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남긴 교훈' 잊은 자동차업계 노조... "'쌍용차 역사' 알면 지금 같은 모습 보이기 어려워"
상태바
'쌍용차가 남긴 교훈' 잊은 자동차업계 노조... "'쌍용차 역사' 알면 지금 같은 모습 보이기 어려워"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5.30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차, '9년 연속 무분규' '15년 만의 3위 탈환' 결과 냈지만 여전히 영업적자
'쌍용차 역사'서 배우지 못한 자동차업계 노조들, 올해도 '파업 불사' 외쳐
2010년 6월16일 쌍용차 임단협 조인식 모습. 쌍용차 노사는 이날부터 지금까지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선 노조가 쌍용차가 남기 교훈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쌍용자동차 노사의 '9년 연속 무분규'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11개월 만에 도출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21일 거부(반대 51.8%)한 데 이어,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임단협 상견례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올해도 노사분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각 사 노조는 올해도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30일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가 쌍용차의 노사 분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쌍용차 노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임단협 협상서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다. 쌍용차 외 다른 업체선 노사가 매년 임단협 문제로 공방을 거듭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쌍용차 노사의 이같은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과 이후 벌어진 약 3개월간의 극렬 노사분규, 2010년 말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인수 작업 등을 노사가 함께 겪으며 '노사 간 신뢰관계 구축 없인 회사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노사 양쪽이 구조조정 문제로 공방을 거듭하다 회사가 없어질 지경까지 간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회사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자동차업체에 매우 중요한 건 노사 간 '신뢰관계'"라며 "쌍용차 노사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사 간 강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실적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판매량 순위에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내수시장 3위를 기록했고, 올 1분기 93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초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과 코란도가 매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 밑바탕에는 노사 간 강한 신뢰관계가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판단이다. 

쌍용차 관계자도 "신차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노사 간 오랜 협력이 없었다면 이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노사가 합심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사 임단협 상견례 모습. 현대차 노사 임단협은 올해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기본급 12만3526억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중 30%에 달하는 성과급, 만 65세로 정년 연장, 정규직 추가 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 영업이익서 전년 대비 47.1%나 감소했을 만큼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넘어 정년 연장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 내수시장 3위 탈환·1분기 역대 최대 매출에도 '영업적자'... 뚜렷한 노사분규의 흉터, "아직 갈 길 멀다"

쌍용차가 현재 실적과 노사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의 상처에서 모두 회복된 건 아니다.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쌍용차의 영업적자는 641억원에 달한다. 쌍용차 관계자가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거듭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쌍용차의 영업적자는 그간 집중하지 못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때문이다.  

2016년 1555억원(매출 대비 비율 4.3%)이었던 연구개발비를 2017년엔 1912억원(매출 대비 5.5%)로 늘렸다. 2018년엔 연구개발비로 2016억원(매출 대비 5.4%)을 사용했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

현대자동차가 2018년에 매출액 96조원 2.8%인 2.7조원을 연구개발비에 쓴 것과 비교하면, 쌍용차가 연구개발에 얼마나 매진하는지 알 수 있는 결과다. 또, 극렬한 노사분규로 회사가 잃는 게 '미래'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21일 노사가 11개월 만에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걷어차며 기본급 인상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차 노사는 추가 임단협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편, 르노삼성차는 11개월 넘게 임단협 교섭을 타결짓지 못하고 노조가 6개월간 250시간 넘는 (부분)파업을 이어오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1~4월 누적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내수 -13.8%, 수출 -51.1%를 기록했다. 피해 규모는 대략 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노조의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강대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