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유산(上)] 국보급 문화재 품은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에 안겼다...사회공헌 확산 기폭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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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유산(上)] 국보급 문화재 품은 '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에 안겼다...사회공헌 확산 기폭제 '관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4.28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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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
- 미술품·문화재 2만3000여점 수집품,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유례 없는 '세기의 기증'
- 이건희 회장 사재출연 1조원 약속, 13년 만에 실현...감염병 극복, 소아암 어린이 등 지원
- 재계-문화계 등 삼성가 수조원 사회환원 '환영'...이재용 사면론 등에 긍정적 영향 전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에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해 했던 말이다.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품 수만 점이 국민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급 문화재 등이 포함돼 전세계 프라이빗 컬렉션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가족은 28일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 2만 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고, 이건희 회장의 사재 1조원 규모를 출연해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사용키로 하는 등 사회공헌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 등 수조원 규모의 사회환원은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 확산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 신경영 20주년 만찬 행사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삼성 측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약 12조원)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환원은 '세기의 기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사회와의 공존공영 의지를 담아 지속한 삼성 사회공헌 사업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사회공헌 철학으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기증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국보급 미술품이 눈에 띈다. 고려불화는 화려하고 정교한 고려 문화의 정수이자 세계적으로도 희소성 높아 국립박물관도 유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보물 제2015호로 지정된 고려불화 '천수관음도'

또한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 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고(故)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장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정문화재 등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사재 출연 1조원 약속도 감염병 극복, 소아암 어린이 지원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말한 약속에 13년 만에 실현된 셈이다. 

감염병 대응에 7천억 기부… 전문병원 건립·연구지원

유족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또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천억원 투입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좌)의 유지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따라서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천여명,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며,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 의료인력이 코로나19 진단에 나선 모습

'사회적 책임' 유지 따라 사회환원 지속 전개...재계·문화계 등 긍정적 반응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사들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가의 사회환원에 대해 재계는 물론 미술·문화계에서 긍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5조원 기부 약속에 이어 삼성가의 수조원 사회환원 발표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회적 확산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유족들이 평가금액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작품을 기부하기로 한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등에도 유리한 여론 조성이 예상된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술품 기증은 좋은 문화재를 사회에 남기고 간 것으로 삼성가에게 현실적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깔끔하다"며 "이번에 상속 지분을 어떻게 나누는지 발표하지 않은 것은 먼저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는 "지방 출신 작가의 작품을 해당 지역의 미술관에 기증키로 한 것은 환영한 만한 일"이라며 "삼성가 유족들이 사회환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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