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SK케미칼 임직원들 뒤늦은 구속조차 어려운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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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SK케미칼 임직원들 뒤늦은 구속조차 어려운가" 규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3.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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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구속 이외 임직원 제외 비판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 업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임원이 구속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16일 "SK케미칼 임직원들 뒤늦은 구속조차 어려운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수사대상인 김앤장과 가해기업들에 처벌 피할 수 있다는 신호 주는 셈"이라고 밝혔다.

가습기넷은 "SK케미칼 박철 부사장만 구속됐다"며 "그러나 다른 임직원 3명에 대해서는 영장이 기각됐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법원 판결에 반발했다.

가습기넷은 "SK케미칼이 1994년 첫 제품을 만들면서 CMITㆍMIT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실험 결과 등이 담긴 1995년 보고서를 일부러 숨기고 없앤 증거 인멸 혐의로 박철 부사장 등 4명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길게 보면 25년, 짧게 보더라도 2011년 이후 지난 7년 동안 이들의 범행에 이 나라는 아무 처벌도 하지 못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 인멸에 따른 구속 수사조차 법원이 막아 세웠으니 참사의 진상 규명과 가해기업 관련자들의 처벌은 또 다시 뒷걸음질치게 된 꼴"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습기넷은 "구속 기소된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것과 비교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SK케미칼 박철 부사장과 함께 증거 인멸에 가담한 임직원들의 혐의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영장이 기각되어 풀려난 임직원들에 의해 그나마 남은 증거들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피해자들의 걱정은 이제껏 가해기업들이 보여 온 행태에 비추어 보면 그저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습기넷은 "SK케미칼이 살인 물질들을 만들어낸 지 25년이 지난 지금,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찾기조차 난관에 부딪혀 있다"며 "그나마도 증거 인멸에 가담한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할 수도 없다면, 가해기업들의 증거 인멸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김앤장은 물론, 죽음의 제품을 팔고도 사과조차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마트ㆍ헨켈ㆍGSㆍ다이소 등의 가해기업들에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산소공급기에 의지해 가쁜 숨 몰아쉬며 길거리로 나서야 가해기업들에 대한 뒤늦은 처벌만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가습기넷은 "분명 나와 내 가족이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 죽거나 평생을 짊어져야 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피해자로 인정 받을 길도, 가해기업들에 대한 단죄도 아직 너무나 멀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혈액암이 걸린 변영웅 씨가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로 18일째다. '피해 인정과 구제, 진상 규명과 가해기업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의 구호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는 상투적이지 않다. 말 그대로 사투"라고 전했다. 

이는 "국가와 정부가, 사법부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에게 답을 해야 할 까닭"이라고 마무리했다.

가습기넷은 15일 현재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6,324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1,390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SK케미칼 박철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사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씨와 양모씨, 정모씨 등 SK케미칼 관계자 3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송 부장판사는 "각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여 정도, 주거관계, 가족관계, 심문태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독성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15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고 전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며 "증거인멸, 증거은닉 혐의로 양모 전 전무와 직원 이 모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월 애경산업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지난달에는 애경산업을 변호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인체에 유독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 CMIT/MIT를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2002~2013년 CMIT/MIT 성분이 들어간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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