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며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함께 추락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를 통제할 내부 가이드를 정했다.
은행권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제정한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은 지난 9월 2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의결된 바 있으며, 각 은행은 모범규준을 올해 말까지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란 금융관련 법규에 나오는 공식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을 누락했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오인에 이르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금융권 일반에서 통용되고 있다.
실제로 발생하는 사례는 너무나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금융사 직원이 무리하게 금융상품의 구매나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요인 등 필수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은 노인이나 가정주부 등 상대적으로 금융역량이 취약한 계층이었던 것에 반해, 경험이 많은 금융소비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상품들로 피해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기관 중 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곳은 아무래도 은행이다.
은행의 예금, 적금 상품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금융서비스며, 어지간해선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없다.
가끔 은행을 이자 쳐주는 복지기관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곳도 엄연히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다.
은행은 예금, 적금, 대출 말고도 다른 금융상품도 판다.
은행 창구에서 각종 파생상품이나 방카슈랑스에 대한 권유를 받아본 경험은 흔하다.
은행권의 이번 '모범규준' 제정은 작년 발생한 DLF 사태 이후 추진된 것이다.
파생결합펀드(Derivative Linked Fund)는 주가 및 주가지수를 비롯해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를 말한다.
이런 상품은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가령 국내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독일, 영국, 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F가 대규모로 판매됐는데, 국제 금융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해당 국가들의 장단기 금리차가 불안정해지면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감언이설에 혹해, 무비판적으로, 혹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자들은 많게는 60%에 달하는 원금 손실을 입기도 했고, 금융당국 역시 뒤늦게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반 금융소비자가 구제 받을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창구 직원이 제대로 설명을 했든, 안 했든, 소비자가 이해를 했든, 못 했든지 간에 서류에 '서명'을 받은 상태라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모범규준 제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특히 DLF 사태 발생원인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은행의 내부통제 미흡 ▲단기 실적위주 성과평가 문화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번에 제정한 모범규준의 적용대상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비예금 상품이다.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 대상 판매하는 각종 펀드, 신탁, 연금,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상품 등이다.
다만 일부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MMF, MMT 등 원금 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은행권이 마련한 모범규준이 그 자체로 딱히 강제력을 가진 건 아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 각 은행이 내부 지침을 마련하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이사회 승인 등을 통해 원금 손실 및 불완전판매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상품을 추가로 적용에서 예외로 둘 수 있다.
아울러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 등 임원급의 협의체인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상품정책을 총괄하게 하는 내용도 모범규준에 포함됐다.
위원회는 상품 기획, 선정, 판매행위, 사후관리 등 은행의 비예금상품 판매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다.
위원회 운영은 객관성, 공정성 제고를 위해 영업담당 임원의 회의주재를 제한하고, 별도의 조직이 담당한다.
또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이나 기타 은행이 정하는 위원이 상품판매에 대해 반대할 경우 판매를 보류하게 한다.
위원회 심의결과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자료 등은 서면, 녹취 등 방식으로 10년간 보관한다.
아울러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위원회에 외부전문가나 전문법인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위원회는 상품 투자전략, 상품구조, 손실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품 판매여부나 판매대상 고객군, 판매한도 등도 심의한다.
아울러 판매할 상품의 위험도나 복잡성, 판매직원의 상품 이해도나 전문성 등을 고려해 판매채널을 사전에 지정할 수도 있다.
자산운용사와 같은 금융상품 제조사의 건전성, 리스크 관리능력 등의 질적요소를 평가해 이를 상품 심의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실제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임직원들의 준수사항도 명시했다.
예금상품과 비교해 위험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비예금상품설명서도 도입하고, 막연한 안내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원금 비보장 상품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Q&A 방식이나 다양한 도표, 그래프 등의 활용도 권고했다.
아울러 일부 금융투자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해피콜 제도를 비예금 전 상품으로 확대해, 판매 후 7영업일까지 상품 설명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라 비대면으로 상세한 설명이 어려운 상품에 대해선 전화나 휴대폰 메시지, SNS 등으로 투자를 권유하지 말도록 제한한다.
비예금 상품에 대한 광고나 홍보도 사전에 준법감시인 심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직원은 판매를 제한하고 판매자격 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상 통제방안도 마련하게 했다.
은행은 비예금 상품별 판매현황 및 손익상황, 민원발생 현황, 시장상황 변동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판매중단 등 대책을 강구할 것도 언급됐다.
이와 같은 심의 결과는 주기적으로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며,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을 내년 6월말까지 구축하도록 규정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앞서 언급된 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에 해당하는 조치를 권고해 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일선 현장에서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강요하게 만들었던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 개선의 노력도 권고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은행권이 모범규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불완전판매 사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추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결국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이 향후 불완전판매 근절 등 소비자보호 방안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꾸려나갈지 각계각층의 감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