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삼성 '안도의 한숨' 위기 모면 VS 검찰 '무리한 수사' 비판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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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삼성 '안도의 한숨' 위기 모면 VS 검찰 '무리한 수사' 비판 여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09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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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숙 판사, 영장실질심사 시작한 지 약 15시간 30분 만에 결정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 부족"
- 검찰 "기각 결정 아쉬워…수사에 만전"
- 변호인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
- 11일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여부 결정...심의위, 삼성에 유리한 국면
- 국민 여론 60% 이재용 선처 빅데이터....향후 재판에 긍정적 요인
- 재계에서도 구속영장 기각에 환영 분위기...대규모 투자 및 M&A 등 영향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삼성그룹은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 글로벌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사태 속 '총수 부재'라는 경영 위기에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1년 8개월여 동안 수사를 끌어 온 검찰은 이 부회장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따라서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에도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검찰에게는 `무리한 수사` `검찰권 남용` 등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 등을 판단해달라"며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법원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 소명 부족…책임 유무 재판서 가려야”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심사를 시작한 지 약 15시간 30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원 출석 모습 [사진 연합뉴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모두 구속을 면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위기에서 총력전으로 대응한 삼성으로서는 최상의 결과다. 삼성은 최악의 경영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 형후 재판 일정에서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됐다.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의 변호인 일동은 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를 진행한 뒤, 향후 수사심의위 판단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편, 원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역대 두 번째 여성 영장전담판사로, 2011년 이숙연(52·26기) 부장판사 이후 9년 만이다. 

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심사해 발부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원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4명의 영장전담판사 중 한 명으로, 통상의 '무작위 전산 배당' 방식에 따라 이번 사건을 배당받았다.

삼성, 향후 재판 일정 유리한 국면...검찰, 수사 동력 차질 "'무리한 수사' 후폭풍"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영장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 등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획·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는 것.

하지만 삼성 측은 “당시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강력 주장했다.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전날 영장심사에서도 최강으로 맞대응했다.

검찰은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과 최재훈 부부장,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 수사팀 검사 8명을 투입했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 판사 출신 중심의 변호인단이 변론에 나섰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이 합병 방안 등 경영권 승계 전략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물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 분량만 1명당 150쪽이며, 함께 제출한 수사기록만 400권으로 20만 쪽에 달한다.

또 검찰은 총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2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에서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

이 부회장 측은 "장기간 수사 등을 통해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 등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국민 여론도 이재용 부회장 선처에 우호적이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3일부터 7일 오후 10시30분까지 5일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영’등 선처의견 연관어 비중이 59.05%로, 불관용 의견 연관어 40.95%보다 18.1%포인트 앞섰다.

삼성 관계자는 “구속은 면했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상황이나 기소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망신 주기’였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였다", "애초부터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삼성이 당장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상황은 아닌 만큼 여전히 경영의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삼성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새로운 대규모 투자, 글로벌 M&A(인수합병), 중장기 비전 수립 등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영 환경 위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응책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대형 M&A, '뉴 삼성' 비전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기존의 수세적 입장에서 탈피해 우호적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향후 검찰수사심의위 등 재판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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