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플라스틱 먹는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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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플라스틱 먹는 인류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7.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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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고집 기업…불매운동·세금폭탄 각오해야
플라스틱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있다[사진=WWF]
플라스틱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있다[사진=WWF]

자발적으로 포장재 재질 구조와 개선을 다짐했던 기업이 제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페트병 출고량 상위 19개 업체는 2018년 4월 ‘포장재 재질 구조·개선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에 따라 해당 기업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무색 페트병으로 전환하고 ▲폴리염화비닐(PVC)을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대체하고 ▲제품의 재질을 단일화하는 등 재활용이 쉽도록 개선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이 협약을 맺은 19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별 이행 실적을 살펴봤다. 그 결과 빙그레, 코카콜라, 서울우유 등 9개 기업은 협약이행 실적을 공개했다. 반면 광동, 롯데제과, 농심 등 10개 기업은 답변이 없었다. 환경부가 내놓은 2019년 하반기까지의 협약이행 실적을 봤더니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 1294개의 제품 중 49.4%(639개)만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것을 말해준다.

광동, 롯데제과. 농심,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동아제약, 애경, 대상, 롯데칠성음료 등은 이행 실적에 대한 답변조차 거부했다. 자발적 협약까지 체결한 이들 업체의 '개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거나 비닐봉지를 사용하면 앞으로 큰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 흐름으로 봤을 때 조만간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지는 ‘99%의 바다 플라스틱이 사라졌다(Ninety-nine percent of the ocean's plastic is missing)’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인류는 연간 3억 톤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800만 톤은 바다로 흘러간다.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에 떠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는데 고작 4만 톤 만 확인한 것이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파도에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알갱이를 물고기가 먹는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먹이사슬 구조상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 유입→파도 등으로 미세 알갱이로 변신→작은 물고기 흡입→참치 등 큰 물고기의 작은 물고기 사냥→어선 참치 등 포획→인간 먹이’로 이어진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을 결국 인간이 먹게 되는 셈이다.

2018년 6월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바다에 버려진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수가 은하계의 별보다 더 많다”고까지 했다. 연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면서 플라스틱 오염으로 매년 100만 마리의 바닷새,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세계기상기구(WMO) 등은 추정했다.

각국이 플라스틱 규제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에게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2018년 4월 자발적 협약을 맺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국민적 실망은 물론 앞으로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 규제와 함께 소비자를 중심으로 환경을 파괴하거나 혹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고집하거나 혹은 비닐봉지를 계속 사용하면 세금폭탄은 물론 과태료까지 각오해야 한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기업체들이 탈(脫) 플라스틱 사업을 ‘비용’으로 받아 들이다면 큰 오산이다. 환경에 들이는 돈은 이제 ‘비용’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체 몫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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