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②] 무상교환 정책 허점 투성이에 부실한 A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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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②] 무상교환 정책 허점 투성이에 부실한 AS까지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20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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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수명 평생보증 제도 도입했지만 자연 성능 저하는 제외
자동차업계 "전기차 배터리 자연적인 성능저하까지 자동차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
초기 모델 구매한 소비자들 배터리 무상교환 확대 요구...미흡한 AS도 강화 숙제도

전기차 배터리 수명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구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첫 구매시 완충 후 150km의 주행거리가 5년 뒤 75km로 주는 등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저하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준치 이하로 성능저하가 일어나면 무상교환해 준다고 홍보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무상교환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겪는 소비자들의 사례와 자동차 제조사들의 소비자 AS 대책은 어떠한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①] 150km가 75km가 됐다...신뢰 안간다는 소비자들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②] 무상교환 정책 허점 투성이에 부실한 AS까지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③] 배터리  수명단축에는 눈감은 삼성·LG·SK 등 빅3

#1. 세종시에 사는 A씨는 2015년식 쏘울EV 차주다. 처음 차를 샀을 당시엔 완전충전 시 130km 정도를 주행가능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면서 점점 완충 후 주행거리가 줄어들더니 올해 7월에는 체감이 확 될 정도로 주행거리가 감소했다. 지금은 완충을 해도 100km도 나오지 않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A씨의 쏘울 EV 차량 계기판. 완충해도 최대 주행거리가 98km다.

결국 A씨는 배터리 교체를 요청했으나 처음 방문한 AS센터에서는 3급정비소라 교체할 장비가 없다고 했다. 본사에 항의하자 보증 수리부서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 70% 미만이면 교환된다는 첫 설명과 달리 그런 조항이 없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수리 예약을 맡기는 것만도 수일이 걸렸다. 8월 한달 중 일정이 단 하루 밖에 없다고 했으며, 배터리 재고가 없어서 교체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A씨는 "전기차를 타는 게 무슨 죄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불편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2. 제주도에 사는 B씨는 1세대 쏘울 EV 2015년 8월식을 운행 중이다. 12만km 정도를 타고나니 완충시 120km 정도를 한 6개월간 유지했다가 100km 밑으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현대차의 최근 리콜 소식 이후 점검을 다시 받으니 계기판 상의 SOH(충전효율)는 100%였지만 실제 충전거리는 탈수록 계속 떨어져 다시 원상태로 회귀했다. 이를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자 "배터리가 노후화되서 그냥 타셔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B씨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리셋된 것일 뿐 배터리 상태는 여전했다"며 "주행 내역 동영상을 만들어 강하게 교환을 요구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증기간 내에 전기차 배터리 교체를 맡겨보지만 약속과 달리 배터리 교체가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AS 기간을 늘리고, 충전 효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무상교체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오닉, 코나 , 니로 등의 전기차가 생산됐을 때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관련해 평생보증이라는 꽤나 구미 당기는 정책을 시행했다. 처음 차량을 소유한 사람에 한해 폐차할 때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교환하거나 수리를 해준다고 했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종합 케어(care) 프로그램 '빌리브'(beliEVe)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전압 배터리 보증을 통해 아이오닉 일렉트릭 신차 고객에게 평생 배터리 보증, 2020 코나 일렉트릭 고객에게 10년·20만㎞ 보증 등 차종에 따라 최대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홍보했다.

이런 제도들로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걱정없이 타도 되겠다고 안심했다. 

전기차 배터리 무상보증의 진실

하지만 평생 관리해 준다는 개념은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다.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조항은 어디까지나 기계적 결함에 국한되며 배터리 충전과 방전을 지속하면서 수명이 닳아진 자연 노후화는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다 보면 수명이 줄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과실이나 외부 충격이 없어도 배터리 효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보통 배터리 효율이 70% 이하일 때만 무상교환을 해준다. 볼트EV는 60%로 기준이 더 낮다. 그 외에 배터리가 고장이 났을 때에도 무상으로 교환해준다.

