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현대중 특수선 매출 1조 비전...KDDX '혼탁 수주전'에 빛 바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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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현대중 특수선 매출 1조 비전...KDDX '혼탁 수주전'에 빛 바랠까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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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청, 7조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우선 사업자로 현대중 선정
- 수주 과정 둔 논란 경남·울산 지역 갈등으로 확대, 재평가위원회 구성 요구까지 나와
- 현대중-대우조선 합병하면 결국 '한 몸', 그럼에도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은 지켜져야
지난 2월 차세대 함정용 전기추진체계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는 남상훈 부사장(우측 두번째)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지난 2월 차세대 함정 전기추진체계 관련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는 남상훈 부사장(우측 두번째)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 남상훈 특수선 사업본부장(당시 전무)은 지난 2018년 10월 28일 특수선 비전 설명회인 '비전 2022'을 열었다. 그룹 후계자인 정기선 상무 외에 권오갑 부회장, 가삼현 대표 등 17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그는 "2022년에 특수선사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그해 4월 권오갑 부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 완료에 따른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2022년까지 매출 70조원 달성하겠다"는 발언에 이은 개별 사업부의 사업 계획 성격이 강했다. 목표 매출의 70분의 1을 담당하겠다는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는 군함을 주로 만드는 방위사업 전담 사업부서다. 지난 1975년부터 해군용 함정을 건조해 왔으며,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 류성룡함과 세종대왕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남상훈 본부장의 발표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인 지난 10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방위사업청(청장 왕정홍) 국감장에서는 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놓고 같은 국민의 힘 소속인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과 울산의 이채익 의원 (울산 남구갑)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8월 초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을 KDDX 기본설계사업의 우선사업자로 선정했는데, 한달 뒤인 지난 9월 현대중공업 직원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KDDX 관련 기밀 정보를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잡음이 커지게 된 것이다. 

국내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중공업 직원들과 해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만나 해군의 KDDX설계도를 테이블에 놔두고 자리를 비우면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사진을 찍는 등의 수법을 통해 군사기밀을 유출했다. 이 혐의로 20여명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 구축함 주요 제원 [사진=방사청]
한국형 구축함 주요 제원 [사진=방사청]

KDDX는 해군의 배수량 6500톤급 구축함을 건조하는 사업명이다. 해군은 KDX(한국형 구축함) 사업 뒤를 잇는 KDDX 사업을 통해 다기능 위상배열(AESA)레이더가 장착된 통합 마스트를 포함한 구축함을 오는 2030년까지 총 6척 건조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만 해도 개발비 1조6000억원, 건조비 6조원이 투입된다. '미니 이지스함'이라고도 불리우며, 국내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으로 한국의 해군력 증강의 핵심사업이다. 규모가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방위사업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경북 울산과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날

현대중공업 "2022년 특수선사업 매출 1조 달성"

지난 2018년 10월 열린 비전 2022 설명회 발표 내용의 골자는 '특수선사업 매출 1조 달성'으로 모아진다. 남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오는 2022년까지 수주 8억 달러,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며 ‘비전 2022’를 제시했다. 앞서 그해 9월 1일 특수선부문 사업부는 사업본부로 승격했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선 사업은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다. 과거 조선 선진국들 사이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려던 상선 부문이 죽을 쑤는 반면, 방산부문은 건재한 경우가 많다. 국방과 직결되는 해군 함정을 다른 나라에 맡긴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발표 무렵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특수선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은 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날의 발표는 시장의 사이즈를 약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 척당 1조원이 넘는 규모이니, 연구개발이 끝나고 2030년까지 6척을 모두 수주해 건조·인도하게 된다면 남 부사장의 2년 전 약속은 무난하게 달성되는 셈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2013년에 있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비리 사건에 연루돼 '부정당 업자'로 지정되면서 2017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모든 부문의 국가사업 입찰에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2018년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입찰참가 자격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방사청이 발주하는 20척 이상의 군함 등에 대한 입찰 참여가 가능해졌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상선의 경우 가장 비싼 배들은 우리나라 3대 조선소에서 대부분 건조된다. 대표적인 선종이 LNG운반선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건조 비용은 대략 척당 220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시세를 감안하면 KDDX 사업은 해외 조선소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채권 회수에 대한 염려도 없는 대규모 노른자 사업이라 할만 하다. 

