHN 대표,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왕문주 NHN벅스 대표, 황선영 NHN 법무실 총괄이사, 최명환 NHN페이코 총괄이사, 류희태 NHN 게임기술센터장 등이 TF 소속 멤버라는 얘기다.
NHN그룹은 결제, 게임, 콘텐츠, 클라우드 등 여러 사업을 갖고 있어 'X TF'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준호 회장은 이수민 씨를 혼내기도 하는 등 경영 수업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N 관계자는 "부서 변화가 많은 편인데 팀장은 아니다"라며 "경력을 인정받아 선임 직급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호 회장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총 40차례에 걸쳐 아들 이수민 씨와 딸 이수린 씨에게 NHN(옛 NHN엔터) 주식을 각각 50만주씩 장내 매수하도록 했다. 이준호 회장은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했고 자녀는 NHN 주식을 수십 차례에 걸쳐 매입한 방식이다. 증여세 규모만 400억원에 가깝다.
이수민씨 와 이수린 씨의 지분율은 2021년 말 기준 각각 2.56%로, 공동 5대 주주에 해당한다.
"자녀의 경영 참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돼야...테스트 후 절차 예상"
일각에선 이준호 회장이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형 경영인'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수민 씨의 입사 등에 대해서도 '비공개'가 많아 볼멘소리를 냈다. 이수민 씨의 경력직 입사 사실은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자녀의 경영 참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돼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후 후계자 선정 절차를 밝을 것"이라며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것은 경영수업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보편적 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준호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3년 선배로 2000년부터 네이버를 공동 경영했다. NHN(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며 네이버 검색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준호 회장은 2013년 네이버에서 게임 부문인 '한게임'을 분할해 독립해 NHN엔터를 세운 뒤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나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 등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NHN엔터는 2019년 4월 다시 NHN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