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알못' 가이드 스티치 픽스, 유통업 미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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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알못' 가이드 스티치 픽스, 유통업 미래 실험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2.1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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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신발·액세서리 등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AI와 전문가 협업으로 구매적중률 고도화
사진 = 스티치 픽스 제공
사진 = 스티치 픽스 제공

 

유통업계, 패션산업의 넷플릭스라고 불리기 시작한 스티치 픽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주가가 무려 40% 폭등하는 등 최근 침체된 패션산업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미국 기업인 스티치 픽스는 지난 7일 2021년 1분기 실적 현황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해 1년 전에 비해 10% 성장을 기록했다.

스티치 픽스는 10월 31일 종료된 회계 1분기 4억9440만달러, 약 5367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닥 상장기업인 스티치 픽스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서 33% 급등했으며, 이튿날 40%까지 올랐다.

활성화 고객 수는 38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1년 전에 비해 10.2% 증가한 숫자다. 특히 단순 회원 가입 수가 아니라, 분기 회계 마지막 날부터 52주 전까지 직접 구입한 사람을 말한다.

스티치 픽스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현재 의류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 맞춤형 발굴 및 편의성 모델의 관련성이 커지면서 점유율을 높여 신규 고객 가입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의 모멘텀을 감안하면 2021년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대비 20~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편집숍? 유통대행업체에 가까운 스티치 픽스

국내서도 점차 확산돼 가고 있는 온라인 편집숍과 스티치 픽스의 사업모델은 좀 다르다.

지난 2011년 창업한 스티치 픽스는 옷을 더 편하게 고르고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스타일리스트에 가깝다.

회원 가입 후 20달러를 결제하고, 키, 몸무게, 취향, 브랜드, 가격, 라이프스타일 등 100여개의 개인정보를 정리하면, AI 솔루션과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회원의 취향에 맞도록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 다섯 가지를 골라 '픽스'라는 박스에 넣어 배송한다.

배송된 상품 중 하나라도 구매하면 앞서 선결제한 20달러를 환불해 주며, 5개 모두 구매하면 20%까지 할인을 해 준다.

만약 모두 마음에 안 들어 반품하면 선결제한 20달러는 큐레이션 비용으로 지급하는 셈.

스티치 픽스에 따르면 '픽스'를 받아든 고객 중 80% 이상이 최소 1개 이상 품목을 구매한다고 한다.

반품 역시 편리하게 물건을 보내준 박스의 반송봉투에 넣어 보내면 되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송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의류를 비롯해 패션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정작 마음에 들지에 대한 여부다.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한다'는 당연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입한 것.

만약에 반품이 너무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스티치 픽스는 고객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도 자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활용했다.

반품된 옷의 종류나 유형 등이 회원 프로필에 업데이트되면서 인공지능이 더욱 맞춤형 제품을 선별하는 데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식견과 추천이 더해지면서 구매적중률이 높은 큐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스티치 픽스의 창업자인 카트리나 레이크는 경영대학원을 다니던 중 바쁜 시간을 쪼개 옷을 쇼핑하는 것에 늘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막상 시간과 품을 들여 옷을 구입해도, 매장에서는 그럴 듯 했던 게 기존에 갖고 있던 다른 소품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2017년 스티치 픽스 상장 당시 카트리나 레이크는 만 35세로, 미국서 기업공개 역사상 최연소 여성 CEO로 이름을 남긴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14억달러, 1조5200억원 수준이었고, 2년 후 2019년에는 3조1000억원 수준으로 뻥튀기됐다.

경제지 포춘은 스티치 픽스를 "패션회사로 위장한 데이터 회사"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게, 스티치 픽스엔 120여명의 데이터 과학자와 5100여명의 스타일리스트가 파트타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AI와 전문가의 협업은 대단히 고무적인 미래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비록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픽스'하는 데 내부 시스템이 갈수록 똑똑해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방향전환이 늦었던 유통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의 패션부문만 하더라도 크루, 브룩스 브라더스, 프란체스카 등은 수천 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매장 방문이 필요 없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덕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외부활동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적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만큼 옷에 신경 쓰는 일도 줄어들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많은 이들로부터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박종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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