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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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걸을 수 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6.1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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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 카이스트 연구팀, ‘워크온슈트4’ 공개
사이배슬론 2020 최종 출전 선수로 선발된 김병욱, 이주현 선수.[사진=카이스트]
사이배슬론 2020 최종 출전 선수로 선발된 김병욱, 이주현 선수. [사진=카이스트]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 보조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 나왔다. 슈트를 착용한 장애인의 보행 속도를 비장애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험지, 계단, 경사로 등 다양한 장애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보행할 수 있다. 관련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겨루는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나동욱 교수와 공동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인 ‘워크온슈트 4’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15일 공개했다.

워크온슈트 4는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모델로 두 다리를 감싸는 외골격형 로봇이다. 모터를 이용한 힘으로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다. 일어나 걷는 등의 기본 동작은 물론 계단·오르막/내리막·옆경사·문 열기·험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전까지 개발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하반신 기능을 잃어 근육 등 신체 기능이 퇴화한 장애인들이 로봇을 착용하고 움직이려면 수십 kg에 이르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가 이루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모사해 로봇의 무게중심을 설계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이용자 신체 각 부위에 정밀하게 밀착되는 착용부를 만든 뒤 로봇 관절의 기준 위치를 조절해 무게중심을 정밀하게 맞춘 것이다.

착용자의 긴장 정도나 지면의 상태와 같은 외부 요인을 지능적으로 관측하고 제어하는 기술도 더했다. 로봇이 제공해야 하는 보조력은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워크온슈트 4는 로봇이 착용자의 걸음을 30보 이내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보행패턴을 찾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장시간 걷거나 설 수 있도록 월등하게 기능을 끌어올렸다. 연속보행을 할 때 1분당 40m 이상을 걸을 수 있다.

이는 시간당 2~4km가량을 걷는 비장애인의 정상 보행 속도와 견줄만한 수준으로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하반신 완전 마비 장애인의 보행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활발한 기술협력을 통해 일부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성 요소를 국산 기술로 완성했다. 로봇 구조설계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공경철·나동욱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엔젤로보틱스에서 주도했다. 공학적 설계와 제어는 공경철 교수가, 보행 보조기로서의 구조와 대상자를 위한 필수 기능 등을 점검하는 생체역학 분야는 나동욱 교수가 분담해 맡았다.

개인맞춤형 탄소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로봇의 동작 생성과 디자인은 영남대학교 로봇기계공학과와 에스톡스가 각각 담당했다.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와 출전 선수들.[사진=카이스트]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와 출전 선수들.[사진=카이스트]

한편 우리나라를 대표해 올해 개최예정인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할 선수들은 지난 2월 KAIST에서 열린 선발전을 통해 결정됐다.

앉고 서서 물컵 정리하기·지그재그 장애물 통과·험지 보행·옆경사 보행 등 실제 대회에서 수행하게 될 미션이 선발전 평가항목으로 채택됐는데 지난해 9월부터 출전을 준비해온 7명의 후보 선수 중 4명이 참가해 경기를 치렀다.

각각 2분 24초와 3분 35초의 기록으로 4개의 미션을 완수한 김병욱 씨(남, 46세)와 이주현 씨(여, 19세)가 국제대회에 출전할 최종 선수로 선발됐다.

현재 워크온슈트 4의 로봇기술은 선발된 두 선수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최적화됐다. 두 선수 모두 6개의 모든 미션을 5분대에 통과할 정도로 기록이 향상됐다. 지금까지는 미국팀과 스위스팀이 4개의 미션을 6분대에 수행하는 기록을 공개했다.

선발전 1위에 오른 김병욱 씨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2015년 공 교수 연구팀에 합류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워크온슈트의 초기모델을 착용하고 동메달을 딴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의 웨어러블 로봇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직접 보여줄 것ˮ이라고 말했다.

2위에 오른 이주현 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같은 해 6월 연구팀에 합류해 사이배슬론 2020 출전을 위한 훈련과 수능 시험을 준비를 병행했다. 올해 초 최종 선수 선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합격의 영광을 동시에 안았다.

공경철 교수는 "지난 대회 이후 4년 동안 모든 연구원과 협력 기관들이 하나가 돼 수준 높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선수들과 큰 어려움 없이 훈련했다ˮ고 전했다. 그는 "다가올 국제대회는 워크온슈트 4의 기술적 우월성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ˮ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워크온슈트 4.[사진=카이스트]
워크온슈트 4.[사진=카이스트]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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