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진의 뉴욕 이슈] 가상화폐 옥죄려는 SEC, 리플의 역공에 전전긍긍…美 법원, 리플 손 들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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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의 뉴욕 이슈] 가상화폐 옥죄려는 SEC, 리플의 역공에 전전긍긍…美 법원, 리플 손 들어주나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4.1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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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플은 증권이다!” 빈약한 SEC의 주장, 승소할 수 있을까
- SEC의 노림수? 알트코인 규제 시도, 난항 겪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제물로 삼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리플의 역공에 당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뉴욕법원이 리플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SEC의 논리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SEC는 지난해 12월에 가상화폐 발행업체인 리플랩스를 기소했다. 리플을 증권으로 규정해 규제하기 위해서다. 리플이 증권으로 규정되면 비슷한 형태의 가상화폐 역시 이유로 기소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SEC의 패색이 짙어지며 리플을 시작으로 알트코인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무산되기 직전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승부에 나선 SEC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png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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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의 주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리플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12월 SEC는 가상화폐 발행업체인 리플랩스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랩스가 2013년에 자사 통화를 최초 제공한 것을 근거로 리플을 증권으로 간주해 13억 달러의 미등록 유가증권을 발행했다는 혐의다.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본 이유는 하위테스트가 제시하는 4가지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위테스트란 어떤 거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평가 절차다.

하위테스트의 기준은 ▲돈을 투자했는가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가 ▲다수가 투자한 돈이 공동 기업에 속해있는가 ▲수익은 자기 자신의 노력이 아닌 돈을 모으는 자, 혹은 제 3자의 노력의 결과에서 비롯되는가 등이다.

SEC는 리플이 이 4가지 기준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가상화폐가 아닌 증권으로 간주했다. 리플은 실제로 송금을 목적으로 탄생했기에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과 같이 채굴을 통해 생산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업체가 발행과 관리를 전적으로 담당한다. SEC는 리플랩스라는 중앙업체가 리플 발행을 책임지며 투자 가치를 담았다고 해석했다.

또한 리플랩스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으며 장기 투자를 시사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리플을 선전하며 “나 역시 장기 투자를 이유로 리플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SEC가 리플랩스를 기소한 근거가 됐다.

하지만 소송은 리플랩스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리플은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결제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사라 넷벗 뉴욕 동부지법 치안판사는 “리플은 유틸리티가 있어 (증권과 달리) 활용도가 높다”며 리플이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수단이라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플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실제 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플랩스 역시 “(리플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투자가 아닌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리플을 매입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는 하위테스트의 두 번째 기준인 수익을 기대하며 하는 투자라는 기준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SEC의 승부수,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SEC가 리플을 기소한 것은 단순히 리플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규제의 전례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석된다. 실제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리플과 마찬가지로 중앙에서 발행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리플이 증권으로 인정된다면 같은 형태의 다른 알트코인 역시 증권으로서 규제를 받게 된다.

새로이 SEC의 위원장이 된 게리 젠슬러는 신규 화폐가 증권과 똑같이 규제될 것이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증권거래소의 소관에 따라 투자 계약이나 유가증권을 제공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규정된다면 규제할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넷번 판사는 SEC가 어떤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어떤 가상화폐를 규정하지 않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과거 SEC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이 탈중앙화되어 있다는 이유로 증권이 아니라 판단했다. 이더리움 역시 처음엔 가상통화 공개(ICO) 절차를 걸쳤으나 구조적으로 탈중앙화되어 있으며 이더리움재단이 이더리움에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증권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리플랩스는 소송 초기부터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리플의 차이점을 해명하라고 SEC에 촉구했지만 SEC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가상화폐는 증권형과 유틸리티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SEC가 규제할 수 있는 건 증권형 뿐"이라며 "리플은 그 용도로 보아 유틸리티형 가상화폐"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SEC가 규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무모한 소송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SEC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12월 SEC가 소송을 제기한 후 리플을 상장 폐지했고 리플의 가치는 급락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SEC에 명확한 규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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