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개발사의 선택, '방치형 게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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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개발사의 선택, '방치형 게임' 분석
  • 이재덕 기자
  • 승인 2017.02.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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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초기 인디게임사들의 작품은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내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수백 억을 퍼부으며 TV 광고를 하는 대형 게임사들에게 밀리더니, 최근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과 ‘포켓몬고’에 떠 밀려 갈 길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 게임사들이 선택한 것은 '방치형 게임'이다. 한때 일본에서 만든 개복치를 키우는 게임에 이어 숙주나물 키우기가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하나 둘씩 퍼지기 시작한 독창적인 장르다.
 
국내에서 가장 히트를 쳤던 것은 '거지키우기'. 국내 인디게임사들이 가장 추종하는 개발사 중의 하나다. 게임을 들여다 보면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병맛 그래픽'이지만 황당한 스토리와 방치형 게임의 중독성이 유저들의 입맛에 맞아 떨어지면서 꽤 오랫동안 구글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한동안 방치형 게임이 뜸한가 싶더니, 중년기사 김봉식이 방치형 게임의 맥을 간간히 이어왔고, 최근에는 '오늘도 환생: 차원의 기사단'이 압도적인 인기로 인디 개발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특히 23일에는 국내 방치형 인기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거지키우기'의 속편 '거지키우기2'가 등장, 현재 시장 1위인 '오늘도 환생'과의 뜨거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구글스토어 신규인기순위를 보면 방치형게임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표창을 날려 몬스터를 잡는 '표창키우기', 건달을 키우는 방치형 RPG '건달 키우기'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또 유료게임에서는 방치형 노가다 영웅키우기 RPG '지겨워하지마'가 1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덕분에 초미의 관심을 받았으며,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인기 유료게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게임이, 누구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이들 방치형 게임의 내부를 들여다 봤다.

우선 MAU(월간 액티브사용자 수) 순으로 랭킹을 내 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방치형 게임 지존의 자리.
 
최근 가장 핫한 게임인 '오늘도환생'이 1위 일줄 알았더니, '탭탭피시: 어비스리움'이 MAU 26만으로 가장 많다. 이어 ‘오늘도환생’, ‘표류소녀’가 2, 3위를 차지했고, 오래 전 인기를 모았던 '거지키우기'와 '중년기사 김봉식'은 5, 6위를 차지했다. 두 게임 모두 후속작을 냈는데, ‘돌아온 김봉식’은 20위권 후반에 랭크됐고, ‘거지키우기2’는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집계가 되지 않았다. 또한 1세대 방치형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개복치'는 아직도 3만 명 가량의 유저가 즐기고 있다.

압도적인 다운로드수를 기록했던 작품은 ‘탭탭피시: 어비스리움’과 ‘성키우기’, ‘네코아츠메’의 3개 타이틀로, 모두 5백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이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네코아츠메'. 마당이 있는 집 안에 고양이들이 놀다 가는 것을 바라만 보거나 사진을 찍어주는 방치형 게임인데, 10대 여성 비율이 59%다. 전체 남녀 비율은 79%: 21%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성 비율이 높은 게임은 또 있다. '두드려요 신님'이라는 타이틀은 10대와 20대 여성이 대부분을차지했고,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여성이 52%로 ‘네코아츠메’에 이어 여성층 비율이 가장 높은 방치형 게임으로 나타났다. 남녀 성비가 골고루 나타난 방치형 게임도 있다. ‘방치시티’는 10대와 20대 남여의 고른 분포를 보였고, ‘탭탭피시 어비스리움’도 10대 남녀가 가장 많았다.

한때 잘 나가던 게임도 있었다. ‘비둘기 키우기’는 최대 60만 가까운 MAU를 기록했다가 지금은 약 1/10 가량으로 줄었으며, ‘네코아츠메’ 역시 MAU가 최고치를 달했던 시기에 비해 약 1/6 수준으로 줄었다
 
유료버전과 무료버전이 있을 경우 당연히 무료버전의 다운로드수가 많고, MAU 또한 마찬가지 일 것 같지만 유료버전의 수치가 더 많은 게임도 있었다. '지겨워하지마'라는 작품은 무료 버전에 비해 VIP 버전이 다운로드 수와 MAU 수가 각각 5배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버전은 게임에 제한이 없고, 가격이 1원에 불과했던 것이 이유다.
 
독특함을 무기로 내세운 '방치형 게임계'의 떠오르는 샛별도 있다. '여신의 탑'과 '비내리는단칸방, ‘표창키우기’ 등이 그것인데, 이중 '비내리는 단칸방'은 독특한 형태의 그림체와 내용으로 출시 후 DAU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여성 유저의 비율이 94%가 넘는다.

남녀비율과 연령대를 종합하자면, 방치형 게임의 평균적인 연령층은 10대와 20대 남성층이 가장 많고, 게임의 분위기에 따라 여성층의 비율이 높은 게임이 존재했다.

방치형 게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역시 '방치형 게임' 소지자들이었다. 20대 남성층이 가장 많았던 ‘오늘도환생’은 ‘성키우기’, ‘중년기사 김봉식’, ‘건물주키우기’, ‘방치시티’를 가진 유저 10-13% 정도가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여성층이 가장 많았던 '네코아츠메'의 동시 소지앱 리스트에서는 ‘두드려요신님’이 9.2%, ‘피크루스 루나 네모로직’이 6.2%, ‘니키 가이드’, ‘디모’, ‘텐바이텐-디자인 쇼핑몰’의 등이 나타났다. 그래픽이 예쁘거나 리듬액션 게임이거나, 여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방치형 게임중 매출이 가장 높은 것은 40위권의 '오늘도환생'이다. 이어 ‘중년기사 김봉식’이 130위권, ‘여신의탑’이 160위권, ‘드루와던전’과 ‘대건물주’가 170위권을 장식했다. 또 ‘탭타이탄’의 후속작 ‘탭타이탄2’와 MAU가 가장 많았던 ‘탭탭피시 어비스리움’이 180위권에 랭크됐다.
 
‘거지키우기’는 간신히 500위권에 랭크됐다. ‘거지키우기’의 후속작 '거지키우기2'는 1편에 비해 다소 복잡해진 UI를 들고 나왔다. 보다 과금 구조가 강화된 느낌이다.

방치형 게임은 대부분 50위권 이하로, 하루 1천만 원 이하의 매출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개발자들이 '방치형 게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적은 인원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개발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이 장르가 가장 만만한 것이다.

 
생각이 달라지면 게임도 달라진다. 가장 만만한 장르라서, 혹은 어쩔 수 없이 만드는 장르가 아니라 내버려두었다가 언제 돌아와도 푸짐한 상으로 반기는, 반복되는 수업에 찌든 학생 들을 위한 선물 같은 게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보다 작품성이 높아질 수 있다. 창의적인 인디 개발자들에게서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

 

 

 

이재덕 기자  game@game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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