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원자 한 개까지 촬영 가능한 MRI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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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원자 한 개까지 촬영 가능한 MRI 나왔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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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수준 기존 MRI보다 100배 이상 해상도 높아
서로 다른 에너지 기준으로 측정한 티타늄 원자들의 자기공명영상 이미지. 설정한 에너지와 원자의 자기장이 동일한 부분은 밝게 나타난다.[사진=IBS]
서로 다른 에너지 기준으로 측정한 티타늄 원자들의 자기공명영상 이미지. 설정한 에너지와 원자의 자기장이 동일한 부분은 밝게 나타난다.[사진=IBS]

원자 한 개의 자기장을 관찰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술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역사적으로 가장 세밀한 MRI이다. 원자, 분자, 물질 등의 자기적 구조를 원자 1개 수준 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나노스케일의 자기 구조 분석이 필요한 신물질이나 약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양자 컴퓨팅 등 미래에 새로운 계산 방식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과 미국 IBM은 2일 기존의 분자 수준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이상 해상도가 높은 MRI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MRI는 병원에서 병을 진단할 때 주로 쓰인다.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스핀이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를 시각화하는 원리이다. 병원의 MRI 기기 촬영에는 보통 수억 개 원자 스핀이 필요하다. 이후 미시세계 연구를 위해 분자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MRI 연구가 이뤄졌다. 자기공명 힘 현미경(MRFM, Magnetic Resonance Force Microscopy)이 그것이다. MRFM은 나노 규모에서 찍는 이미지 처리 기술이다. 현재 기술로는 분자구조와 고체 결함을 볼 수 있다. 해상도가 나노미터 수준에 그쳐 개별 원자를 또렷이 보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독특한 분자구조 신소재나 양자 소자 등 미시적 자성 현상을 갖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별 원자 스핀 시각화가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나노 구조물을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꾸준히 연구해 온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STM은 아주 뾰족한 금속 탐침을 시료 표면에 가깝게 스캔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로 표면 원자를 보는 장비이다.

연구팀은 STM 탐침 끝에 원자 여러 개를 묶은 스핀 클러스터(스핀을 띤 원자들의 집합으로 실험에서는 1~5개 사이의 철 원자를 부착)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스핀끼리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성질에 착안한 것이다. 스핀 클러스터는 안정적 탐침 원자와 달리 자기장을 띠어 시료 원자의 스핀과 자기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초고진공, 극저온 조건을 적용해 탐침이 시료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시료 원자 주변으로 탐침의 스핀 클러스터를 움직이며 원자 한 개를 시각화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표면 위 원자 하나와 스핀 클러스터 사이의 자기적 공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원자 한 개와 자기적 공명 에너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분자 수준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원자 하나의 또렷한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이나 양자 시스템처럼 복잡한 구조 속 원자 하나하나의 스핀 상태들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제 1 저자인 필립 윌케(Philip Willke) 연구위원은 “최근 자성 저장 장치를 포함해 나노 수준에서 다양한 자성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MRI 기술로 고체 표면, 양자컴퓨터의 스핀 네트워크, 생체분자까지 여러 시스템의 스핀 구조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병원에서 MRI로 사진을 먼저 찍어야 진단과 치료할 수 있듯 물리적 시스템도 정확히 원자를 분석해야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로 원자 성질을 스핀 구조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7월 2일 자(논문명: Magnetic Resonance Imaging of Single Atoms on a Surface) 온라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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