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잇따른 중국 철수로 베트남 법인 중요성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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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잇따른 중국 철수로 베트남 법인 중요성 '점점 커진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09.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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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공장에 이어 TV공장도 철수...중국 내수 판매 물량 베트남 생산거점 활용 방침
- 베트남 해외법인 세곳 성장세 놀라워...매출 60조 원 육박
- 1995년부터 베트남과 인연...지리적 이점, 인건비, 국민성, 정부 협조 등 사업상 이점 많아
-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의 핵심으로 베트남 부상

삼성전자(대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가 스마트폰 공장에 이어 TV공장도 철수키로 결정하면서 베트남 생산법인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 차원에서 11월경 텐진 TV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텐진공장은 중국에 남은 유일한 TV 생산라인으로 중국 내수용 물량을 전담 생산해 왔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1~6월)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4.8%로 중국업체들에 밀려 8위를 기록할만큼 시장점유율 확대가 여의치 않은데다 최근 중국 내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 공장가동 중단의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를 목적으로 쑤저우 공장 PC조립, 생산라인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 2018년 말에는 중국 텐진 스마트폰 공장과 우이저우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 공장과 설비들은 순차적으로 중국 업체에 매각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 판매 물량은 베트남 생산거점을 활용해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은 베트남과 함께 그동안 삼성전자의 아시아 핵심 생산거점 역할을 맡아왔다. 중국 시장에서의 잇따른 철수로 베트남 법인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분위기다. 베트남 법인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베트남 생산 법인 세 곳 매출, 당기순이익 갈수록 커져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세개의 생산법인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8년 베트남 박닌성에 제1휴대폰 공장인 Samsung Electronics Vietnam Co., Ltd.(SEV)를 세웠다. 2013년에는 타이응옌성에 제2휴대폰 공장인 Samsung Electronics Vietnam THAINGUYEN Co., Ltd.(SEVT)을 설립했다. 2014년에는 TV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Samsung Electronics HCMC CE Complex Co., Ltd.(SEHC)을 세웠다. 

현재 베트남 법인 두곳에서 연간 1억6000만대의 스마트폰이 생산된다. 삼성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이 연간 3억대임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들 세개법인은 아시아 지역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핵심 공급기지로써의 역할을 맡고 있다. 생산법인으로 인도가 크고 있다지만 인도 스마트폰 공장은 연간 1억대 규모로 베트남 법인들보다 한 수 아래다. 과거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로 생산했으나 최근 출시한 갤럭시Z 폴드2를 베트남에서 20% 정도 생산할 정도로 품질력과 수율이 안정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세 곳의 지난해 매출은 무려 60조 원에 육박했다.

실적도 갈수록 성장세다. 제2휴대폰 공장인 SEVT는 지난해 매출 32조8319억 원으로 전년보다 15.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조3050억 원으로 12.6% 증가했다. 제1휴대폰 공장인 SEV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7576억원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지만 매출은 22조3507억원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TV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SEHC는 지난해 매출이 4조9342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3733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SEHC는 이제 중국 TV 물량도 소화해야 하므로 향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SEVT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종속기업들 중 매출 2위,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며 다른 법인들을 압도했다. SEV는 전체 종속 기업 중 매출 10위, 순이익 3위로 높은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베트남 해외법인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상반기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SEV와 SEVT의 매출은 각각 8조9006억원, 14조3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6522억원, 1조24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기준으로 보면 두 곳에서 총 매출 22조9045억원, 순이익 1조89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1.5%, 순이익은 1.1% 가량 감소한 것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자체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9년 베트남에 첫번째 휴대폰 공장을 가동한 후 현재는 총 3개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베트남 거점이 공고했기 때문에 중국공장 생산을 중단해도 지장이 없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시작된 삼성-베트남의 인연...생산거점으로 아직 인도보다 한수 위 

베트남 제2휴대폰공장 SEVT
베트남 제2휴대폰공장 SEVT

삼성과 베트남의 인연은 1995년부터 시작됐다. 베트남 호치민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개시했고, 2008년 북부 박닌성에 제1휴대폰 공장을 설립한 이후 본격적인 사업확장이 이뤄졌다. 

삼성이 방문했을 1990년대 당시에는 베트남의 투자 매력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단 외국기업 법인세율이 28%로 인근 국가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삼성에 휴대폰 공장을 설립할 경우 기존 법인세율을 10%로 대폭 감면할 뿐 아니라 법인 설립 후 4녀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9년간 50%의 우대 법인 세율을 제공한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삼성은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키웠다. 

삼성은 최근 인도를 글로벌 생산기지의 거점으로 삼기위해 육성중이지만 아직은 베트남이 더 우위로 보인다. 인도 공장은 인건비가 낮지만 투자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기업 투자 유치가 돋보이며 지리적 위치도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쌓아온 베트남 내 사업노하우와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베트남 사람들의 성실성과 우수한 교육열도 장점이다.

베트남 내에서 삼성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성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한다. 베트남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삼성의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는 이른바 '꿈의 직장'이다. 베트남 직원들에 대한 복지 수준이 높고 급여도 다른 기업에 비해 많은 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기숙사 40여 동에는 총 3만명 이상의 직원들이 거주하며, 헬스장, 미용실, 도서관, 영화관, 노래방, 파우더룸 등 다양한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버스 800대로 매일 4만명 이상의 출퇴근도 책임지고 있다. 

삼성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동남아 최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있다. 베트남 R&D센터를 짓기위해 2억2000만달러(약 26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면적 7만9000여㎡ 지상 16층, 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되며, 2022년 말 완공 예정이다. 완공되면 삼성전자의 R&D센터 가운데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간 베트남 수출의 25% 가량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16만명 가량을 고용하고 있어 수출 및 내수 모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스마트폰, TV 생산을 중단하면서 앞으로 베트남 생산법인이 글로벌 생산체제의 핵심으로 더욱 부각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r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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