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립서비스(lip service)
상태바
[정종오 칼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립서비스(lip service)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6.16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 일터'를 강조했다.[사진=포스코 홈페이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 일터'를 강조했다.[사진=포스코 홈페이지]

‘립서비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 치자면 ‘입에 발린 소리’쯤 되겠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 놓고 실천은 따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자본주의에서는 경영진이 직원을 다독일 때,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졌을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속마음은 딴 데 있고 겉으로만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놓은 것을 뜻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포스코 사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3일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스틸 소둔산세 공장에서 불이 났다. 총 6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둔산세 공장은 스테인리스 생산품을 산성 용역에 넣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을 하는 곳이다. 13일 12시 30분쯤 발생한 화재 사고로 화염과 함께 공장 내부 플라스틱(FRP)이 타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인근 주민들의 화재 신고도 잇따랐다. 주민들이 불안해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포스코는 2018년 1월 25일 포항제철소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로 대규모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포항제철소 안에 있는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마련해 3년 동안 1조10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를 만들고 선진적 노사문화를 구현하겠다.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의 주체이자 대상이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안전의 시작인 작업표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잠재적 위험 개소도 지속해서 발굴해 개선해야 한다. 또한 지능형 CCTV, 로봇 등을 활용한 Smart Safety 확산으로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아울러 임직원과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

이 같은 2020년 신년사를 내놓으면서 최 회장은 “상생과 협력의 선진 노사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 ‘안전의 시작인 작업표준 준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 보장’이란 키워드를 제시한 것이다. 2020년의 절반이 지나고 있는 시점, 이 신년사는 그야말로 ‘립서비스’로 추락하고 말았다. 최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키워드 어느 것 하나 실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의 시작인 작업표준 준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회사 전체적으로 약 10년 전부터 퇴직자가 생기면 인원 충원을 하지 않는 게 누적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2인 1조 작업이 실제 이뤄지기 힘들고,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는 제대로 적용되고 있을까. 포스코지회 측은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작업환경이 열악한 것이 여러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고 발생 이후 수습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를 배제하고 회사 측이 일방통행식 처리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전대책 투자 역시 실제 집행 내역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깜깜이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 보장’이란 키워드는 그야말로 ‘입에 발린 소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 13일 화재로 포항시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포스코 관련 사고에 포항시민의 걱정과 우려는 깊다. 무엇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사고와 관련해 단 한 번의 사과문이나 발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 보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포스코지회는 “여러 번 폭발과 화재 사고가 났는데도, 최정우 회장이 단 한 번도 포항에 내려온다거나 성명서 한 번을 낸 적이 없다”며 “회사가 여러 번의 사고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사과 한마디 없는 포스코를 두고 포항시민의 배신감은 클 것 같다. 여러 립서비스보다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기업이 직원을 살리고 지역을 살린다.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과 더불어 안전한 일터 시스템 구축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