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뒷전'인 현대카드, LP판매 영세상인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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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은 '뒷전'인 현대카드, LP판매 영세상인 '뒤통수'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8.06.0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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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음반소매상연합회와의 상생안 파기 논란
현대카드가 운영중인 바이닐앤플라스틱 전경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악체험형 공간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이 영세 LP음반 상인들과의 상생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바이닐앤플라스틱은 LP 4천 종, CD 8천 종을 보유하고 음반판매부터 각종기기, 카페까지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오픈 당시 현대카드의 높은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현대카드는 소매상인들과의 상생안을 내놨다. 상생안에는 현대카드 회원할인 연간 120일 제한, 중고음반 판매 및 수입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이같은 내용을 어기고 기존 2월까지였던 20% 할인기간을 올해 6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벌써 9개월째, 올해만에도 180일이 넘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자 음반소매상들이 모인 음반소매상연합회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의 폐점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지윤 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현대카드측이 당초 90일의 할인 기간을 제시했지만 전체 음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할인 기간을 120일로 연장해주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당연히 지켜지고 있을 것이라 믿어왔는데 할인기간을 연장한 것을 보고 농락당한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의 오픈으로 신보를 다루는 매장들의 매장의 수익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현대카드의 막강한 마케팅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카드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제 20% 정도의 수익이 남는데, 현대카드는 20%할인에 포인트까지 적용까지 하면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팔고 있다"며 "시장 특성상 오래된 단골 손님들이 있었기에 이정도로 살아 남았던 것이지, 대형마트와 동네슈퍼 싸움이라면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회현동에서 LP매장을 운영중인 A씨는 "현대카드의 행태는 업종을 떠나 대기업의 갑질이고 횡포"라며 "음반시장처럼 규모가 작은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온 것은 전체 레코드시장을 몰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카드가 제안했던 상생안들도 지켜지지 않아 결국 자영업자들을 희롱하는 제스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바이닐앤플라스틱 현대카드 할인기간 연장 안내 <홈페이지 캡처>

음반소매상연합회 "현대카드에 '신뢰'잃어...바이닐앤플라스틱 폐점 요구"

음반소매상연합회는 "이미 여러번 약속을 어긴 현대카드를 믿을 수 없다"며 바이닐앤플라스틱의 폐점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지난 1일 민중당과 함께 바이닐앤플리스틱의 폐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대카드사의 음반시장 독과점으로 음반판매소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 진입장벽을 제도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합회는 지난 5일부터 시위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는 여러 시민단체, 정당 등과 연대해 계속 싸워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지윤 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상인들이 가게 문까지 닫고 거리로 나선 이유에 대해 "LP와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배신당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음반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상생안을 지켜줄 것이라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간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현대카드측에 어떠한 보상도 요구하지 않아왔다"라며 "그 동안의 피해와 앞으로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현대카드와의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현대카드는 2년전 중소음반판매점들의 의견을 반영한 ‘음반문화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전국 음반판매점의 소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바이닐앤플라스틱 매장측은 "현재 음반구매시 현대카드를 사용하면  20% 할인하고 있다"라며 "이달말 이후에 할인률이 바뀌거나 없어질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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