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왜 인도네시아 은행지분을 22%만 인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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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왜 인도네시아 은행지분을 22%만 인수했을까?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8.07.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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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구글 이미지>

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 은행(Bank Bukopin)과 1억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3일 밝혔다. 

<Bank Bukopin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인도네시아 내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BUKU 3)으로 전국적으로 총 322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고, 개인고객 및 SME(Small & Medium Enterprise)고객 위주의 리테일 사업을 영위하며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이번달 26일 최종 지분율 확정시 최대 22%의 지분 취득 여부가 결정돼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인도네시아 BII은행(現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지분 매각 이후 10년만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분 확대를 통한 부코핀 은행 인수와 함께 현지 소형 은행 인수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코핀 은행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단숨에 현지진출 한국계은행으로는 최대은행이 되고 수하에 300여개에 이르는 지점을 거느리게 된다.

국민은행이 지분을 22%만 인수한 것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은행 인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기 전 최대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이 22% 수준이다. 현지 당국의 은행 인수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을 패키지로 인수해야 한다.

소형은행 인수는 일종에 입장료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본 MUFG의 경우 지난해 현지 5위은행 지분인수시 감독당국의 특별승인을 받아 소형은행 인수조건은 붙어있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최종 인수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당국의 허가가 없으면 경영권을 못가져오고 재무적 투자자에 그칠 수도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에 나선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아그리스(Agris)은행과 조건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미트라니아가(Mitraniaga) 은행과 조건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미트라니아가 은행은 13개의 지점망을 보유한 자카르타 소재 소형 상장은행이다.

일본 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 Inc. (이하 ‘MUFG’)는 지난해 12월29일 자산기준 현지 5위 은행인 PT Bank Danamon Indonesia, Tbk(이하 ‘Bank Danamon’)의 지분 19.9%를  Fullerton Financial Holdings Pte. Ltd.(이하 ‘FFH’)로 부터 인수하는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FFH가 보유하고 있던 이 은행 지분 73.8 %를 3 단계에 걸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자료를 낸후 나온 1단계 조치였다.

Bank Danamon은 2013년 DBS(싱가폴개발은행)가 인수시도 했었으나 16개월간의 협상이 당국의 불허로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 지분 소유를 40%로 제한하고 그 이상 인수시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불허의 배경에는 중국계 자본에 대한 경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거래의 배경에는 MUFG가 2003년부터 Bank Danamon의 주주로 참여하는 등 공을 들여 왔으며, 당국(OJK)도 100 개가 넘는 은행 간의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40 % 규칙을 예외적으로로 승인한 것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MUFG는 일본은행(Bank of Japan)이 OJK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으며, 40% 넘는 지분보유를 최종승인 받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행들도 우리나라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영업를 계속 강화해 가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를 성장잠재성이 높은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일본 기업이 많기 때문에 일본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전례를 볼때 국민은행의 부코핀 은행 지분 50%이상 취득 가능여부는 추후 현지 감독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과거 외환위기 당시 다른 일본계 기업들 처럼 현지은행 지분을 털고 철수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겠지만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농협은행도 올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현지 정책을 비롯한 각종 사업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의 인도네시아 법인 당기순이익은 총 1,103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35.3% 성장한 수치다.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곳은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6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우리소다라은행은 57% 급증한 380억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2억원에서 90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법인 성장세의 비결은 높은 수준의 현지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점포의 현지화 등급은 국내 은행이 진출한 해외시장 중 가장 우수하다. 

2007년 현지 은행 ‘빈탕 마눙갈’을 인수한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61개 지점의 직원 99%가 현지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 고객 중 현지인 비중이 90% 가까이 차지한다. 당시 120위권 현지 은행을 인수해 30위권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2014년 현지 30위권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한 우리은행도 매년 지점 수를 늘려 현재 152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현지 공무원연금공단과 협약을 맺어 공무원 및 군경 연금공단 연금 지급은행을 맡고 있다. 

<신한 인도네시아 본점. 자카르타 IFC센터2, 30층,31층 위치>

신한은행은 2015년 8월에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를 인수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지난해 12월 추가 인수한 센터라타마내셔널뱅크(CNB)와 합병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6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당시 2곳을 인수해 합병한 것은 한국계로선 첫 사례였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에 대해 M&A를 통한 진출만 허용하고,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많아 이곳에서 은행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은행을 합병해야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현재 페이결제시장을 중심으로 뜨거운 핀테크 경쟁을 펼쳐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하철이 없고 시내버스 노선이 부족해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지난 5년간 모바일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증해 모바일로 공급과 수요를 즉시 연결하는 스타트업이 크게 늘어났다. 현지에 진출한 한 한국계은행은 카카오뱅크 같은 디지털뱅크 설립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말 기준 인구가 약 2억6000만명으로 전 세계 4위 인구대국이지만 이 가운데 1억명이 은행 계좌가 없어 은행산업의 잠재력이 크다. 2015년 한-인도네시아 금융당국 MOU 체결 이후 양국의 금융 협력 범위가 전 금융권역으로 확대됐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외화유동성은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대외 충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아직 전체 국내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자산이 중국 현지법인의 20%정도에 그쳐 있는 상태다.

특히,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부실채권비율은 국내은행 주요 해외진출국가중 가장 높기 때문에, 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며 어떻게 덩치를 불려나가느냐가 은행별 운명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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