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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중국은 지금 무현금 시대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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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문 이틀째 되는 날 아침, 베이징의 한 서민식당에서 노영민 주중국 대사 부부와 식사를 했다. 노영민 주중국 대사가 식사 주문 결제를 현금이 아닌 모바일폰 결제 앱으로 처리하는 것을 본 문 대통령은 이미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모든 지불거래에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여 귀국 후 액티브X를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중국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한 고객이 위챗 페이 모바일페이 앱으로 결제하는 모습. 중국의 모든 상점과 시장 상인들은 누구나 QR 코드를 소유하고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바쁜 거래중 현금을 손으로 다루지 않아도 되고 계산이 신속하다. Photo credit: Tencent.

중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모바일페이 시스템이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무현금 사회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지 2018년 1월 4일 자 ‘무현금 사회가 도래했다 - 그러나 아직은 중국에서만(The Cashless Society Has Arrived - Only It’s In China)’라는 기사는 중국은 어느새 거리의 걸인 조차도 현금 대신 모바일 페이 앱으로 동냥받고 있는 신 세태를 사례로 들면서 최근 중국을 급속하게 휩쓸고 있는 무현금 모바일 지불 시스템 트렌드를 보도했다.

요즘 중국인들은 모바일페이 앱이 설치된 모바일폰 하나로 몇 백 원 대의 소액 구매부터 온오프라인 물품 구입과 쇼핑, 경조사비, 고지서 납부, 고속도로 통행료, 자전거나 자동차 대여 등과 같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지불 활동을 빠르고 간편히 처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재래시장 상인부터 거리 상점 주인 할 것 없이 사업자는 거래 수수료 0.6%를 내고 저마다 등록소지하고 있는 고유 QR코드를 이용해 고객의 지불 금액을 수수하고 있을만큼 P2P 거래가 당연한 상거래로 정착 되다시피한 상태다. 꼭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당장 지갑에 든 현금이 없다고 구매를 머뭇대거나 욕구충족을 포기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하면 옆자리 생면부지의 남으로부터 당장 현금을 빌려 쓰고는 그 자리서 즉시 빌린 금액을 모바일페이 앱을 통해 상대방 모바일폰으로 쏘아 보내서 갚으면 된다.

모바일페이 앱은 ‘퀵 머니’, 즉 돈이란 건드리지 않고 잠궈두는 특별자금이 아니라 빨리 주고받고 빨리 이체하여 회전시켜야 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페이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이용해 디지털 돈 거래를 인스턴트 메시징 개념으로 은유・응용하여 ‘유동적이고 정처없는 것’이라 재프레이밍했다.

중국에 모바일페이 트렌드가 그토록 급속하게 가속화된 배후에는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라는 두 인터넷 거물기업이 버티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각종 상품 및 서비스 e-커머스, 미디어, 자동차 사업에 투자해오던 두 업체는 이제 금융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기존 은행이 해오던 금융업무와 수익원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문화적 특성상 은행기관을 이용한 소비자 금융과 대출 문화가 크게 도약하지 못했고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해외 신용카드 업체가 쉽게 자리잡지 못하도록 규제한 덕분에 신용카드 사용 문화가 무르익지 못했다. 그런 배경에서 소비성향이 커지고 소비욕구가 왕성해진 중국인들에게 모바일페이 시스템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돈거래 수단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모바일페이 시장은 알리페이(Alipay, 중국 내에서는 지푸바오(支付宝))와 위챗페이(WeChat Pay, 중국 내에서는 위챗홍바오(微信红包)) 두 앱이 반반씩 점유하고 있다. 본래 중국 모바일페이 시장의 개척 주자는 잭 마가 이끄는 알리바바 사의 알리페이다.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중 상인과 고객 사이의 지불을 용이하게 돕고 물품 지급을 확실히 이행하기 위해서 페이팰(PayPal)의 사업 모형을 본따 2004년 자체적인 제3자 예탁 계정 시스템인 알리페이 전자지갑을 구축해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 알리페이 전자지갑 시스템의 시초였다. 알리페이는 2013년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페이팰을 능가하며 세계1위로 등극한 후 작년 2017년에는 지불시스템에 얼굴인식 기능을 추가해 서비스하고 있다.

