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이해할 수 없는 한전의 거짓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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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이해할 수 없는 한전의 거짓 해명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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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기업농 대상 전기요금 인상 계획, 에너지업계 주지의 사실
국회 자료 제출 사실까지 부인하는 무리수... 무엇이 한전을 급하게 했나

대규모 기업농들이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을 쓰는 모순점을 해결하고자, 이들 대상의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한전의 계획이 보도되자(녹색경제신문 2월 25일자, "적자 원인, 탈원전 아니다"... 정부 비판에 진화 나선 한전), 한전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녹색경제신문은 이 기사를 통해 "기업형태로 대규모로 운영되는 농어촌 물류창고 등에 가장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것에도 김(종갑) 사장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전기요금 체계개편 민관TF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최초 보도했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이를 구체화 해 ‘한전은 대규모 농업에 사용되는 농사용 전기부터 단계적으로 요금을 올릴 방침이며, 6월 전까지 구체적인 인상폭과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라는 논지로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한전은 3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와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설명자료’에서 대규모 기업농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구체화됐다.

언론에 나오니 새로운 내용 같지만 사실 이는 에너지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지의 사실이었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한 채 한전의 적자를 벗어날 방법은 전기요금 개편 밖에 없으며, 과거부터 문제가 된 대규모 기업농부터 손을 대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또 한전 김종갑 사장이 이를 관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전 출입기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며, 특별할 것도 없는 ‘팩트’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3월에 기사를 쓴 것은 한전이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이하 에특위)에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자료에서 이것이 처음 문서화 돼 외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전은 4일 이상한 해명자료를 냈다. 왜곡을 막기 위해 한전의 해명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하 한전 해명>

□ 농사용 요금체계에 대한 개편 시기와 인상폭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6월 전까지 확정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이와 관련한 별도 설명자료를 국회 에너지특위 등 대외에 제출한 바 없음.

□ 주택용 누진제와 필수사용공제 개편은 민관 T/F에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음.

한전의 입장도 일견 이해할만 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전 적자가 발생했다고 공격을 받는 와중에,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신호를 나타내면, "그러게 대책없이 탈원전을 왜하냐"는 비야냥을 들으며 먹잇감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계획이라는 것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변경될 수 있으므로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해명이다.

그러나 한전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짓 해명을 더했다. ‘이와 관련한 별도 설명자료를 국회 에너지특위 등 대외에 제출한 바 없음’. 이 내용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한전이 국회 에너지특위에 제출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설명자료’(김성찬 의원실 제공)

이 자료를 받은 김성찬 의원실이 한전의 해명 이후 곧바로 설명자료를 공개하면서 한전의 해명은 완전한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7일 이 자료에 대한 질의를 하자, 한전 관계자는 “해명자료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는 옹색한 태도였다.

한전이 왜 이런 무리한 해명을 했고, 그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아무런 답도 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지만, 여기서 그 것을 또 이야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다만, 국내 에너지업계 최고 기업이자,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왜 이런 상황까지 몰렸을까를 생각하면, 오래도록 한전을 출입했던 기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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