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드론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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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 ‘드론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9.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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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건물 안전성은 신뢰… 보조 시스템 취약
안전·경제성, 예방·방어 사이 최적점 찾는 노력 함께해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가 14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에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가 14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에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원유시설 2곳이 드론에 뚫리면서 국내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원전 주위에 드론이 노출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원전 안전 전문가들은 두터운 콘크리트 벽으로 된 격납건물의 안전성은 신뢰할 만하다고 봤다. 다만 기타 시설들이 드론 공격을 받게 되면 방사능 유출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책은 사실상 무방비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신 기술로 인한 방비책 부재가 전세계적 현상인 만큼 원전 관리 주체를 무작정 질책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원전설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드론 공격 최초 사례인 사우디 아람코 사태가 터진 만큼 드론 방비책 마련에 좀 더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 등에서 드론이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자폭 기능까지 갖춰 원전에 얼마만큼 큰 피해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대비가 거의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원전 가운데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시설로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소를 꼽았다. 그는 “격납용기는 항공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드론 공격이 오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사용후 핵연료는 미사일이 날아오면 그대로 깨질 수 있어 취약 시설 보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론 공격 예비책으로는 비행 영역 설정과 주파수 영역 표준화를 통한 드론 비행 제안을 꼽았다. 다만 2015년 12월 물리적 방호 설계기준 위협에 드론이 추가된 이후부터 발생한 원전 인근 사례 13건 가운데 3건이 반경 1㎞를 전후에 발생한 만큼 비행 영역 설정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시설 주변 드론 비행금지 안내 확대 △유관기관 협조체계 유지와 순찰 강화 등 기존 대응책에 △드론방어장비(레이더, 주파수탐지기 등) 구축을 위한 장비검증 수행 등을 방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휴대용 주파수차단기 조기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방도 중요한데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소처럼 공격을 받았을 경우 취약한 시설을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드론 공격이 원전 안전을 위한 보조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전 외부의 물탱크를 공격했을 경우 다른 위험 상황들과 겹치게 되면 발전소 안정화가 불가능해져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소 역시 먼저 벽을 무너뜨린 뒤 안에 있는 저장조 폭발을 일으키면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드론 공격 대비책 마련에 대해서는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드론 공격에 대비한 원전 안전 강화 정책들이 주민 불편과 경제성 등 문제와 충돌해서다. 드론이 이미 위험한 테러 수단이 됐음에도 최신 기술에 가까워 전세계적으로 대비책 마련이 잘 돼 있지 않은 형편이라고도 했다.

한 소장은 “미국 9·11 테러 이후 원전 안전성을 얘기할 때 테러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기는 한데 제대로 된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전자 방어막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원전 주변 몇 키로 안에 있는 주민들은 전자기기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는 전자파 차단 펜스를 설치한 뒤 드론이 관측되면 수동 작동해 떨어뜨리는 방법을 뽑았다. 이 대안 역시 테러 수단으로 예측 불가능한 시간대를 택할 수 있는 만큼 완벽한 대응책이 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한 소장은 “격납건물을 늘린다거나 안전 시설을 지하화한다거나 하는 문제 모두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경제성과 안전성, 예방과 방어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아야 해야 할 문제인 만큼 이분법적 잣대보다는 국가와 미래를 지키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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