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D-3…결정에 영향 미칠 변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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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분쟁]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D-3…결정에 영향 미칠 변수들은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4.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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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엔솔·SK이노 간 배터리 분쟁, ITC 판결로 LG엔솔이 승기…바이든 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주목
- 대통령이 ITC 판결 뒤집은 전례 거의 없어…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 절실한 미국 상황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 조지아주 정치권 거듭 거부권 행사 촉구…LG엔솔·SK이노 치열한 물밑 로비 경쟁이 어떠한 영향 미칠지도 변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간의 배터리 분쟁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LG엔솔과 SK이노간의 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변수들과 실제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요소들이 고려돼야하는 만큼 실제 거부권 행사에 대한 향방을 점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LG엔솔과 SK이노 양 사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각 업계가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 사간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 수준이기 때문에 배터리 분쟁의 마지막 카드인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며 "거부권의 실제 행사 여부와는 별개로 양 사가 또다른 소송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엔솔과 SK이노는 양 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두고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는 중이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역사상 5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미국이 현재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양립한다.

美 의원들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 촉구

미국 현지에서는 조지아주의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지난 8일(현지 시간) 성명서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26억 달러의 조지아주 투자를 성사시키거나 무산시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소 2600의 일자리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 2월 13일과 3월 13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판결을 뒤집어 줄 것을 거듭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사례까지 더하면 총 3차례에 이른다.

조지아주 상원도 뜻을 같이했다. 뉴넌타임즈-헤럴드 등 외신에 따르면 버치 밀러 조지아주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 공장 철수는 조지아주의 민관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 비용을 들게 하고 수백명의 사람을 실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조던 상원의원(민주당) 역시 "양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을 때 합의안에 도달해야 한다"며 "합이를 통해 현지 주민들의 일자리가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LG엔솔·SK이노 간 치열한 로비 전쟁

최근 LG엔솔과 SK이노는 미국을 겨냥한 로비전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총 3조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SK이노는 LG엔솔이 제시한 막대한 합의금 규모에 차라리 미국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당 공장의 목표 생산능력은 연간 21.5GW 규모로, 매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전기차 전환 사업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약 3000명의 인력 채용으로 현지 경제 활성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SK이노의 사업 철수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LG엔솔은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SK이노의 사업 철수로 인한 손실을 대신 메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현지 매체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달 10일 래피얼 워녹 주 상원의원에게 "외부 투자자가 SK이노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 측은 "LG의 무책임하고 도를 넘어서는 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저지 활동은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LG엔솔은 다시 "정당한 투자계획을 폄하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양 사가 날선 공방을 주고 받는 가운데, SK이노는 지난달 말 샐리 예이츠 전 미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했다. 예이츠 전 부장관은 미국 매체 AJ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북동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무력화시키는 ITC 판결을 거부해야 한다"며 "ITC의 판결은 일자리와 기후변화 대응 등 중요한 정책 목표를 저해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바이든 대통령의 반중(反中) 동맹 구축 전략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희토류·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희토류와 배터리 등을 비중 있게 공급해 온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는 향후 미국이 희토류는 호주와 중남미에서,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 등에서, 배터리는 한국, 일본 등 우방국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LG엔솔과 SK이노는 미국 내에서 이미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CATL은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실제로 올해 CATL이 발표한 1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중 미국에 대한 내용은 없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빈자리를 채울 만큼의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 세계 배터리 셀과 관련 부품에 대한 중국의 생산 비중은 각각 77%, 6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엔솔과 SK이노간의 기나긴 배터리 분쟁은 미국의 공급망 확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SK이노가 미국 사업에서 손을 떼는 상황은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LG엔솔 ESS 화재 사고

LG엔솔이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할 품목에는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용 파우치 배터리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 충남 홍성군에서는 LG엔솔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ESS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총 4억4000만원으로 경찰 및 소방당국은 해당 ESS 내부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LG엔솔의 ESS는 이전에도 여러 번 화재 사고에 휘말린 전적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발생한 국내 ESS 화재 사고 25건 중 LG화학 제품에서 발생한 사고는 13건에 이른다.

이에 LG엔솔은 ESS 제품에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나 충남 홍성군에서의 사고를 통해 또 한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으로, 최근 한 중소기업단체는 해당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미국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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