단,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물리적인 충격이나 소비자 과실이 없을 경우에 한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구매시 타다가 성능이 떨어지면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사실상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고 무조건 교환이 가능한 게 아니었던 셈이다. 

소비자가 무상 교환을 요구하려면 자연 노후화가 아닌 기계적 결함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사실상 무상교환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다는 소리다. 최근 코나EV 리콜사태에서도 현대차는 리콜정책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데 BMS시스템 업데이트가 기본적 조치이고, 이후에도 문제가 생긴 차량에 대해서만 배터리 무상 교체를 해준다고 밝혔다. 

결국 보증기간 내에 효율이 떨어져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교체 여부를 판단하는 건 제조사의 몫이다. 소비자가 느끼기엔 배터리 효율이 많이 떨어졌는데 서비스센터에서 더 타도 된다고 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또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운전습관을 핑계로 무상교환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보증기간이 넉넉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차량이 단종되거나, 배터리 자체가 단종될 경우에는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배터리 보증과 관련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마케팅을 하고 있고,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체 여부 판단이 제조사 몫...교체해도 다시 원상태로

자칫 충격 흔적 등으로 과실로 무상교환을 거부당하면 소비자는 막대한 배터리 교체 수리비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배터리 교환에는 대략 1000~2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보증기간 내 교환이 가능할 정도로 성능저하가 일어났더라도 교환받기란 쉽지 않다. 위 사례들처럼 교환받기까지 상당한 노고를 감수해야 한다. 배터리 재고가 없어서 들어올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거나 예약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피로감이 누적된다. 

서비스센터의 미흡한 AS대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단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는 '눈가리고 아웅' 식 땜빵처리가 난무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겨도 배터리 효율이 100%로 뜬다고 해서 차를 찾아가면 보름만에 원상태로 복귀하는  일이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를 부분수리하거나 한번 무상교체하면 평생 보증이라는 얘기와는 달리 1년에 2만km로 변경된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리프트 사용으로 전기차량에 각종 스크래치와 자국이 생기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른다. 

자동차 서비스센터는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서비스센터와 사설 서비스센터로 구분되는데, 서비스 차이가 크다는 제보도 나온다.

한 코나EV 1세대 차주는 "사설 수리점인 현대차 오토큐에서는 '100% 효율이 뜨니까 이제 모르겠고 더이상 해드릴 게 없다'고 했지만 직영 수리점에 가니 바로 교체해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영 수리점의 경우 예약이 몹시 힘들다는 점이다. 한달간 예약이 풀로 찼다며 사설 수리점을 안내받기 일쑤다. 애써 찾아간 서비스센터에서 3급 정비소라며 전기차 배터리 교환을 하지 못한다고 수리를 거절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값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자연적인 성능저하까지 무상교환, 수리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대신 전기차 고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자연적인 성능저하까지 자동차업체 부담으로 지게 되면 전기차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전기차 구매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아직 미흡한 AS 문제도 점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모델 배터리 무상교환 확대되야...미흡한 AS 강화 숙제도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저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수명 저하 현상도 최신 자동차에서는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2014, 2015, 2016년 등 초창기에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경우 기술개발이 상대적으로 되지 않았던 초창기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이 3년간 전기차 국내 판매량은 1만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구형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교환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거나 업체에서도 교환 프로그램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요즘 나오는 차량들은 배터리 기술개발이 되서 그렇게까지 심하게 배터리 수명이 줄지는 않는다"라며 "하지만 2015년, 2016년경 나온 차들은 배터리 성능이 반토막이 나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무상보증 확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의 부실한 AS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수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국가 공인 전기차 정비사 자격증 등 관련 준비가 전무한 상태다. 관련 국가 공인 자격증과 법적 준비가 덜 된 상태라 비전문가가 전기차를 고치더라도 소비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정비 실수는 소비자가 대부분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박병일 자동차정비 1호 명장은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달리 리프팅, 정비시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차를 팔기에만 급급한 채 큰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며 "전기차 정비지침이 너무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인프라, 인프라’ 하면서 정작 인프라 구성에 제일 중요한 사후관리 부문인 정비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전기차 정비 인력 양성과 정비 시스템 개선에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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