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국민기업"...KT, 구현모號 닻 올리자 '고객 중심' 경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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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국민기업"...KT, 구현모號 닻 올리자 '고객 중심' 경영 변화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4.0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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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KT 대표이사 취임 일주일...새 기업 캠페인 시작
- KT브랜드 영상, 유튜브 공개 11일 만에 922만 조회수 기록
- 임원진, 20억가량 자사주 매입 '책임경영' 강조
- 새노조 "구현모 대표, 현장과 소통해야" 지적도

“도약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가 지난달 30일 열린 취임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KT는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구 대표를 공식적으로 수장으로 선임했다.

구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대내외적 경영방침을 밝혔다. 외부적으론 ‘외풍차단’의 의지와 내부적으론 ‘고객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내비쳤다.

6일, 구현모호(號) KT가 닻을 올린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났다. KT는 이 기간 ‘고객중심’을 강조하는 전방위 변화를 시작했다. 구 대표의 경영철학을 반영,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 중심 사업을 추진하겠단 포부다.

KT는 3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KT 제공]
KT는 3월3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KT 제공]

KT 시도는 대중의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고객 중심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최근 KT의 모습을 보고 “역시 국민기업, 다음 스마트폰 구매에 전환을 고려해 보겠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술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 대표의 경영 철학은 KT가 최근 시작한 새 기업 캠페인에서 잘 나타나 있다. KT는 지난 1일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편을 시작으로 ‘마음을 담다’란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마음을 담다’ 캠페인 TV 광고 첫 편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스틸컷. [KT 제공]
‘마음을 담다’ 캠페인 TV 광고 첫 편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스틸컷. [KT 제공]

KT는 이 과정의 첫 편으로 김소희 씨의 목소리를 기가지니 AI 음성합성 기술을 통해 구현했다. 김소희 씨는 태어날 때부터 청력을 잃어 말을 할 수 없었던 선천성 청각 장애인이다. 본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지도 못했다.

KT는 김소희 씨의 목소리를 복원하기 위해 가족들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어 동년배 사람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그녀의 구강구조를 파악해 목소리를 추론해 나갔다. 이런 과정을 담은 KT의 영상은 유튜브 공개 11일 만인 현재(6일) 922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KT는 또 지난 4일 ‘마음을 담다 컨택2020’를 통해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연결하고, 응원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신랑 하지수씨와 신부 박지예씨는 일가친척 대부분이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사회적 민폐를 끼칠까 염려해 식장 예약까지 끝낸 예식을 취소할 계획이었다. KT는 이 예비부부의 소식을 접하고, 온라인 결혼식을 제안했다. 결혼식은 지난 4일 오후5시 예약된 예식장에서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됐고, KT는 온라인 연결ㆍ행사 구성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

신랑신부는 양가 부모와 온라인 화상으로 실시간 대화하고, 친지와 친구들의 축하 영상이 식장과 온라인 화면에 나오며 색다른 모습을 만들어냈다. 인기 유튜버인 배그나씨가 온라인으로 축가를 불렀고, 개그맨 박명수씨가 예식장에 깜짝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하객을 초대한 신랑과 신부가 지난 4일 강남구 소재 예식장에서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
온라인으로 하객을 초대한 신랑과 신부가 지난 4일 강남구 소재 예식장에서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

◇ KT 임원진, 자사주 매입하며 ‘책임경영’ 실현

구현모 대표는 취임 후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도 내보였다.

KT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 시장 침체되자, 그에 대한 직격탄을 맞았다.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1주당 2만5000원에서 2만7000원가량 했던 가격이 3월23일 1만7250원까지 떨어졌다.

30일 열린 KT 주주총회에선 “주식을 올려 달라”는 요구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구 대표는 “주주 기대를 알고 있다”며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모아 기업가치를 향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1억원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이런 의지를 표명했다. KT 주요 임원 80명도 지난달 18일부터 2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총 2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윤경근 KT CFO(재무실장)은 “새로운 대표 취임과 5GㆍAI 기반의 산업 환경 변화는 KT가 통신ㆍ플랫폼시장을 이끌고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며 “임원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 경영을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T의 주가는 6일 임원진의 이런 의지가 반영된 듯 7.54% 오른 2만1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2만원 선을 회복했다.

KT 광화문빌딩
KT 광화문빌딩 모습. [사진=연합뉴스]

◇ 경쟁자 끌어안는 인사로 ‘외풍차단’ 의지도

KT는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정부가 지분을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이뤘지만, 확실한 주인이 없어 늘 정권 코드에 따라 ‘낙점 논란’에 휩싸였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2%)이라 지배구조가 취약해 발생한 문제다. 역대 KT회장들은 외풍과 비리 등의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 구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준 황창규 전 KT회장도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취임식에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나는 기업,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KT의 외풍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윤영 KT 사장.
박윤영 KT 사장.

KT는 기존 ‘회장’ 중심의 1인 체제인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꿨다.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한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KT 측은 "앞으로 지배구조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이런 의지를 반영한 듯, 경쟁자도 주요 자리에 선임하며 ‘제왕적 권위’를 내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윤영 기업 부문 사장과 표현명 전 KT렌탈 사장은 차기 CEO 선정 과정에서 구현모 대표와 경쟁자였다. 이들은 이번 주총을 통해 사내·사외 이사로 선임됐다. 특히, 박윤영 사장은 지난해 CEO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 사장과 함께 최종 3인에 오른 유력 후보였다.

◇KT새노조 “구 대표 취임 후 잇따른 중대 재해 발생”

구현모 대표 취임 후,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현장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KT 새노조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구현모 사장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난주 KT에서는 연이어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며 “KT 현장의 중대 재해 위험을 계속 지적해 왔다. 특히 KT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도 KT 현장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내부 출신 구현모 사장 체제가 출범해도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현실에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KT 새노조에 따르면, 2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통신 시설을 점검하던 KT의 네트워크 소속 노동자가 전주가 부러지면서 추락 사망했다. 같은 날 충남 홍성에서는 맨홀 작업 후 올라오던 케이블매니저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

이들은 “이제라도 구현모 사장은 현장과 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KT새노조와 진지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 대표는 현재 고객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장을 등한시하고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며 “현장과의 소통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경영과학 석사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KT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구 대표는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여년 만에 CEO가 됐고 남중수 전 대표 이후 11년 만에 사내 출신이 KT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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