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장 진출하는 IT공룡, 시장 개척한 스타트업 '고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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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시장 진출하는 IT공룡, 시장 개척한 스타트업 '고사 우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3.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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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잇단 블록체인 시장 진출...전문가, "상생(相生)방안 진진하게 고민할 때"

4차 산업의 과실이 대기업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산삼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당 사업에 속속 진출하는 대기업들과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블록체인 관련 업계에서 이러한 걱정이 많다. 최근 네이버 라인,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이 ICO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제휴 업체 늘리기에 나서는 등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시장 개척에 나섰던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플랫폼과 절대 다수의 사용자를 이미 보유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면 스타트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시장을 개척해 왔는데 대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1월 계열사 '라인'을 통해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하며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라인은 일본 금융청에 암호화폐교환업자 등록신청을 마쳤다.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 등 자사 플랫폼에 암호화폐 거래 기능을 연동하거나, 거래소를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국내보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적은 편이다.

카카오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블록체인 개발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 블록체인(가칭)' 설립을 추진중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이른바 '카카오코인'을 발행하고 ICO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 선물하기' 등의 플랫폼에서 코인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국내에서는 ICO가 전면 금지된 상황이라 해외 법인을 통한 ICO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유명 IT 기업들도 ICO를 추진중이거나, 블록체인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신서 서비스 텔레그램은 프리 ICO를 통해 8억5000만 달러(약 9200억원)을 조달했고, 2차 ICO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도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한 결제기능 도입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블록체인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해 온 스타트업들의 설 자리가 잠식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ICO 금지 방침으로 투자유치가 제한된 상황에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결국 해외에서의 IC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싱가폴, 홍콩, 스위스 등지에 해외법인을 만들고 글로벌 ICO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글로스퍼는 지난해 진행한 국내 ICO를 통해 약 15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유치했으나, 2차 ICO는 해외에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1600여종의 가상화폐 중 "살아남는 가상화폐는 몇 안될 것"이라며 "살아남는 경우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는 암호화폐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현존하는 것 중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분석은 대기업이 발행 또는 상장하는 암호화폐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 개척에 힘써 온 스타트업들의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 진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한 암호화폐 공개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와 4차 산업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상생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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