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특혜’ 논란에 몸 사리는 대기업 금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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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특혜’ 논란에 몸 사리는 대기업 금융지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4.0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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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달 우선"···적기 '핀셋지원' 가능할까?
▲ 2일 오전 컨퍼런스콜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금융위원회 제공)
▲ 2일 오전 컨퍼런스콜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 금융위원회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유래 없이 '빠르고 큰'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100조원+α 대책을 내놓은 것.

정부는 3월 30일 현재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만7000건, 19조9000억원의 금융지원이 이뤄졌다고 지난 2일 밝혔다.

4월부터는 P-CBO, 회사채 시장 지원방안 등을 통해 중견·대기업을 향한 자금지원도 본격 시작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 "시장조달 우선"이라며 "기업의 자구노력 선행"을 지속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다.

2일 오전 컨퍼런스콜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 같이 말했다.

특히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은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위주인 금융지원 대상에 대기업도 전향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먼저 차단하고 나선 것.

정부가 지난 3월 24일 발표한 100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서는 기업의 금융지원에 58조3000억원이 배정됐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대상이고 필요시 대기업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제가 달렸다.

금융당국은 "아직 대기업은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은행에서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경우, 그 규모가 기업의 규모만큼 커질 수밖에 없고, 차후 문제제기될 '대기업 특혜'에 대한 논란을 감안해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원 시기를 놓쳐 대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오히려 더 큰 충격파가 중소·중견기업을 휩쓸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의 유동성 경색의 조짐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 중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20조6000억원에 달한다.

AA등급 이상이 14조4000억원 규모고, A등급 이하가 6조2000억원 규모다.

기업어음(CP) 만기도래 규모는 15조4000억원에 달한다.

A1등급이 10조7000억원, A2등급 이하가 4조7000억원 수준이다.

모두 36조원 규모며, 2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도 8조9000억원, CP도 11조4000억원 수준이다.

회사채의 경우 AA등급 이상, CP는 A1등급 이상 등의 우량물에 대해선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권안정펀드 조성 등을 감안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관건은 '시한폭탄'을 '핀셋 금융지원'으로 적기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특히 직격타를 얻어 맞고 있는 항공·운수업계의 경우, 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미국의 보잉사가 지난 17일 정부에 600억달러(7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요청한 사례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브리핑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국내 항공업계도 마찬가지인데, 3일 한국항공협회는 국토부와 기재부, 금융위 등에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내용의 골자는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으며 84만명의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앞서 언급한 미국의 사례에서도, 보잉사는 성명을 내고 250만개의 일자리와 1만7000여 부품 공급업체를 위한 행정부의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단지 항공업계에 국한된 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방아쇠가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하면 우려는 커진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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