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세종硏 "北, 체제적 한계로 전향적인 경제개선 비전 제시 실패...상당히 위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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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세종硏 "北, 체제적 한계로 전향적인 경제개선 비전 제시 실패...상당히 위축될 것"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2.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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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주 "北, 8차 당대회서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실현가능성 방점 둔 신경제 5개년 계획 제시"
- "신경제 5개년 계획, 김정은 정책 틀 유지...한정된 자원 효율적 활용 방안 마련하고자 한 것"
- 양운철 "공업부문 증가율, 0.9%불과...경제개선 비전 제시 실패로 상당히 위축될 것"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보고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 캡처/연합뉴스]

세종연구소에서 북한의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나왔다.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개최된 8차 당대회를 통해 실현가능성을 우선으로 한 지나치게 낮은 신경제 5개년 목표와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정치노선 등 북한의 체제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전향적인 경제개선 비전 제시에 실패했으며,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없는 북한경제는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5일부터 24일까지 약 3주간 2016년에 이어 5년만에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를 열고 이례적으로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달성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경제 담당 내각을 대거 교체한 바 있다. 

우선,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일 세종연구소의 '정세와정책'에 실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제연합(UN)의 경제제재, 코로나19 및 자연재해 속에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며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정치노선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제시하고, 실현가능성에 방점을 둔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정치노선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정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을 김정은의 당으로 자리매김시켰다"고 당대회를 평가하면서 "이번 당대회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을 인정하고 비판적 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는 실현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가경제의 자립적 구조 완비 ▲수입재의 비중 감소 ▲인민생활 안정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기존의 전략적 노선을 실현하기 위한 정비·보강 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서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김정은 시대에 추진한 경제 정책의 틀은 유지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내각에게는 경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경제 관리에 필요한 일원화통계체계 수립과 경제적 공간의 활용을 언급했다. 먼저 경제 계획 수립과 현황 파악에 필요한 통계 자료의 수집과 관리를 체계화할 것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국가 단위에서의 경제 관리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기업 관리에 있어서도 경제성 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경제 건설과 관련해서는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순환 구조의 안정적 유지에 가장 중요한 부문을 중심으로 과제를 제시했다"고 지적하고 "공급부문에서는 농업과 경공업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소재와 장비 및 부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금속과 화학공업을 발전시키는데 국가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분배의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상업의 복원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며 "시장에서의 상품 유통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영상점이 경쟁력을 갖춰 유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대회 7일차 부문별 회의 진행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8차 노동당대회 7일차 부문별 회의 진행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첫 세종브리프에서 '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 경제부문 분석'을 통해 "김정은은 기존의 5개년 전략 수립에서 발생한 오류에서 교훈을 얻어 새로운 5개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그 이유는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지속, 경제침체로 인한 재원 및 준비 부족, 새로운 계획 실패에 대한 부담,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 외생적 요인도 작용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양운철 수석연구위원은 "실제로 8차 당대회에 이어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국가예산 지출계획 중 북한이 강조한 인민경제발전의 공업부문의 증가율은 불과 0.9%에 불과하다. 전년도 7.2% 증가율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면서 "북한은 제8차 당대회는 전향적인 경제개선 비전 제시에 실패했으며,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없는 북한경제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수석연구위원은 "낮은 목표를 설정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 경제침체로 인한 재원 및 준비 부족, 새로운 계획 실패에 대한 부담, 미국 대선 등 외생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착취해 발생하는 이익을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는 착취적 경제구조를 유지한다"면서 "소수의 엘리트는 권력의 약화를 가장 염려하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의 이익 공유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집권층은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익을 얻는 포용적 경제구조는 철저히 배격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경제제도 개선 속도는 매우 느리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한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제도가 개방적으로 변화되어, 창조적 파괴를 통해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법치주의가 달성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약해진 시장의 영향력을 더욱 축소하는 정책 시행도 가능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제제재를 포함한 대외적 압박과 관계없이 자력갱생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을 통해 국가가 주민, 기업소, 시장의 경제활동을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경제의 비효율성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처럼 비효율적인 경제에서 시장의 확산은 상당한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은 제8차 당대회는 전향적인 경제개선 비전 제시에 실패했으며,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없는 북한경제는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관계를 통한 북한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 최 연구위원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군사 부문에서의 정상간 합의 이행과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앞세우고 부문적 교류협력사업은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다"면서 "다만, 남북관계 개선은 쌍방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남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적극적인 협상 제안보다는 한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통해서 당면한 대외경제 문제를 완화시키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테이블 마련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한 교류협력사업들을 중심으로 남북 간 접점들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SLBM(북극성-5형으로 추정)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연합뉴스]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SLBM(북극성-5형으로 추정)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연합뉴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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