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진 없앤다고 소주 안마시나?”... 소비자들, 정부 탁상행정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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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진 없앤다고 소주 안마시나?”... 소비자들, 정부 탁상행정 '비난'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11.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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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국감 지적사항 반영해 소주병 연예인 사진 퇴출 검토 방침
소비자들 “유교국가 되나” 반발... 업계 “정부 방침 보고 입장 정리”
보건복지부가 소주병 등 주류용기에서 연예인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주요 소주제품들의 라벨 모습.
보건복지부가 소주병 등 주류용기에서 연예인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주요 소주제품들의 라벨 모습.

 

소주병에서 수지와 아이린 등 인기 연예인의 사진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최근 소주병 등 주류용기에 연예인의 사진을 부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류 광고의 기준을 수정해 소주병에 연예인 사진을 넣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10조에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 △음주가 체력 또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거나 질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음주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운전이나 작업중에 음주하는 행위를 묘사하는 표현 △임산부나 미성년자의 인물 또는 목소리를 묘사하는 표현 △텔레비전의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의 광고방송 △라디오의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의 광고방송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전후의 광고방송 △주류의 판매촉진을 위해 광고노래를 방송하거나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표현 △알콜분 17도 이상의 주류를 광고방송하는 행위 등 다양한 광고 규제 기준이 담겨있다.

정부는 여기에 ‘주류용기에 연예인의 사진을 넣어 광고하는 행위’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주병 연예인 사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 10월 15일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에게 “담뱃갑에는 암환자 사진이 붙어있는 반면, 소주병에는 여성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있다”면서,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이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날 남인순 의원은 “실제로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사례는 한국밖에 없다고 하는데,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소비를 조장할 수 있기에 최소한 술병 용기 자체에는 연예인을 기용한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OECD 국가 중 연예인 사진이 부착된 광고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복지부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한 후 본격적인 정부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주병 연예인 사진 규제를 놓고 국민들의 시선은 극명히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누가 소주병의 연예인 사진을 보면서 술을 먹나”면서 “정부가 탁상행정으로 대한민국을 유교국가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음주문화와 주류 마케팅에 너무나 관대했다”며 “지금이라도 담배보다 훨씬 사회적 피해가 큰 음주 폐해를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주병 디자인에 들어간 연예인 사진이 가장 화제가 된 것은 2000년대의 아이콘이었던 이효리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광고모델로 활동했을 때였다. 이효리의 인기는 신생 브랜드였던 ‘처음처럼’을 메이저 브랜드로 안착시켰고, 당시 주점에서는 소주병의 이효리 사진을 오려 소주잔 아래에 붙이는 일명 ‘효리주’ 유행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빅 모델 효과를 본 소주업계는 그 후 최고 인기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하며, 소주 모델은 곧 연예인 인기의 척도가 됐다. 특히 젊은 여자 연예인에 집중되면서 하이트진로 참이슬 ‘수지’, 롯데주류 처음처럼 ‘아이린’ 등 걸그룹 등 아이돌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소주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에 대해 아직 특별한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 업계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업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류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주류에 대한 광고 및 마케팅 규제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우세한 상태다. 특히 담배에 비견할 만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음주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 더해 더욱 업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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