현대중공업의 유일한 경쟁자는 지난 5월 완전 전기추진체계 개발이 완료됐다고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이다. 두 회사와 함께 조선 3강을 이루는 삼성중공업은 전투함정을 건조하지 않는다. 특수선 사업을 하는 한진중공업은 고속정 등 소형함정을 주로 건조하고, 잠수함이나 구축함 같은 대형함정 건조 능력이 없다. 

◆그후

현대중공업 2013년부터 불법 행위 저질러 수사 중

현대중공업의 판단은 주효한 듯 보였다. 분명히 지난 8월초 까지는 그랬다. 왜냐하면 지난 8월 5일 방사청이 KDDX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5점 높은 점수를 주며 사실상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0.0565점은 정말 미세한 차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위사업 관계자의 말 처럼 "평가 항목당 배점 비율을 조금만 바꿔도 쉽게 우열이 뒤집어질 수도 있는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KDDX 관련 군사기밀 자료를 수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 등과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방문해 3급 군사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촬영해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 직원들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지역구인 거제 기반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을 살피는 글을 올렸다. KDDX 사업의 공정한 재평가를 요구한 것이다. 민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정부투자기관(한국전력) 뇌물 공여 부정당제재 처분에 따른 감점이 반영되지 않은 점 ▲미보유 장비·시설 등에 대한 대책 항목에서 양사 모두 미보유 장비가 없음에도 ‘절대평가’ 방식인 아닌 ‘상대평가’로 진행한 점 ▲유사 함정 실적 항목에서 최근 5년간 함정 설계‧건조 실적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평가항목 중 최대 점수차로 낮게 평가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청은 이의신청에 따른 검증을 위해 9월 21일 오전, ‘제안서 평가검증위원회’를 개최했고 검증위원회에서 위 쟁점항목의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안서 평가과정 적정성 등 확인 결과 이상이 없고 제안서 평가 결과를 변경할만한 사항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이날 언론사 보도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2013년부터 불법적인 방법으로 KDDX 관련 군사기밀 자료를 수집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면서 "현대중공업이 불법으로 취득한 KDDX 관련 군사기밀자료는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방위사업청 수주를 통해 진행한 'KDDX 개념설계보고서(Ⅲ급)' 과 'KDDX ROC(Ⅲ급)' 자료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안서 평가 결과를 변경할만한 사항이 새롭게 파악된 것"이라면서 “불법적인 군사기밀자료 유출은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12일 경남 진해해군사령부 앞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밀 유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왕 청장은 국감장에 출석해서 "저희 규정에 의해서 (우선협상대상) 후순위자로 통보된 사람(대우조선해양)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증위원회에서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다"며 "최대한 외부인을 많이 넣고 해서 해보니 (현대중공업을 선정한) 결과를 뒤집을 상황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재평가위원회 구성해 검증하고 공정하게 사업관리 해달라"

민홍철 의원은 “방사청은 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불법 유출된 KDDX 관련 군사기밀자료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향후 공정한 사업관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방사청에 이의신청과 더불어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단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와 평가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답했다. 

방위산업은 국방력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 사업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 까지 진행되는 사업이다. 사업자 선정을 재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고, 그만한 명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조선소다. 설계능력이나 건조능력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으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중 누가 하든 우리는 우수한 스텔스 구축함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과정으로 방위사업이 결정돼도 좋다'는 선례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방위사업은 지속될 것이고, 하나의 나쁜 선례는 나중에 얼마나 더 많은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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