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 맞아...금융당국, '역대급' 속도 내며 '숨가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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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 맞아...금융당국, '역대급' 속도 내며 '숨가쁜 행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7.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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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내용이 너무 작다?"..."지금 작아 보이지만 머지않아 일상 바꿀 것"
-규제 혁신으로 물꼬 터준 금융당국에 "망하지 않고 성공하겠다"
-"우리나라는 좁다"...글로벌 시장 진출은 과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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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 후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지 꼭 100일이 됐다.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모 핀테크 기업 대표는 금융당국의 그간 행보를 '역대급'이라는 한 단어로 평가했다.

제도 시행 100일 만에 총 37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됐고, 지난 6월 2건에 이어 이달에만 7건의 지정된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은 단순히 금융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ICT, 유통, 부동산 등 이종 산업 간 교집합이 발생하면서 다양한 이해 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 부처와 기관이 함께 협업해야 하는 복잡성 높은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껏 보여준 금융당국의 숨가쁜 행보와 넓은 보폭은 크고 작은 핀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저성장의 벽에 막혀 활력을 잃어가는 기존 금융사들까지도 근본적인 변화의 급류에 휩쓸려 생존과 성장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이 너무 작다?"..."지금 작아 보이지만 머지않아 일상 바꿀 것"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9일 오후 서울창업허브 10층 대강당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혁신금융심사위원, 혁신금융서비스 기업 및 금융회사, 관련 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37건의 혁신금융사업자 34개사가 참석해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그간의 소회를 풀어놨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일부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의 내용이 작다는 지적도 있다"며 "지금은 작아 보이는 이 변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적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테스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가급적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은 규제 중심의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면, 이번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 공공성과 함께 소비자 편익과 관련된 혁신성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금융심사위원 송창영 변호사는 "심사를 하는 도중에 최종구 위원장이 금융을 30년 간 해온 자기보다 왜 더 보수적이냐고 얘기했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금융위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정부 정책 중심으로 관이 주도하며 금융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주최한 코리아 핀테크 위크는 국내 첫 핀테크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참가 기업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식 요식행위가 아닌 실질적인 혜택과 지원이 이뤄졌으며, 행사 수준도 글로벌 핀테크 페스티벌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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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신으로 물꼬 터준 금융당국에 "망하지 않고 성공하겠다"

이날 모인 각 사업 주체들은 금융당국이 난마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줬기에 사업자들이 이에 화답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혁신금융심사위원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규제도 필요에 의해 만든 역사적 산물로 규제를 없애면 문제가 생겨 책임 소재도 고민해야 한다"며 "사업자들이 성공해줘야 물꼬를 터준 정부도 떳떳하고 일할 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페이먼트 대표도 "신청서를 내고 5번을 수정했는데 관계 부처 담당자가 오타까지 찾아줬다"며 "절대 망하지 않고 꼭 성공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참석한 사업자들은 이번에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고용 마이뱅크 대표는 "2014년도에 3명으로 시작해 금융 영역의 모든 비즈니스모델을 검토했지만 금융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가장 규제가 완화되는 영역부터 하나씩 시작해 투자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며 "사업자로 선정되고 40여 군데 기업들이 제안을 해왔다. 꼭 성과를 내서 다른 혁신 사업자들이 나오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재웅 레이니스트 이사는 "기존 금융사들을 찾아가면 규정이나 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냐는 말을 들었다"며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이 되니 우리랑 언제쯤 같이 할 수 있느냐, 빨리 가능하냐고 묻는다"고 파트너들 반응을 얘기했다. 또 투자 측면에서도 "이전에는 투자 유치를 위해 증명해야 할 것이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당국이 인정한 '혁신서비스'라는 한 마디면 된다"며 "선정 이후 훨씬 좋은 조건으로 투자자들과 협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투자총괄 전무는 "최근 투자업계에서 과거에 비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수익성에 관한 부분은 퀘스천"이라며 "투자자들은 엑시트 이슈가 있어 혁신성과 시장성을 중요시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존의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들의 플랫폼 경쟁을 무시하다가 지금은 긴장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보득 NH농협손보 디지털금융팀 차장은 "이 제도는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기존 금융사에게도 신규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들 가운데서는 이제 막 아이디어 테스트를 마치고 안정성이나 고객 편익 등을 검증하는 과정에 들어갔는데 기존 금융사들이나 대기업들이 기술이나 BM 베끼기에 들어가는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규모가 작은 핀테크 기업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보호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 단장은 "우선 사업자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하며 "핀테크 기업의 아이디어가 단순 규제 개선인가 혁신성인가, 보호기간을 핀테크 회사에 주느냐 금융회사에 주느냐의 문제다. 7월에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좁다"...글로벌 시장 진출은 과제

국내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은 핀테크의 옷으로 바꿔 입고 금융 플랫폼 시장 진출을 선언한 빅테크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 선두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은 23억 명 유저를 기반으로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고 글로벌 카드사, 금융사, 유통업체, 콘텐츠 업체 등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로운 블록체인 금융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나 네이버, NHN 같은 대형 IT 기업들의 금융 플랫폼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보다 많은 사용자들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맹준영 공감랩 대표는 "진작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고, 기왕 들어가는 거 선제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캄보디아를 선택했다"며 "데이터 환경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지만 우리 회사가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정해 준 회사라는 게 큰 도움이 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서 신한금융지주 본부장은 "한국의 좋은 인프라, 수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잘 만들면 동남아에서 반드시 잘 통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협업할 파트너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지 벤처기업 또는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고객, 시장파악 등에 인사이트 갖는 게 필요하다"며 "현지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베트남에 있는 3천 개 스타트업 중 1천 개를 정부가 연결해 줬다"고 사례를 전했다.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좁다. 한국의 고속도로를 해외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기존 금융사와 손잡고 해외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적으로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와 협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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