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OCI, 3세 이우현 체제 3년… 시장의 '실적 증명'을 요구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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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OCI, 3세 이우현 체제 3년… 시장의 '실적 증명'을 요구받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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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투자로 태양광 대장주 등극도 잠시… 중국에 밀려 ‘손실’ 눈덩이
3세 경영 3년, 실적 성과 없어… ‘체질 개선 드라이브’ 성과 증명할 때
OCI 군산 공장 모습. OCI  태양광 사업의 상징과도 같다. [사진=OCI]
OCI 군산 공장 모습. OCI 태양광 사업의 상징과도 같다. [사진=OCI]

혁신과 침체, OCI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의 두 이름이다. 둘을 잇는 고리가 군산 공장이다.

고(故) 이수영 OCI 회장은 2006년부터 군산 공장 건립 투자를 시작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3위 제조업체 지위까지 올랐다. 태양광 대장주로 불리던 영광의 시기였다. 태양광 모듈의 필수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투자한 OCI의 결단은 ‘혁신’이라 불렸다.

그러나 영광은 짧았고, 상처는 깊었다. 지난 2월 OCI 군산 공장의 기계가 멈췄다.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의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OCI는 몇 년째 계속되는 영업실적 저조와 구조조정이라는 현실을 마주했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를 딛고 혁신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3세 경영’을 시작한 이 부회장의 곁에는 아버지라는 그늘이 없다.

◆그날

2017년 10월 21일 이수영 회장 별세

고 이수영 회장은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동양화학그룹의 전무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해 동양화학공업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동양화학공업 회장을 거쳐 동양제철화학, OCI 회장으로 활동했다.

고(故) 이수영 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OCI]
고(故) 이수영 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OCI]

석유와 제철회사라는 인식이 강한 동양제철화학이 태양광 회사 OCI로 탈바꿈한 건 이수영 회장 때다. 초기 투자금이 커 내부 반대가 많았던 태양광 사업 착수를 그가 지휘했다.

2008년 3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첫 양산에 성공한 OCI는 2009년 5월과 7월 군산 1공장과 2공장을 연달아 준공하면서 당시 연산 1만6500톤 규모를 확보해 글로벌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공장 건립에 투입된 자본금만 2조원이 넘는다.

이수영 회장은 당시 2공장 준공식에서 “군산 제2공장은 폴리실리콘 단위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며 “제2공장 준공으로 전북이 태양광발전산업의 메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OCI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1000~2000억원대에 불과하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08년 단숨에 약 7000억원을 넘어섰다. 2011년에는 1조원대 고지를 밟았다. 2008~2011년 4년 동안 평균 영업이익만 8500억원을 넘었다. 태양광 산업 ‘맏형’, ‘대장주’, ‘총아’라는 각종 수식어가 OCI 뒤를 따랐다.

2011년이 정점이었다. OCI는 그 뒤 저조한 영업실적을 거뒀다. 201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54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3~2015년 3년 동안에는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과잉 공급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손해가 커졌다.

물량 공세를 내세운 중국이 내수를 비롯해 인도, 동남아 등 저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침체의 이유였다.

◆그 후

3세 경영 나선 OCI, 이우현 3년의 공과

이우현 부회장은 2019년 3월 26일 OCI 정기 주주총회에서 OCI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정식 선임됐다. 사실상 이수영 회장이 별세한 2017년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대내외적으로 ‘3세 경영’이라 불렸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우현 부회장 체재 아래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정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OCI는 지난 2월 20일부터 비중이 높던 국내 공장을 철수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연산 2만7000톤)만 유지하기로 했다.

증권·산업계가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럴 법했다. OCI 황금기를 이끈 게 군산 1~3공장에서 생산된 연산 5만2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다. 부친의 대표 추진 사업이었다.

OCI는 지난 2월 11일 군산 공장 생산 중단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OCI 측은 “군산에서 반도체용,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을 생산하는 식으로 이원화를 이뤄 생산과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면서 “사업 재편 비용이 발생해 올해 영업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재편 이후 안정적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산 1공장은 올해 1000톤 규모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2년까지 이를 연간 5000톤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군산 2, 3공장은 폐쇄해 비용 절감을 택했다.

