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우려감이 높은 가운데 이틈을 타 연말 물가대란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도시가스, 주류 인상에 이어 음료업계 대표주자인 콜라와 환타의 가격도 인상키로 결정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될 전망이다. 최순실 여파로 청와대 비서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등 정부의 정책조정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틈타 잇달아 소비자경제와 직결되는 상품들의 가격인상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경제분야 전문가는 “소비자와 직결되는 상품의 가격인상결정은 항상 정부규제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슈”라며 “가격인상 시점을 고민해 온 기업입장에서는 온 국민의 관심이 최순실씨를 향해 있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이는 지난 2월(1.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월·6월(0.8%), 7월(0.7%)에 이어 8월(0.4%)까지 넉 달 연속 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9월 1.2%로 반등한 뒤 10월에도 1%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코카콜라는 11월 1일 자로 코카콜라와 환타 2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한다. 코카콜라측은 “이번 인상은 올해 들어 유가, 원당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 제조경비 및 판매 관리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인상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도 11월 1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다. 맥주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는 1위업체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다른 맥주업체들도 가격 인상이 거의 확실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시장 1위 업체인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요인 및 외부 경영여건과 다를 이유가 없어 내부에서 심도깊게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맥주업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은 경쟁사들의 도미노 인상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소주시장에서도 지난해 11월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올린 뒤 롯데주류, 무학, 보해 등 여타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1위업체, 외국계 기업들이 가격인상 카드를 먼저 꺼낸 상황”이라며 “경쟁업체, 후발업체도 가격인상 정책을 당연히 따라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미 과자와 빙과 제품 가격도 연이어 올랐다.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류 15개 브랜드의 가격을 지난 7월 평균 7.9% 인상했다. 해태제과는 자일리톨껌, 후렌치파이, 에이스 등 8개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등 일부 제품 가격과 중량을 조정한 바 있다.
선두권 업체들의 가격인상에 따라 후발주자들인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삼양식품도 주요 제품 가격을 연달아 인상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도 인상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면 제조업체들은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분위기를 봐서 기습인상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 내수 침체로 인한 실적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성큼 찾아온 맹추위에 도시가스 요금도 평균 6%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서울시 소매요금 기준)이 현재보다 평균 6.1% 인상한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전국 1660만가구의 가구당 월 평균 요금은 기존 3만 2427원에서 3만 4185원으로 1758원 오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금에 적용되는 환율이 하락했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는 바람에 누적된 인상 요인을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지진여파와 태풍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크게 올라 가계의 김장철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배추, 무 가격은 김장이 시작되는 다음 달이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산 쇠고기(9%) 가격도 올랐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8.1%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을 0.60%포인트 끌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이 10.3% 뛰어 물가 상승률을 0.39%포인트 높였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채소, 과일, 생선 등의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15.4% 뛰었다. 특히 채소가 1년 전보다 42%나 올라 신선식품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종화 기자 alex@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