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긴급 호소문 낸 이유, 미중무역전쟁·사법리스크 최대 위기..."이재용 불법 없었다" 경영정상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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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긴급 호소문 낸 이유, 미중무역전쟁·사법리스크 최대 위기..."이재용 불법 없었다" 경영정상화 절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0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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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이재용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호소문 발표
- “한국경제 위기에 삼성이 제 역할 하도록 도와달라”
- 글로벌 환경 최악에 국내 사법리스크, 삼성 창사 이래 최대 위기
-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최근 인수합병 적극적...삼성 등은 '국내에서 발목'

삼성이 7일 긴급 호소문을 내놓고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정상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돼 있고,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명의로 5일부터 7일까지 3일 연속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내일(8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서 긴박한 움직임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삼성 측 설명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법은 없었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비롯한 대내외 경영환경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내에서 사법리스크로 인해 3년째 경영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는 점에서 삼성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이재용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사건 수사에 대해 이 부회장을 기소하려 하자 이에 초강수로 대응한 것.

검찰은 이에 맞서 지난 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삼성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일부 언론의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러한 기사들은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추측성 보도의 자제를 요청했다.

또한 삼성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의 주역이 되어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에 위기를 맞으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고, 그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삼성 임직원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이 호소문까지 낸 것은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확인되지도 않은 피의 사실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셈이다.

삼성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여러 불법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앞서 전날(6일) 한 방송사가 이 부회장에게 구체적 승계 작업이 보고됐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삼성은 이날 밤늦게 입장자료를 내고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5일에도 삼성은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의견을 전달했다.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 없는" 이재용에 청구된 구속영장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주말 동안 변호인단과 계속 소통하며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 심사에서 삼성 측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할 것으로 관측된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로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라고 돼 있다.

주거지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자택은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이른바 '삼겹살 투쟁'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에서 해외로의 도주는 불가능하다. 국내 1위 대기업 총수인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도망칠 염려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증거인멸 염려도 없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

삼성은 그간 50회 이상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았다. 만약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었으면 검찰은 진작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다. 검찰이 수사 막바지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법조계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 많다.

지난 1년 8개월에 걸친 장기간에 걸친 수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된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롸 같은 해 7월에 분식회계 혐의로 김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면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선 김태한 사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적용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관측한다.

만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삼성은 2018년 2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또 다시 총수 재구속이란 '오너십 공백' 위기를 맞는다.

애플·MS 등 글로벌 기업, 공격적인 M&A…삼성 등 국내 기업 '내부 발목 잡혀'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서도 삼성이 가장 우려하던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가 재현되는 것이다.

애플, 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법리스크를 비롯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5월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체 '비컨'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초 1주일 동안 3건의 스타트업 인수를 잇달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가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업체인 '넥스트VR'을 시작으로 음성명령 기술 업체인 '보이시스', 머신러닝 날씨 예보 앱 개발업체인 '다크스카이'를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5월 통신소프트웨어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재용 구속영장 여부, 삼성과 검찰 한 쪽은 치명상 불가피

그러나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글로벌 M&A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여부는 삼성과 검찰 모두에게 운명을 건 한판승부가 될 전망이다. 한 쪽은 치명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

영장이 기각되면 삼성은 총수 부재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적정성과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 측이 외부 의견을 듣겠다며 지난 2일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한 지 이틀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직접 도입한 '셀프개혁'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대로 검찰 수사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과 기소 여부를 따져묻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경우 위원회에서도 검찰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무리하게 구속영장 청구한 점을 문제삼을 가능성도 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이 부회장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는 방법도 쓸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017년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달여 뒤인 그해 2월에 재청구했다. 이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 사상 첫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며,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다음은 삼성의 호소문 전문이다.

[전문]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삼성이 위기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찰은 장기간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수사했습니다.

그리고 적법 절차에 근거한 검찰 수사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제 법원의 영장 심사 등 사법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검찰에서는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당부에 대한 심의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삼성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입니다.

다만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 삼성은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합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 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삼성과 임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되었습니다.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기사들은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주역이 되어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의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습니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삼성의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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