OCI솔라파워가 미국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시에 건립한 4.4MW 규모의 Alamo 2 발전소. [사진=OCI]
OCI솔라파워가 미국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시에 건립한 4.4MW 규모의 알라모 2발전소. [사진=OCI]

이우현 체제 이후 태양광 산업부문에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소 다운스트림과 열병합 발전 등으로 이뤄진 에너지솔루션 사업 부문은 흑자 사업이 됐다. 2016년 184억원을 시작으로 OCI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4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너지솔루션 매출의 두 축은 새만금 열병합발전소와 미국에 있는 태양광 발전 자회사 OCI솔라파워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사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부광약품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기회를 찾는 데 나섰다. 2019년 1월에는 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9.3%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오일뱅크와는 카본블랙 합작사인 현대OCI를 설립하고,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OCI는 2016년 2월 현대오일뱅크와 OCI가 51대49 비율로 약 1000억 원을 들여 세운 합작사다.

카본블랙은 타이어를 만드는 핵심소재다. 품질이 나쁘면 타이어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타이어 제조업체들은 신생 업체의 제품 품질을 6개월 이상 검증한다. 카본블랙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원료가 보장돼야 한다. OCI는 현대OCI를 통해 기존 석유화학과 카본소재사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는 목표다.

OCI의 옛 인천공장과 인근부지 154만6747㎡(약 46.7만평)에 대한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도 본격화됐다. OCI 자회사 DCRE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2019년 10월 2조8000억원 규모의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DCRE가 도시개발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10년 만에 사업이 가시화했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OCI]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OCI]

문제는 당장 나아지지 않고 있는 영업실적이다. OCI는 지난해 18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사실상 역대 최대의 손실액이다.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면 OCI는 올해도 1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016~2018년 흑자 전환했던 OCI의 실적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흐름이 이우현 체재 아래서 일어났다.

사실상 이 부회장은 2013년 이후의 침체기에서 자유로운 입장도 아니다. 그는 2013년 3월 OCI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넓게 보면 그가 경영에 깊게 관여한 8년 동안이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아니, 침체 초창기의 산증인이다.

◆그리고, 앞으로

‘체질 개선’ 드라이브, 증명이 간절한 실적

OCI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까지 맞았다. 이우현 부회장이 지난 2분기 1년 반 만에 직접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석유화학과 카본소재 매출 부분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고, 가정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수요도 급감했다”고 소개하면서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기의 끝, OCI는 새로운 사업을 갈구하고 있다. 사실상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선언한 OCI 앞에 늘 붙는 말이 ‘체질 개선 드라이브’다. OCI가 힘을 쏟는 분야는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사업이다. 판매가가 높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전자급 고순도 과산화수소가 체질 개선을 위한 선두 주자다.

OCI는 실적 반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10월 6일에는  SK실트론과 889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앞서 OCI는 2011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과 1888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추가 계약으로 총 계약금은 2775억원이 됐다. 계약 종료 기간은 2026년까지다.

지난 9월 23일에는 동우화인켐에 4902억원 규모의 과산화수소 10년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과산화수소는 섬유 표백, 인쇄회로기판(PCB),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의 세정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준비는 됐다. 필요한 건 ‘증명’이다. 3세 경영 본격화 이후 3년, 군산 공장 사업 철수로 회사를 떠나게 된 인원은 600명이다. 체질 개선과 실적 향상이라는 과제가 실패했을 경우 이 부회장이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신호탄이 될까, 증권가는 OCI의 3분기 흑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대신증권은 10월 7일 증권가 컨센서스인 7억원을 상회하는 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OCI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는 10월 말쯤으로 예상된다.

OCI 관계자는 “3분기부터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회복되고, 카본케미칼도 전방산업 매출 증대나 유가 회복에 힘입어 가장 어려웠던 2분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화학 사업과 바이오, 도시개발 사업 등 신사업 투자와 내실 경영을 병행해 안정적 수익이 나는 회사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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