성공하는 디자인은 사용자의 감성에 호소한다. 대명절기마다 가족과 친구끼리 선물로 현금을 주고 받는 중국 전통 문화를  쉽고 강렬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통해서 모바일 돈 거래를 일종의 재미있는 활동으로 재프레이밍한 것이 위챗 페이의 인기 비결이다. Photo credit: Tencent.

알리페이는 3년 전까지 중국내 모바일페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점유율 80%)해 오다가 작년부터 모바일페이 시장의 다크호스 위챗페이의 강력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위챗페이는 텐센트 사가 개발한 다목적 소셜미디어 앱 위챗(WeChat)의 부가 서비스중에서 2014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홍바오(红包, 빨간 봉투)’ 서비스가 그 모태가 되었다. 홍바오 서비스는 구정 새해에 가족,친지,친구끼리 빨강색 봉투에 현금을 넣어 선물하는 중국인들의 관습에서 착안하여 위챗 앱 사용자들이 모아둔 가상 ’포인트’를 지인끼리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중국 사용자들 사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위챗페이는 P2P 지불 및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현재 중국 모바일페이 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하며 알리페이(54%)를 위협하고 있다.

그 결과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업체가 거둬들이는 이득은 거래 수수료 수익 말고도  중국민 개개인의 소비 내역과 소비패턴이 담긴 빅테이터다. 기존 은행과 신용카드업체들은 결제와 자금청산 승인을 하고 고객의 자금 소비내역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알리페이나 위챗 같은 제3자 모바일지불 앱을 통해서 지출을 할 경우 알리페이와 텐센트가 소비자들의 자금 이동 경로와 소비행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게 된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올해 안으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비금융권 지불대행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지불 내역을 정부에 투명하게 보고하게할 방침이라 한다. 빅데이터는 인터넷 업체에게 못지 않게 정부에게도 매우 긴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미국 베라이폰(Verifone) 무선통신사와 알리페이가 제휴를 맺고 2017년 10월부터 중국 관광객이 많은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의 택시, 레스토랑, 쇼핑몰은 알리페이 모바일 지갑으로 결제를 받고 있다.  Photo: Business Wire.

모바일페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벌써 익숙해져 있는 중국인들은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최근 숙박비나 레스토랑 식사 대금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심심찮게 만나곤 한다고 한다. 물품이나 서비스를 바로 취하고 지불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뜻을 수용해 매출을 올리고 싶지 않는 자가 어디 있을까? 작년 가을부터 뉴욕, LA, 라스베이거스 등 중국 방문객이 잦은 도시중심부, 면세점, 편의점 등 업주들은 중국산 모바일페이 결제를 받고 있다. 최근 알리페이와 위챗은 해외 금융 스타트업 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여 중국산 모바일결제 방식을 해외 연결망으로 확장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모바일 사용자들은 아직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트렌드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상태다. 구미(歐美)권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현금과 은행계좌와 연동된 신용카드,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비접촉식 스마트 직불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모바일페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챗의 지원으로 2017년 6월 샹하이에 문을 연 전자동화 편의점 빙고박스(BingoBox)는 무인 셀프스캐닝, 로봇캐시어 완전자동화 무인 24시간 편의점으로 홍콩이나 샹하이  도심 속 인적과 상가가 드문 동네 골목가를 주로 겨냥해 설치할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30대 이하의 젊은세대들은 모바일 결제 방식에 호응을 보이는 눈치다. 필자를 포함한 중장년 세대는 학창시절 수첩처럼 생긴 금전출납부를 써서 돈의 수입과 지출를 관리하라 배웠다. 반면 요즘 젊은세대와 도시인들은 모바일페이 앱으로 구매와 지불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돈 씀씀이와 개인재정을 관리하는 디지털 생활방식에 한결 저항없이 수용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 현금을 거래하다보면 경험하는 잔돈 계산 및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현금 휴대를 귀찮아 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지출 내역을 한 눈에 조망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속과 편이를 선호하는 현대 문화 속에서, 모바일페이는 지금 당장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머뭇거릴 틈없이 거침없이 취할 수 있는 즉석소비・즉석만족을 위한 소비용 거래 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폰을 이용한 간편결제 시장은 900조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아래 현재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가 무현금 결제 시장을 주도하며 경쟁중이다. 아직은 수수료가 비싸서 상인과 소비자 모두 신용카드와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상태지만, 기존 신용카드사 대비 경쟁력 있는 수수료율과 유려한 사용자 경험이 제공되기만 한다면 시장의 원리에 따라 무현금 시대의 본격화는 시간 문제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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