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가 좌지우지한 대기업 인사...韓 재벌그룹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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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가 좌지우지한 대기업 인사...韓 재벌그룹의 민낯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3.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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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 장본인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국가 시책에 부당하게 개입해 각종 이권을 챙긴 것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국가기관 및 공기업, 심지어 사기업 인사까지 좌지우지 했던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그 후폭풍으로 오는 5월 9일 조기 대선이 치뤄지게 됐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은 구속됐거나 검찰과 재판정을 드나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국정감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 총수들 <사진=국회방송 캡처>

최씨가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 미르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고, 매년 초 진행되는 그룹 인사는 평년보다 뒤늦게 이뤄졌다. 

각계에서 사임하거나 구속된 인사들이 속출했다.

특히 최씨 혹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고 주장하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접촉한 이들은 현재 대부분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다. 

◇ 박근혜·최순실과 관련된 경영진의 몰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삼성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오던 미래전략실은 결국 해체됐고,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 미전실 팀장급 7명은 모두 사임했다. 

최 부회장, 장 사장, 김재열 사장, 황성수 전무 등은 삼성의 자금출연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국민연금 동원,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말 구입 등 승마지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심장부에서 근무하는 사장급 임원이 허망하게 자리를 떠나는 것이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전실은 과거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에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로 상황에 따라 간판을 바꿔 달며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으나, 삼성그룹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해체됐다. 

삼성그룹의 부장급 이상 임원진 인사는 아직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의 경우, 자금 출연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 재승인 등의 특혜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의 사면은 박 전 대통령이 기업인 사면은 없다는 공약을 깨면서까지 진행한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민원을 부탁했다고 의심되는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용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임될 것이 유력해 보였던 김 전 의장을 비롯해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 및 대부분의 위원장이 교체된 SK그룹의 인사 결과는 재계에서도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미경 CJ 부회장은 영화 변호인, 광해, TVN의 시사 코미디 프로 SNL에서 방영한 '여의도 텔레토비'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측에 밉보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재계 인사는 아니지만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도 최씨에게 밉보인 후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사람'으로 지목되며 좌천성 인사를 당한 인물이다. 

◇ 리스크는 있지만 자리는 유지한 CEO

어수선한 정국에 자리를 지킨 재계 CEO들도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회장 취임부터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씨의 측근이었던 차은택 광고감독의 측근을 임원급으로 채용하고, 최씨가 설립을 주도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의 광고를 몰아준 정황도 있다. 

황창규 KT 회장

당시 KT 전무로 채용된 이동수 전 전무는 사건이 불거진 후인 지난해 11월15일 사임했고, 상무보로 채용된 신혜성 상무보는 지난해 3월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며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취임 3년만에 KT를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재진입 시키는 등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이 확정됐다. 

지난 24일 진행된 주총에서 KT 새노조 등이 황 회장의 연임 반대를 강력히 주장하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연임을 확정했다. 권 회장 역시 최초 선임 과정에서 최씨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포스코의 광고 자회사를 최씨가 주도한 광도회사 모스코스에 넘기려다 실패했는데, 이 때의 의혹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KT와 포스코 관련 인사 사항이 기록돼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사외이사 및 임원급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양사의 인사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 전방위적인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사기업 인사개입

이밖에도 최씨는 대한항공 인사와 KEB하나은행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측근 중 하나인 고영태 씨의 친척 고창수 씨는 대한항공 프랑프푸르트 지점장에서 제주지점장으로 발령받을 때 최씨를 통해 민원을 넣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통해 인사 부탁을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지난 해 청문회 자리에서 증언했다. 

최씨의 독일 정착을 도운 인물로 알려진 KEB하나은행 이상화 전 글로벌영업2본부장은, 독일법인장 시절 최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 독일에서 특혜대출을 해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움직여 안 전 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게 이 전 본부장의 승진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한편,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문형표 전 국민연금이사장, 김기춘 전 실장, 안종범 전 수석, 조윤선 전 장관, 이인성 이화여대 교수 등 다수의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이들 외에도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재판에 출석해 VIP 관심사항이어서 부득이 요청을 들어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청년희망펀드에 자금을 출연하기 위해 개인 빚까지 얻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과 공모했거나, 혹은 사익을 위해 대통령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최순실 씨에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인사가 휘둘리며 재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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